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테너 정의근 / 음악춘추 2012년 4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4. 6. 15:55

 

테너 정의근
상명대 음대 교수로 후학 양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여러 작품에서 주역가수 및 콘서트 솔리스트로 유럽 각지에서 활동하며 사랑받아 온 테너 정의근이 지난 3월부터 상명대 음대의 교수로 재직한다는 소식이다.
개강한 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상명대에서 만난 그는 학생들을 지도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오페라 가수로 활동한 지 만 15년이 넘은 그는 독일 아헨 시립극장에서 연간 20회의 무대를 소화하는 동시에 여러 작품에 출연해 오고 있었으며, 이번 시즌에는 베르디의 [가면무도회]에 출연 중이다. 그 동안 유럽에서 연주활동에만 주력해 온 그는 이미 2015년까지 공연 계약이 되어 있는 상태였지만 상명대의 교수로 오면서 올 가을까지인 이번 시즌의 무대만 남겨두고 모두 취소했다.


“성악을 전공한 학생이 꼭 전문 연주자, 오페라 가수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합창단원이 될 수도 있고, 뮤지컬 가수, 음악 선생님 등 다양한 진로가 있기 때문에 어떤 진로를 택하든 그에 맞게 음악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성악에 있어 소리 자체가 목적, 목표가 아님을 강조했다. 소리는 음악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기에 소리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예술가적인 인성과 자질을 같이 함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악가의 멋진 소리를 듣고 청중이 감동을 느끼는 것은 5분도 채 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안에 진심이 담겨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지요. 소리보다 노래가, 노래보다 음악이, 그리고 음악보다 예술이 상위 개념이잖아요. 하지만 소리 자체가 목적이 되면 그 상위 개념을 잃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학생들을 만나본 결과 학구열이 높고, 열정도 있지만, 소리에 많이 집착을 하는데, 저는 학생들이 정말 원하는 음악을 하게끔 도와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학창시절 이미 소리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로웠는지 질문하자, 그는 유학을 가서 “어떤 음악을 하더라도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말을 이었다.
“청중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가사, 곡이 주는 메시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성악에서 소리는 음악을 표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운송수단에 비유할 수 있어요. 운송수단은 큰데 속은 비어 있을 수도 있고, 운송수단이 작아서 많은 것을 싣지 못할 수도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균형을 맞춰나가는 과정의 연속이겠지요."


서울예고 재학 시절 고 이단열 선생을, 서울대 음대에서 박인수 선생을 사사한 정의근은 “유학시절에도 마찬가지로 그 때 그때 만난 은사님들께서 당시 나에게 맞는 것을 지도해 주셨던 것 같다.”고 말한다.
“생김새에 따라 연기자의 캐릭터가 정해지듯이 성악가에게는 타고난 목소리의 컬러가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지문만큼이나 다양한 소리가 있기 때문에 어떤 소리가 맞다, 틀리다라고 말할 수 없으므로 학생 각각에게 맞는 것을 함께 찾아주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어떤 소리를 강조하시기 보다는 때에 맞게 지도해 주신 은사님을 만난 것이 감사한 것이고요.”
그 동안 오페라 「카르멘」, 「가면 무도회」, 「라 트라비아타」, 「돈 파스콸레」, 「라 보엠」, 「리골레토」, 「호프만의 이야기」 등의 작품에서 주역으로 사랑받아 온 그는 현재 베르디의 「가면 무도회」에서 리카르도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정의근은 국내에서도 2005년과 2011년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올린 「가면 무도회」에 출연하여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예전에는 연주 활동이 저만을 위한 것이었지만 후학을 지도하게 된 이제는 제자들과도 나눠야 하는 것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방해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연주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