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향 정운주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조력자 역할
“비올라는 중용의 악기라고 일컬어집니다.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기에 모든 악기들의 중심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다른 악기들을 포괄해 내는 악기이지요.”
비올라처럼 비올리스트 역시 돋보이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저음과 고음 사이의 내성을 책임지고,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전천후 조력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렇듯 튀지 않는 묵묵함이 비올라, 그리고 비올리스트의 매력이다.
섬세한 표현력과 풍부한 감성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연주를 선사하는 비올리스트 정운주. 그녀 역시 대부분의 음악가들과 같이 첫 시작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이었지만, 이후 적성에 맞는 악기를 찾아가던 중 묵묵한 매력을 지닌 비올라를 만났다.
“비올라로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고, 저 또한 비올라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되었지요.”
한양대 음대를 4년 전액 특차 장학생으로 입학하여 수석으로 졸업한 그녀는 서울시향,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객원단원을 거쳐 미국 피바디 음대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Master of Music, Graduate Performance Diploma를 차례로 취득하였다. 귀국 후 수 차례의 독주회와 협연 및 String Trio Podium, 벨리시모 콰르텟, 앙상블 예전, 아퀴나스 멤버로 활동하며 다수의 연주회를 가졌으며, 추계예대 강사와 미국 베데스타 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하고,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수석, 원주시향 객원수석을 거쳐 현재 수원시향 수석 비올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계속해서 정운주에게 수원시향은 어떠한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그녀는 “깨어있는 오케스트라”라고 정의했다.
“깨어있는 오케스트라라고 표현한 것은 저희 오케스트라가 권태롭거나 구태의연하지 않고 늘 새로운 레퍼토리를 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언제나 긴장되어 있고, 계산되어 있는 오케스트라라는 것이 수원시향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오케스트라 주자는 음악을 하는 직장인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기에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시간에 쫓기고 바쁜 일정에 분주하지만, 그들은 분주함 속에서도 독주회를 열고, 다양한 실내악 연주를 통해 개인의 기량을 쌓는 것 또한 소홀하지 않는다.
“오케스트라의 주자로, 대학 강사로 그리고 아이들의 엄마로 생활을 하다 보니 개인적인 활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하지만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음색도 변하기 쉽기에 욕심을 내어 지난 6월 오랜만에 독주회를 가졌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려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아직 솔리스트로서 무대에서 여러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에 기뻤습니다.”
점차 오케스트라 주자를 꿈꾸는 음악도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오케스트라의 비올리스트가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한 이야기로 질문을 이어갔다.
“모두가 솔로이스트를 꿈꾸지만 오케스트라 플레이어라는 직업은 평생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입니다. 오케스트라는 내 것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소리를 듣고 연주하는 실내악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향후 취업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학생들은 학교오케스트라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간혹 비올리스트들이 리듬에 약한 면을 보이곤 하는데요, 리듬은 독주자로서도 지녀야 할 중요한 요소이지만 모두가 함께 움직이는 오케스트라에서는 더욱이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이처럼 화려한 테크닉 이전에 기본적인 것을 정확히 연주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운주는 또한 대학에서도 오케스트라 액섭(Excerpt) 수업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필수 레퍼토리들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하며, 더불어 수원시향이 앞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다른 오케스트라에게 모범이 되는 오케스트라가 되기를 소망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글_박진하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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