월간 음악춘추

피아니스트 신민자 / 음악춘추 2012년 3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3. 26. 20:34

 

피아니스트 신민자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피아니스트 양성

 

추계예대 겸임교수, 이화여대, 성신여대, 단국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예원학교, 서울예고, 선화예중·고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한 피아니스트 신민자가 3월부터 숭실대 콘서바토리에서 교수로 후학을 양성한다.
1897년 한국 최초로 설립된 숭실대학교는 서양음악을 처음으로 도입하여 교육한 곳으로, 안익태, 현제명, 김동진, 박태준 등 국내 음악계의 거장들을 배출해 냈다. 1996년 서양식 음악원 교육시스템을 도입해 설립된 숭실대 콘서바토리는 실기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으며, 졸업 후 대학원 진학과 외국 유학으로 연계되고 있다.


“숭실대 콘서바토리는 주2회 레슨을 실시하기 때문에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가 매우 돈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미국 유학시절 콘서바토리에서 공부해 콘서바토리의 시스템이 익숙하기도 하고요. 학생들이 이론 지식을 바탕으로 실기 실력을 다지고, 연습실 외에서의 경험도 많이 쌓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싶습니다.”


신민자는 예원학교 2학년 때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의 연주를 들은 음악평론가 고(故) 유한철 선생의 적극적인 권유로 조기 유학을 선택하게 된 것인데, 어린 나이었지만 줄리어드 음대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에 선뜻 유학을 결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자신의 피아니즘과 티칭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은사인 고(故) 제이콥 라타이너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줄리어드 음대 교수로 재직한 제이콥 라타이너는 베토벤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선생님께서는 레슨 때 늘 똑같은 악보를 두 개씩 준비하게 하셨고, 직접 노트 필기를 해주셨는데, 굉장히 독특한 필체를 갖고 계셨습니다. 선생님만의 기호로 표기하시는 것도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마치 고대 동굴 벽화를 보는 기분이었지요(웃음). 대부분의 외국 교수님들은 한두 번 레슨하고 새로운 곡으로 넘어가는데, 라타이너 선생님께서는 한 음 한 음 집요하게 가르쳐주시는 완벽주의자셨어요. 그래서 다양한 곡을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은 이 선생님과 공부하는 것을 힘들어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석학과 공부했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신민자의 피아노 방에는 제이콥 라타이너 선생의 흑백 사진이 있다. “지금도 피아노를 연주할 때면 선생님이 내 곁에 계신 것 같다”며 웃는 그는, 자신의 제자들이 그분을 뵙진 못했지만 제자들에게 “너희도 제이콥 라타이너 선생님의 제자다”라고 말한단다. 자신이 배운 대부분의 것이 그분에게서 온 것이 때문이다.
“사실 저도 학생들에게 쉬운 선생님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면 사제지간을 넘어서 편한 친구, 언니 같이 끈끈한 사이가 된답니다. 제가 젊게 살려하고, 학생들의 눈 높이에 맞추려다 보니까 가끔은 철없는 선생님이 되는 것 같네요. 제가 은사님께 배웠던 것들, 그 동안의 무대에서 쌓은 경험 등을 학생들에게 잘 전수하고 싶습니다.”


사실 신민자는 숭실대 콘서바토리의 창단 멤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일년에 50여 회의 연주 무대를 가질 정도로 왕성히 활동했으며 대통령포상 및 표창장, 문화체육부장관 감사패를 수여받기도 했다. 하지만 몇 년 후 숭실대 콘서바토리의 교수 직을 그만두고 연주활동도 줄이며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진 그는 이제 다시 조금씩 연주활동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앙상블 연주에도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신민자는 그 동안 국내외 무대에서 뉴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랑스 오베르뉴 오케스트라, 키예프 콘서바토리움 심포니 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 캄머 필하모니, 루마니아 조지 에네스쿠 교향악단, 함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을 비롯해 서울 심포니 오케스트라, KBS교향악단, 강릉시향, 창원시향,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진주시향 등과 협연했다. 실내악 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한 그는 로렌티안 현악 4중주단과의 마닐라, 서울 및 지방 연주를 비롯해 호주 캔버라 윈드 솔로이스트, 바르톡 현악 4중주단, 쾰른 쳄버 앙상블, 뉴질랜드 현악 4중주단, 독일 페가소스 현악 4중주단 등과 협연한 바 있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