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바이올리니스트 이마리솔 / 음악춘추 2012년 3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3. 2. 23:12

 

바이올리니스트 이마리솔
한층 성숙된 음악인으로 거듭날 것

 

“계속해서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오로지 연습실에 앉아 바이올린과 씨름하기보다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이제는 기술적인 부분만을 추구하기 보다, 이렇게 세상 밖에서 새롭게 배우는 가치들을 저의 음악에 접목시켜 더욱 성숙된 연주자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마리솔은 예원학교를 실기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예고에 수석 입학하였으며, 서울예고 재학 때에는 우리나라의 주요 콩쿠르인 부산·동아·중앙음악 콩쿠르에 입상하였으며,  재학생 가운데 이례적으로 예원·예고를 빛낸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후 서울대 음대에 수석으로 입학한 그는 재학 중 독일로 유학하여 현재 뮌헨 국립음대에서 수학하고 있다.


이렇게 학창시절부터 수석이라는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항상 주목을 받아온 이마리솔. 5살 때 처음으로 어머니를 졸라 바이올린을 시작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끼를 보였다. 


“제 어린 시절이 담겨있는 비디오를 보면, 그 어린아이가 무엇을 안다고 혼자 심취해서 연주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아마 음악성이 다른 아이들보다는 조금 더 뛰어나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렇게 타고난 재능과 바이올린에 대한 욕심으로 빠르게 성장한 이마리솔은 10세에 난파(성정)음악 콩쿠르 1위 수상을 시작으로, 청소년 서울음악콩쿠르 최우수상, 대구방송 TBC 콩쿠르 1위, 서울 청소년 실내악 콩쿠르 금상 등에 국내 콩쿠르 상위권에 입상하며 점차 실력을 쌓아나갔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이마리솔은 콩쿠르에 출전하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였다.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무대에 오르기 전 음악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기술적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서 친구들과도 장난스레 이제는 유지시키기 위한 연습인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누기도 하지요(웃음). 항상 테크닉을 중점적으로 연습해 왔는데 이렇게 되니 갑자기 무엇을 연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듯이, 자연스럽게 음악이 주는 메시지에 집중하게 되고, 연습 방향이 바뀐 뒤에 오히려 몸의 긴장도 많이 풀리고 음악성이 더 좋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이렇게 또 한 단계 더 성장한 그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막스 로스탈 국제 콩쿠르 1위, 중국 차이나 콩쿠르 3위 입상 등 국제 콩쿠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또한 2010년 에는 독일 함부르크 Deutsche stiftung musikleben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우스 1703 크레모나를 무상으로 대여받았다.


“많은 연주자들이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야생마같은 악기라 표현하세요. 그래서 악기를 길들이려 하기보다 스스로가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하지요. 처음에는 다루기 힘들었지만, 오히려 악기를 위해 힘을 빼고 난 뒤에는 악기 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어요.”
콩쿠르에서 뿐만 아니라 서울시향, 서울 심포니, 독일 바덴-바덴 필하모니, 베이징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의 협연, 그리고 다수의 초청 연주 등 20대의 젊은 나이에도 수많은 경력을 차곡히 쌓아왔다.


또한 뮌헨 국립음대에서 이미경 교수를 사사하고 현재 Ingolf Turban 교수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있는 그는, 이어 음악의 길을 걷는데 가장 중요한 인도자가 되어 준 이종숙 선생에 대한 추억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초등학교 때부터 유학 가기 직전까지 줄곧 이종숙 선생님께 모든 것을 배워왔습니다. 항상 옆에서 따뜻하게 보듬어 주셨던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건 제가 유학을 떠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였어요. 돌아가신 후 이상하게도 한 번도 꿈에서 뵌 적이 없었던 선생님이 로스탈 콩쿠르 기간 동안에는 몇 번씩 제 꿈에 나타나셨지요. 아마도 함께 있지는 못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멀리서도 여전히 저를 걱정하고, 또 붙들어 주고 계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다른 나라로 건너가 새로운 문화를 접해 보고 싶다는 그는 다양한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과 음악을 소통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했다. 자신의 음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보다 아직 배워나가야 할 때인 만큼 청중의 어떠한 쓴 소리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이마리솔. 인터뷰를 통해 탄탄한 그의 실력만큼이나 알찬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글·박진하 기자/ 사진·김문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