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소프라노 박효강 / 음악춘추 2012년 4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4. 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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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박효강
‘바로크에서 현대까지 여인들의 사랑 이야기’

 

성악가로서뿐만 아니라 지난 해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굽비오시의 총예술감독 직을 맡아 활약 중인 소프라노 박효강이 4월 19일 오후 8시 오페라 M ‘멋진 연주자 시리즈’에서 ‘바로크에서 현대까지 여인들의 사랑 이야기’라는 주제로 독창회를 갖는다.


어느덧 봄의 기운이 완연한 3월, 그에 걸맞는 싱그러운 미소로 기자를 맞이한 그와의 인터뷰에는 이번 독창회의 반주를 맡은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마르코 발데리가 동석했다.
“11년 전 이탈리아의 한 극장에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오디션 장에서 마르코 발데리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고, 그 때 이후 지금까지 함께 연주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도 그 동안 선생님과 함께 했던 레퍼토리 중 시대별 여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아리아를 선정하게 되었는데요. 마르코 발데리 선생님과는 워낙 오랜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춰온 터라 이번 독창회에서도 좋은 연주를 들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박효강)
바로크부터 현대까지 그 역사를 유지해 온 오페라는 주로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하여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그 중 시대별로 변화하는 여인의 사랑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그의 무대에서는 바로크 시대의 배신당한 여인들의 고통을, 현대로 넘어오면서 사랑을 쟁취하는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언어구사는 물론 음악을 통해서도 여인들의 사랑의 변천사를 알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베르디라는 작곡가는 잘 알지만 몬테베르디라는 작곡가는 잘 알지 못합니다. 몬테베르디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활동하던 작곡가인데, 지금 우리가 아는 오페라를 처음으로 창시한 사람이지요. 크리스티나(박효강)와 함께 ‘바로크에서 현대까지 여인들의 사랑 이야기’라는 주제를 상의하면서 ‘오페라를 창시한 몬테베르디부터 시작해 보자’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고, 첫 시작도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아리아나」 중 ‘나의 탄식’을 노래합니다. 이 곡은 한국의 「아리랑」처럼 ‘나를 버리고 가면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라는 가사 내용과 흡사하기도 합니다.”(마르코 발데리)


이번 독창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프라노 박효강’이 아니라 아리아의 주인공인 여인들이 되어 감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는 그는, 노래를 하면서도 표정과 몸짓으로 시대별 여인의 상을 표현할 것이며, 이런 점에 주목하여 봐주신다면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한다.


일반적으로 결혼이나 입양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탈리아의 시민권을 갖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사람으로는 유일하게 음악가로서 이탈리아 시민권을 얻은 박효강. 그는 외국인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현지에서도 인정받으며, 다방면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 국제적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 주한 이탈리아대사관과 문화원에서 선정한 소프라노 부문 ‘최고연주가상’을 수상했다. 


“크리스티나(박효강)는 외국에서 혼자 생활하며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많은 것을 경험해서인지 노래나 연기를 할 때 아카데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맡은 역할의 인생에 그대로 녹아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노래를 들을 수 있지요. 인생을 노래하는 소프라노라고 말하고 싶어요.”(마르코 발데리)


“제가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면서 마르코 발데리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지요. 선생님은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정말 대단하신 분이세요. 남들이 생각지 못한 점을 찾아내서 다방면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하시지요. 많은 지휘자들 중에는 괴팍한 성품을 가지신 분들이 많은데요. 마르코 발데리 선생님도 그런 면이 없지는 않아요(웃음). 하지만 음악적인 것에서 그런 것이지 정말 인간적인 분이시고, 특히 몸이 악기인 성악가들의 마음을 항상 편하게 해주셔서 항상 최고의 노래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어떤 연주든 선생님과 함께 하면 제가 틀려도 문제없을 정도로 믿음이 가는 분이지요.”(박효강) 


평소 한국문화와 한국 연주자들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마르코 발데리는 다른나라에 비해 한국연주자, 혹은 학생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높이 사고 있으며, 그런 이들에게 자신의 힘이 닿는데까지 열심히 지원해 주고 싶다고 한다. 더불어 한국 음악전공자들에게는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입니다. 내가 알고 싶고, 궁금한 것은 스스로 찾아가면서 공부해야 하지요. 그렇지 못한다면 발전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예술인이 되려면 가방 하나를 장만해 침대 밑에 놓아두고, 언제든지 공부와 일할 곳이 있다면 떠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제2의 고향이기도 한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것이 훨씬 수월할 때가 있고, 한국에 오면 맛과 멋, 그리고 고향의 정취를 느끼다 간다는 박효강은 ‘멋진 연주자 시리즈’를 마친 후 이탈리아로 출국하여 부활절 기념 음악회와 이탈리아 독립 기념 음악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6월부터 8월까지인 여름시즌에 있을 음악페스티벌과 마스터 클래스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마르코 발데리는 오는 5월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토스카」의 지휘를 맡았다.

 

글·장혜령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