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소프라노 김미주 / 음악춘추 2012년 8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7. 30. 16:49

 

오페라 상반기 주역을 만나다
소프라노 김미주

뉴서울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수잔나 역

 

뉴서울오페라단은 지난 1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공연을 앞두고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2, 30대의 소프라노 수백 명을 대상으로 프로필을 검토하고, 후보를 압축하여 실기 오디션을 치르는 등 새로운 수잔나를 찾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수많은 신인 성악가가 기회를 잡기 위해 오페라단의 문을 두드렸고, 그 결과 신예 소프라노 김미주가 낙점되었다.
새로운 여 주인공의 탄생에 공연을 올리기도 전부터 소프라노 김미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높아졌고, 언론은 그를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오페라계의 신데렐라’라 칭했다.


“갑자기 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니 덜컥 겁도 나고 부담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감사했지요. 보내주신 기대에 보답하고자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처음 그가 합격통보를 받았을 때는 한 가지 조건이 따랐다. ‘5일 뒤에 이탈리아에서 지휘자가 들어오니, 남은 5일 동안 수잔나의 모든 노래를 외워올 것’이었다. 공연시간만 3시간이 넘어가는 오페라 주인공의 모든 노래를 단 5일 만에 외운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싶었지만 그는 “무조건 외워가겠다”고 대답했다. 그 후 김미주는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도 줄여가며 악보 외우기에 몰두했고, 그렇게 지휘자와의 만남이 있던 5일 후 수잔나의 모든 아리아와 레치타티보를 외워 연습실로 향했다.
“그렇게 다시 찾아뵈었을 때 뉴서울오페라단 단장님께서 “지명도, 티켓파워 등은 고려하지 않고 네가 지금 노력한 것과 앞으로 보여줄 것을 기대하면서 너를 캐스팅하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정말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웃음).”


국민대 음대를 졸업하고 도이하여 밀라노 시립음악원, 베르디 국립음악원, 파리마 보이토 국립음악원을 마친 그는 지난 해 귀국해 「라 보엠」, 「라 트라비아타」, 「사랑의 묘약」갈라 콘서트 등에 출연해 왔으며, 「피가로의 결혼」은 주역으로서의 국내 첫 오페라 데뷔작이었다. 데뷔무대를 2,500석 규모 오페라 극장에서 치른다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었을 터. 게다가 그에게 주어진 연습 시간은 한 달 반 가량의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역에 몰입하기 위해 평소에도 수잔나처럼 생각하고 일부러 말을 빨리 한다던가, 수선스럽게 행동하곤 했습니다. 예뻐지려고도 많이 노력했고요(웃음). 이탈리아 연주자 분들이 합류한 후에는 대부분을 이탈리아어로 대화하며 말의 뉘앙스를 살리고자 했어요. 이탈리아어의 뉘앙스를 알아차릴 국내 관객이 많지는 않겠지만 세계 유명 오페라 극장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작품을 만들고픈 바람이었지요.”
밀라노시 주최 ‘투토 베르디’ 콘서트 초청 연주, 스위스 취리히 시 주최 초청 연주, 이탈리아 아스티시 주최 「사랑의 묘약」 등에 출연한 바 있는 그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클래식 기획사인 월드 오페라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에서 활동해 왔다.


“사실 제가 우리나라에서 중요시 여기는 소위 메이저 학교를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오히려 좋은 약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남들보다 실력을 더 쌓아야했고, 노력도 더 많이 하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또한 인맥과 학벌의 전쟁(?) 속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고도 생각하고요(웃음).”
김미주는 인터뷰하는 내내 에너지 넘치고, 솔직 담백한 모습으로 입가에 연신 웃음을 띄게 했다. 또한 화려함 속에 감춰진 따듯함은 그의 말 속에 묻어나 만남의 즐거움을 더했다.
앞으로도 오페라 가수로 꾸준히 활동하기를 바란다는 그는 조금 더 연륜이 쌓이고 난 후에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나 「라 보엠」의 미미 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는 오페라가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음악을 접목시킨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물론 오페라 음악도 좋아하지만 이야기에 더욱 몰두하게 되고 애착이 가더라고요. 「라 트라비아타」나 「라 보엠」에 도전해 보고 싶은 이유 또한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성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지요.”
소프라노 김미주는 오는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다윗왕」(예술총감독: 노희섭)의 바세바 역으로 출연하며,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을 거점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글_박진하 기자 / 사진_ 김문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