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피아니스트 신수정 / 음악춘추 2012년 2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1. 2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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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신수정
콩쿠르는 자기 성찰의 기회

 

“스타인웨이 콩쿠르가 그 동안 유럽 등지에서만 개최되었는데 늦었지만 드디어 한국에서도 개최되어 반갑고, 처음 열리는 콩쿠르지만 매끄럽게 잘 끝났습니다. 콩쿠르라는 것이 뛰어난 영재들을 발굴하는 장이라 많은 이의 관심을 받고, 그러다 보면 괜한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번에는 심사위원들과 참가자 모두 결과에 만족하고 잘 진행된 거 같아 기쁩니다.” “사실 어떤 큰 업적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국내에서 연장자가 장(장)을 맡는 관습에 따라 이번 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이라며 겸손하게 이야기한 신수정 선생(서울대 음대 명예교수,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은, 심사위원들이 연말이라 바쁜데도 기꺼이 참여해 준 것에 대해, 그리고 또한 주최측과 후원사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가장 대중적이며 전공하는 인구도 많은 악기가 바로 피아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많은 콩쿠르가 열리고 있으며, 콩쿠르의 취약점 역시 생겨났다. 콩쿠르 참가자가 많다 보니 시간상의 문제로 연주의 앞부분만 듣게 되고, 그래서 학생들은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어필하기 위해 ‘반짝’할 수 있는 것에 치중하는 추세가 된 것이다. 그래서 신수정 선생은 이번 스타인웨이 콩쿠르의 심사위원장으로서 차별화된 콩쿠르가 되길 원했다.


“스타인웨이 콩쿠르에 도전한 학생들에게는 여러 곡을 길게 준비한다는 자세를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뜻에서 기본이 되는 바흐 등의 고전 작품을 지정곡에 포함시켰고, 학생들의 연주를 가능한 끝까지 듣는 것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하지만 장소, 시간상의 문제로 그렇게 할 수는 없었지만, 콩쿠르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조금씩 더 나은 교육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콩쿠르를 통해 스타 발굴을 원하지만, 음악의 본질은 경쟁이 아닌, 인간의 심성을 순화시키고 정서에 도움을 주는 것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 어떤 나라에서 치러지는 스타인웨이 콩쿠르보다도 이번 한국 스타인웨이 콩쿠르의 수준이 가장 높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신수정 선생은 1등뿐만 아니라 2, 3등한 학생들, 그리고 참가한 학생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매우 높았다며 이번 우승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카테고리 1 부문에서 1등을 한 이혁은 초등학생이지만 「발라드 제2번」을 연주했는데 음악성, 감성이 뛰어났고, 아직 어리지만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연주를 했습니다. 카테고리 2부문에서 1등을 한 황건우 학생은 완성도 높은 연주를 보여줬으며, 곡의 구성이 튼튼했습니다. 카테고리 3 부문에서 1등을 한 하규태 군은 리스트의 「메피스토 왈츠」에서 화려한 테크닉을 매우 충분히 과시했고, 쇼팽의 「영웅 폴로네즈」는 완벽에 가까운 해석과 뛰어난 컬러를 보여줬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이 많았지만 모두에게 상을 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덧붙여 신 선생은 “대상을 차지한 하규태 군은 세계무대에서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장래가 기대되는 피아니스트”라며, “우리나라 대표로 싱가포르에서 있을 아시아 태평양 예선에 참가할 하규태 군이 좋은 결과를 얻어 독일에서 있을 스타인웨이 페스티벌에 초청받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독일 속담에 ‘Uebung Macht den Meister.’라는 말이 있습니다. 연습은 거장을 만든다는 뜻이지요. 경쟁이 과하다 보니까 무대에서 보여지는 테크닉 향상에만 치중하게 되고, 어떤 때는 어린이답지 않은, 무조건적인 모방이 보일 때도 있어 안타깝습니다. 근사해 보이는 손 모양, 몸 동작, 표정 등이 주는 이점도 있지만 과대 경쟁 속에서 어린 학생들이 그런 것만 흉내내다 보면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어렵겠지요. 그리고 테크닉은 매우 뛰어나지만 곡의 이해도가 부족한 학생도 있고요.”


그래서 선생은 학생들이 맹목적으로 콩쿠르에 도전하기보다는 자기 성찰의 시간도 가지기 바란다는 조언을 했다. ‘내 소리는 어떤가?’, ‘내가 좋아하는 곡은 무엇인가?’, ‘나는 왜 음악을 좋아하는가’ 등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면 좋겠다는 것이다. 또한 피아노 외의 것에도 관심을 갖고 독서, 자연을 바라보는 여유, 친구와 놀기, 학업 등도 게을리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결국 연주라는 것은 자기 표출인데, 음악만 공부하면 그 안에 담길 내용은 공허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음악과 음악 외적 활동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학생들에게 관건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피아니스트로서 신수정 선생은 지난 해 11월과 12월에 나덕성 선생과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가진 한편, 군산시향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협연했으며, 국제 교류 재단 20주년 행사에서도 바로크앙상블과 협연했다.


그리고 매년 바리톤 박흥우와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비롯해 슈베르트, 슈만, 말러의 가곡을 연주했고, 이러한 독일 음악을 한국에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신수정 선생과 박흥우는 지난 12월 30일 독일연방공화국 십자공로훈장을 받았다.


“교수 직을 떠난 후, 그리고 나이 들어서도 이렇게 피아니스트로서 계속해서 음악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올해는 보다 마음의 여유를 갖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신수정 선생은 2월에 세 개의 음악 캠프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영국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비롯해 여러 국제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며, 몇 차례의 연주가 계획되어 있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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