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윤승현
진실한 작품 쓰기에 주력
‘나는 진실하게 작곡하고 있는가?’ 작곡가 윤승현(이화여대 음대 작곡과 교수, (사)한국작곡가협회, 아시아작곡연맹, 한국전자음악협회, 미래악회, 신음악학회 등에서 활동 중)에게 있어 ‘좋은 곡 쓰기’란 ‘진실하기’와 같은 맥락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좋은 곡이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질문하며 작곡에 임하고 있다. 또한 자신만의 어법이 무엇인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그는 어떤 하나의 어법을 갖고 작업하기보다는 다양한 작업을 모색, 탐구하는 중이다. 그래서 관심이 있는 주제나 분야도 매번 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Seperations」(2009/2011)와 「Prism for Clarinet, Violin, Cello and Piano」(2011)는 그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Seperations」는 그 동안 제가 써왔던 작품들과는 다르게 작업했습니다. 양식적으로 돌아갔고, 조성적 색채감을 갖고 있지요. 이 작품이 조성의 느낌을 가진 이유 중 하나는 감성적인 표현, 느낌을 살리는 부분에 있어서 조성을 필요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대적인 작품인 「Prism」은 처음 소개되는 세 개의 음구조가 곡의 흐름에 따라 다른 다양한 음정 구조와 음색, 기법을 통해 다른 구조물들로 파생되는 것을 표현했습니다. 이성적, 감성적 부분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하는지가 두 곡 안에서 보여진 것이지요.”
우리는 그가 최근에 가진 세 차례의 작품 발표회를 통해 작곡가 윤승현의 어법 변화를 엿볼 수 있다. 2007년 10월 ‘회귀’라는 부제로 가진 작품 발표회에서는 1997년 발표된 「‘Halo’ for Guitar and Live Electronics」 이후 10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변화하려는 시도들을 소개하고자 했으며, 2010년 3월 작곡 발표회 ‘숨’에서는 ‘숨’이라는 타이틀 아래 당시 작곡된 작품들을 발표했다. 2007년 공연에서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중심이었다면 2010년 공연에서는 반복적인 음악적 제스처를 통한 ‘명상’을 찾길 원했다. 그리고 2011년 11월 작곡 발표회 ‘프리즘’은 2010년 리사이틀과 연관된 연작공연으로, ‘숨’에서 삶 속에 일어나는 다양한 모습, 일상의 순간, 생활의 변화, 삶의 방향을 다뤘다면 ‘프리즘’에서는 빛의 굴절로 투영되는 또다른 삶의 일상을 다뤘다. 2007년 ‘회귀’라는 공연을 통해 실험했던 단순화 작업, 간단한 소재의 반복적 활용과 수식을 통한 소재의 재발견이 지난 공연 ‘숨’의 재조명과 함께 다시 투영된 것이다.
2010년 무대는 얼마 전 창단 10주년 기념연주회를 가진 현대음악앙상블 ‘소리’와 얼마 전 고인이 된 박창원의 지휘로, 2011년 무대는 현대음악앙상블 ‘에클라’와 김진수의 지휘로 연주되었다. 그리고 서로 연계된 2010년과 2011년 작품 발표회의 팜플렛에는 월터 섬머(Walter Summer)의 〈음악〉이란 그림을 사용했다. 월터 섬머는 미국 피바디 콘서바토리에서 1994년부터 현재까지 작곡 콩쿠르를 통해 작곡가들을 돕고 있는 사업가였으며, 음악과 미술에 흥미를 갖고 평생을 작업해 왔고, 일반인으로 순수 예술인들을 지원했다. 윤승현은 월터 섬머의 1968년 작인 〈음악〉을 1995년 Prix d’Ete 콩쿠르에서 수상한 기념으로 선물받았다. 윤승현은 “순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떨어지고, 순수음악은 이해하기 어렵다 등의 이유로 등한시되고 있는 요즘, 이러한 순수예술이 사라지면 문화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순수음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그 그림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2006년부터 이화여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그는, 역시 학생들에게 순수음악에 대한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요즘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유혹을 받을 수 있는 시기에 순수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어떤 점에서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길로 꾸준히 심도있게 연구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것이 요즘 기성 세대가 만든 결과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환경 가운데서도 학생들이 순수 음악에 대한 애정을 갖고, 다양한 음악을 듣고 경험하는 열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현재 지도하고 있는 클래스의 학생들과 함께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자를 만들고 있으며, 이는 내후년 쯤에 출판 될 예정이다.
“현대 작곡가 및 작품 연구를 하는 이 클래스에서는 국내의 젊은 작곡가가 어떤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유럽·미국에서 유학하고 온 후 어떤 방식으로 전통성을 연계해 나가며 한국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작품들을 만나기 전에 직접 작곡가를 만나 인터뷰하고 세미나, 작품 분석 등을 통해 공부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작곡가들을 10년 정도 흐른 뒤 다시 조명해 볼 계획이다. 10년 동안 작곡가들의 작품이 어떻게 변하고, 어떤 작업을 해왔는지 봄으로써 작가의 생각이 변모, 진화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이다. 또한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한국의 젊은 작곡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에 이런 연구 작업을 통해 학생들의 순수 음악 활동의 시야를 넓혀주고 싶은 바람도 있다.
윤승현은 서울기타앙상블의 위촉으로 기타 콰르텟 작품을 작업 중에 있으며, 이 작품은 3월에 초연되고, 9월에 부암아트홀에서 작곡가 시리즈로 마련될 그의 작곡 발표회에서도 연주될 예정이다.
글·배주영 기자/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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