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스타인웨이 콩쿠르 부문별 우승자 인터뷰
피아니스트 이혁, 황건우, 하규태
제1회 스타인웨이 콩쿠르에서 영예의 1위를 차지한 세 명의 영 피아니스트들이 인터뷰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주)코스모스악기의 스타인웨이 전시장에서 만난 카테고리별 우승자 이혁(홈스쿨, 선화영재학교 5학년), 황건우(선화예술학교 2학년), 그리고 대상을 차지한 하규태(홈스쿨) 군은 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실력을 인정받은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이었지만, 아직은 인터뷰가 어색하기만 한 10대들이었다. 그래서 솔직하고 재미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옮긴다.
*우승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혁_ 무대에서 제가 느낀 점을 잘 표현하고 싶었고, 그저 순위 안에만 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1등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사실 작년 초에 출전했던 한 콩쿠르에서 3등을 했었는데, 거기에서 만났던 형, 누나들이 이번 스타인웨이 콩쿠르에도 나온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 조금 더 열심히 겨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1등을 해서 기뻤어요.
황건우_ 다른 콩쿠르가 끝나고 10월부터 스타인웨이 콩쿠르를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지정곡이 많아서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럼에도 1등이란 상을 받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하규태_ 아직 부족한 것도 많고, 연습할 것도 많은데 이렇게 큰 상을 주시니 기쁩니다.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12월 26일 세종 체임버홀에서 있었던 본선에서 이혁 군은 쇼팽의 「발라드 제2번 바장조 작품38」, 황건우 군은 베토벤의 「소나타 다장조 작품2 제3번」, 리스트의 「발라드 제2번」, 하규태 군은 쇼팽의 「폴로네즈 내림가장조 작품53」, 리스트의 「메피스토 왈츠」를 연주했습니다. 무대에서 어떤 점을 표현하고자 했나요?
하규태_ 본선에서는 저의 장점을 더욱 보여 드리고자 했어요. 연주할 때 실수는 많았지만 신선한 음악, 그리고 작품의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이혁_ 예선에서 연주한 베토벤의 작품은 그 전까지 한 번도 연주해보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소나타 제10번」을 공부해서 재미있었고, 쇼팽 에튀드도 처음으로 어려운 단계에 도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본선 곡인 쇼팽의 「발라드 제2번」을 처음 연주할 때 ‘바다’가 생각났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만든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듣는 분들에게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황건우_ 저도 이번 콩쿠르를 준비하며 새로 배운 곡들이 있는데, 처음 악보를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어려웠어요. 그래도 무대에서 최대한 자신감을 갖고 제가 그 동안 준비한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본선 무대에서 평소보다 더 긴장되진 않았나요?
이혁, 황건우_ 긴장을 안 하는 편이에요.
하규태_ 저도 과거에는 긴장을 안했어요(웃음). 그런데 점점 긴장이 되더라고요. 이번 콩쿠르를 통해 무대에서 어떤 식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연주해야 하는지 조금 더 알게 되었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피아노를 잘 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해석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이번 대회를 치르며 기억에 남는 점이 있나요?
이혁_ 사실 선생님께서 본선 곡이었던 쇼팽의 「발라드 제2번」은 아직 저에게 무리일 거 같다면서 드뷔시의 「어린이 정경」을 연주하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제게 주어진 20일 동안 열심히 연습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어서 쇼팽의 발라드를 하겠다고 우겼어요(웃음). 그런데 본선에 나가 보니 어떤 친구가 자기는 발라드 1번부터 4번까지 모두 칠 수 있다고 약 올렸던 게 기억나요.
황건우_ 콩쿠르에 나가면 ‘기선 제압용’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하규태_ 본선 리허설을 마치고 4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는데 대회 장소와 연습실을 왔다갔다 하면 오히려 체력적으로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음악을 듣고 싶은데 MP3를 집에 놓고 와서 PC방을 찾기 위해 광화문 일대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나요. 1시간을 돌아다녔는데 찾지 못했고, 춥고 힘들어서 결국 다시 대회 장소로 돌아와 2시간 동안은 가만히 앉아만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이번 대회를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황건우_ 무대에서 인사를 잘하는 것 등 무대 매너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연주할 때 한 음 한 음 음색을 다르게 치는 법도 배웠습니다.
이혁_ 선생님께서 베토벤은 크게 연주하기 보다는 절제를 많이 하라고 하셔서 이번에 그런 방법을 배웠습니다.
*콩쿠르 상금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했나요?
이혁_ 조금 더 돈을 모아서 나중에 그랜드 피아노를 구입하려고 저축했어요.
황건우, 하규태_ 그 동안 갖고 싶었던 것을 사기로 했어요.
*어떻게 피아노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하규태_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시는 어머니께서 7살 때부터 피아노를 가르쳐 주셨어요.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쯤 피아노가 싫었었지만 선화예술학교에 입학할 당시에는 다시 피아노가 좋아졌고 흥미를 느꼈어요. 그러다가 제가 다시 연습을 게을리 하자 어머니께서 2학년 때 여름방학을 앞두고 홈스쿨을 하게 하셨습니다.
황건우_ 저는 6살 때 비전공자 선생님에게 피아노를 배우다가 소질이 있다며 본격적으로 해보라고 권유하셔서 그 때부터 전공하신 다른 선생님께 계속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혁_ 제가 3살 때부터인가 음악을 들으면 손으로 나비가 날갯짓하는 모습을 하곤 했대요.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배우다가 6-7살 때는 잠시 쉬었고, 8살 때 레슨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선화 콩쿠르에 출전해 동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콩쿠르 입상을 통해 선화영재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져서 선화예고의 이양숙 선생님께 지금까지 배우고 있어요.
*아무래도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생활을 하고 있을 거 같아요.
하규태_ 홈스쿨 중이라 아침에 늦게 일어날 수 있어 좋긴 하지만(웃음) 사실 피아노를 연습하느라 놀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리고 피아노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을 때는 짜증도 나고 가족들한테 피해를 줄 때도 있어서 미안해요.
황건우_ 아무래도 친구들과 놀지 못하는 점이 제일 아쉽지요.
이혁_ 저는 놀기도 하면서 피아노도 치고 있어요. 학교는 다니지 않지만 오후에 태권도장에 가고, 일요일에는 과학교실도 다니거든요.
*피아노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하규태_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어서 좋아요. 정해진 한 가지 소리가 아니라 제가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나잖아요.
황건우_ 저도 연주자가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오는 점이 피아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혁_ 바이올린, 첼로 등의 현악기는 오직 4개의 현에서 소리를 내고, 화음보다는 주로 선율을 연주하는데, 피아노는 화음이 가능하고 풍부한 큰 소리가 나지요. 그리고 다른 악기의 도움 없이 혼자 음악을 완성할 수 있어서 좋아요.
*롤 모델이 있나요?
하규태_ 조성진 형이요. 저보다 2살이 많은데, 형이 연주하는 걸 보니 정말 잘 치더라고요. 음악을 즐기는 거 같아서 보기 좋았어요. 그리고 크리스티안 짐머만도 좋아해요. 그분은 워낙 대가라서 연주를 들으면 그냥 푹 빠져버리죠(웃음).
황건우_ 임동혁 형은 보기만 해도 멋있어요. 독주회에서 봤는데 소리도 정말 예뻤고요.
이혁_ 저는 어머니를 가장 존경합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저를 꿋꿋하게 잘 키워주시거든요. 그리고 작곡가 중에서는 쇼팽이 제일 좋아요. 특히 쇼팽의 녹턴은 아름답고 예뻐요.
*앞으로 어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나요?
하규태_ 열정과 개성을 보여주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황건우_ 저는 대중에게 거리감이 없는 편안한, 친근한 연주자요.
이혁_ 제가 느낀 것, 그리고 작곡가가 표현한 것을 그대로 전달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하규태 군은 이번에 대상을 차지해 올 여름 싱가포르에서 있을 스타인웨이 콩쿠르 아시아 태평양 예선을 앞두고 있지요.
하규태_ 그 대회를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4월에 검정고시가 있어서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예선도 열심히 준비해서 독일에서 있을 스타인웨이 페스티벌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하규태
황건우
이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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