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앙상블 포럼 21 / 음악춘추 2012년 8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8. 1. 17:11

 

앙상블 포럼 21
보수와 진보의 절묘한 조화 표현

 

2009년 창단 연주회 이후 정기 연주회를 비롯해 자선 음악회 스마일 포 더 칠드런, 유나이티드 문화 재단 초청연주, 베토벤 현악4중주 전곡 연주 프로젝트, 국립중앙박물관 연주, 지역주민을 위한 음악회 등 여러 독창적인 연주활동으로 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으며 기획력과 연주력을 인정받고 있는 앙상블 포럼 21. 그들이 지난 7월 18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제3회 정기 연주회를 가졌다.
연주회가 있기 전날 연습을 위해 모인 앙상블 포럼 21의 단원들 중 음악감독 김경민(현재 숭실대 음악원 교수, 빈트리오 멤버)과 지휘자 김정민(현재 런던 필 오케스트라 제2바이올린 부수석), 부수석 공세정(현재 동덕여대 출강, 양주시향 객원 수석), 김현남(현재 서울대, 숭실대 음악원 등 출강, 팀프 앙상블 단원), 부수석 백수련(콜번 콘서바토리 아티스트 디플롬, 예일대 석사 졸업), 김혜령(현재 백석예대 등 출강, 청주시향 제1바이올린 부수석), 부수석 임요섭(서울시향 단원, 전남대 등 출강), 부수석 엄자경(서울시향 제2바이올린 상임단원)이 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냈다.


“‘앙상블 포럼 21’의 창단 취지답게 잘 연주되지 않는 곡들 중 수작인 작품들로 이번 연주회의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지휘를 맡은 김정민 씨를 비롯해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대부분 제 제자이거나 연관 있는 연주자들이에요. 실내악 팀이 음악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저희는 창단된 지 3년밖에 안 되었지만 음악적으로 통일감 있고, 정신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비슷하단 생각입니다. 그런 점이 무대에서 느껴지고, 하나로 결집된 음악을 선사하는 무대가 되었으면 합니다.”(음악감독 김경민)
그들은 이번 세 번째 정기 연주회에서 혈통과 절묘한 조합을 이루는 세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보수적 독일의 낭만적 브람스의 「현악 6중주」와 브람스의 영향 속에 있었으면서 진보적 바그너의 계열의 교향시의 대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말년의 문제작 「메타모르포젠」을 제2 비엔나학파인 안톤 베베른의 「느린 악장」과 같이 감상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 날 무대에는 바이올린 김경민, 김현남, 이은정, 엄자경, 백수련, 김수영, 박재린, 김혜령, 조은주, 이윤의, 비올라 임요섭, 김도연, 공세정, 오윤진, 김수경, 첼로 오주은, 황승현, 김원정, 배수희, 김영민, 콘트라베이스 이정우, 손치호, 한유경이 출연했다.


무대의 첫 곡인 베베른의 「느린 악장」과 마지막 곡인 슈트라우스의 「메타모르포젠」의 지휘를 맡은 김정민은 두 작품의 작곡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느린 악장」이 ‘연애편지’라면, 「메타모르포젠」은 ‘연서’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앙상블 포럼 21과 함께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앙상블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개성있으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것에 중점을 주로 두고 지휘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단원들은 “국내에서 많이 연주되지 않는 곡들이라 악보를 구하기도 힘들었고, 난해한 곡이라 걱정했지만 리허설을 할 때마다 사운드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지고, 배우는 것이 많아 즐겁다.”고 말했다. 연주회를 하루 앞둔 그들의 표정은 긴장보다는 기대라는 단어가 어울렸다.
그들은 또한 클래식 음악이 낯선 관객을 위해 쉽고 재미있는 곡들을 연주하는 의도는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대중적이고 쉬운 프로그램을 연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학구적이고 복잡한 음악을 한다고 해서 관객이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앙상블 포럼 21을 통해 좋은 연주자들을 만나게 되어 기쁘고,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고 학구적인 단체가 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인터뷰 다음 날인 7월 18일, 그들의 정기 연주회를 보기 위해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을 찾았다. 객석의 불이 꺼지고 무대에는 20여 명의 연주자가 앉아 있었고, 이내 포디움에는 김정민이 올라섰다. 김정민의 지휘에 맞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 나왔다. 고요하고 느리지만 에너지가 살아 있는 연주…. 그들의 무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브람스의 「현악 6중주」에서 각 악기 간의 긴밀한 대화를 들려준 그들은 후반부에서 이 날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슈트라우스의 「메타모르포젠」을 선보였다. 사실 그들이 연주하는 「메타모르포젠」이 궁금해 찾은 무대였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소 무거운 프로그램이 아닐까라는 걱정을 했지만 기자의 기우에 불과했다. 음악을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그 진지함 속에 어렵거나 지루할 틈은 없었던 것이다.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