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작곡가 이경미 / 음악춘추 2012년 2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2. 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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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이경미
서정적, 감성적 어법으로 작품 완성

 

“서양의 음악 사조가 100년을 주기로 변화했다고 보면, 최근 100년 동안에는 너무나도 많은 음악 사조가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음악 전공자가 아니면 잘 모르고 즐기지도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사실 과거 모차르트, 베토벤가 청중을 의식해 그들이 듣기 좋은 곡을 쓴 것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그들의 작품이 자주 연주되면서 많은 이들과 자연스럽게 공감하며 즐기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도 현대음악이 보다 더 연주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작곡가 이경미는 현재 한양대 음대 작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창악회 부회장, 아시아작곡가연맹 한국위원회 부회장, 한국작곡가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해 그의 작품은 중국 천진음악원과 한양대 교류 연주회에서 「Zcheng 독주를 위한 ‘春夜喜雨’」, 한국여성작곡가협회 대구지부 연주회에서 「현악3중주를 위한 ‘Still 2011’」, 대만에서 열린 ACL 페스티벌에서 「추천사 후기」, 미래악회에서 「현악4중주 ‘라 크리메’」, 제39회 범음악제에서 「‘Echoes from an Old Tree’ for Flute and Cello」 등이 연주되었으며, 꾸준히 초연, 재연 기회를 얻고 있다.
그리고 올 5월 말이나 6월에는 미래악회에서 개최하는 〈작곡가의 초상〉에서 그의 작품들이 발표될 예정이며, 스위스에서 초청 연주회를 갖는 현대음악앙상블 ‘에클라’가 이경미의 「현악4중주 ‘라 크리메’」를 연주한다.


현재는 위촉받은 두 작품을 작곡 중으로, 이 작품들은 올 봄에 초연된다. 평소 미술이나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하기도 한다는 그는 위촉 받은 작품 중 하나인 목관5중주곡 역시 마티스의 〈댄스〉, 〈레드 스튜디오〉 등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경미는 소개하고 싶은 자신의 작품으로 「해금, 장구, 첼로, 그리고 인성을 위한 ‘추천사’」와 「현악4중주 ‘라 크리메’」를 꼽았다. 「추천사」는 동명의 서정주 시인의 작품으로 작곡한 것으로, 춘향이가 그네를 타며 독백하는 것을 묘사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으며, 신분의 차이로 이룰 수 없는 사랑, 나아가 인간의 이상향을 그렸다. 이 작품은 2003년 3월에 개최된 국제여성음악제에서 연주되었다.


“그리고 「현악4중주 ‘라 크리메’」는 라틴어로 ‘눈물’이란 뜻으로, 영국 작곡가인 존 다울런드의 동명 작품에서 영향을 받아 작곡했고, 그 작품 중 ‘Flow my tears’를 제 작품에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제 작품들이 보통은 조용히 시작해서 절정으로 치닫는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고통스러운 눈물을 표현해서 강렬하게 시작해, 울고난 후 카타르시스를 느끼듯 정화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그의 작품 목록을 살펴보면 국악기가 포함된 곡들이 꽤 눈에 띈다. 이에 대해 그는 “한양대에 부임한 이후 국악과 교수님과 교류하며 국악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적인 음악, 음색을 찾는다는 이런 의도에서 국악기를 사용한 것이 아니고 가야금, 대금, 해금 등 국악기가 갖고 있는 음색을 자신의 작품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어떤 국악기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악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가 작곡한 「두 대의 가야금을 위한 ‘Construction Ⅲ’」은 대한민국작곡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가야금 단체인 사단법인 금암회와도 연이 닿아 상주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양대 음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이경미는 자신의 지도 방식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서울대와 동대학원에서 사사한 정회갑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제가 무엇을 써가든지 정회갑 선생님께서 ‘잘했다’, ‘됐다’, ‘그래’ 이런 말씀만 하셔서 왜 꼼꼼히 지적해 주시지 않는지 의아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저에게 생각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주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떤 방향이나 울타리를 만들고 틀에 가두기보다는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주신 덕분에 어떤 선입견, 경계심 없이 다양한 것을 실험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래서 저도 학생들이 작곡을 해오면 어떤 내용, 방향으로 나가길 원하는지 생각하고 제안(suggestion) 정도만 하지 일일이 ‘이렇게, 저렇게 해라’ 하진 않습니다.”


이경미는 현재 위촉받은 작품들과 별도로 「Momentous」라는 제목의 대편성 관현악곡을 진행 중이며, 2/3 정도 완성한 상태이다. 관현악 작품의 경우 위촉받지 않으면 연주기회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작곡가들이 일부러 작곡하진 않게 되지만, 이 작품을 완성했을 때 연주되는 기회가 있음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Momentous」는 어떤 사건, 아이디어가 초 단위의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모습, 순간들의 이동들을 표현하고 있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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