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소프라노 홍주영 / 음악춘추 2012년 8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8. 1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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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홍주영
국립오페라단의 ‘라보엠’에서 미미 역

 

지난 해 제노바 카를로 펠리체 극장에서 「라 보엠」의 미미로 활약,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오페라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최고의 미미’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는 소프라노 홍주영이 지난 4월 국립오페라단의 창단 50주년 기념 작 「라 보엠」에서 미미 역으로 국내 오페라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추계예대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오페라과 전문사과정을 졸업한 그는 학창 시절부터 타고난 목소리와 표현력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중앙 콩쿠르 1위 등 국내 유수의 콩쿠르에 입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오페라 무대에는 소개된 바가 없어 ‘마에스트로 정명훈에게 직접 캐스팅되었다’는 자체로 홍주영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커져갔다.
“정명훈 선생님과 함께 연주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면서도 긴장감이 있었는데, 한국에 들어와서 기자간담회 등 여러 스케줄을 진행하다 보니 ‘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무대구나!’라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기도 했어요.”
뿐만 아니라 대학원 시절의 은사이자 평소 열렬한 팬이었던 소프라노 김영미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와 같은 역에 캐스팅된 그에게는 더욱 쉽지 않은 데뷔무대일 수밖에 없었다.


“대학원에 재학하면서 김영미 선생님과 직접적인 인연이 닿지는 못하였지만, 선생님의 공연이나 마스터 클래스를 따라다니면서 소리를 많이 연구하고, 레슨을 받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동경해 왔던 선생님과 데뷔무대에 같은 역할로 서게 되었으니 얼마나 떨렸겠어요. 하지만 주춤거리고 조심스러운 모습보다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잘 해 내는 것이 선생님에 대한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적인 테크닉은 선생님의 연배를 따라갈 수 없으나,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뒤쳐지지 않도록 노력했지요.”  
주어진 부담감을 떨치기 위해 그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데뷔무대보다 더 깊이 분석, 공부했고, 그러다 보니 막상 극이 올라간 후에는 즐겁게 공연할 수 있었다고.
“초등학교 3학년 때 교회에서 피아노를 가르쳤던 선생님이 제가 찬양을 부르는 모습을 보시고 “성악가가 되고 싶지 않니?”라고 물어보셨어요. 당시에는 성악가라는 말을 처음 들어봐서 “성악가가 뭐예요?”라고 대답했지요(웃음). 그랬더니 “노래하는 사람이야”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 때부터 성악가를 막연히 꿈꿔왔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의 홍주영은 그저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았고, 노래하는 사람이 ‘성악가’라는 말에 ‘성악가’가 되고 싶었단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전공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 어린 시절의 막연한 꿈은 현실이 되어 이제는 줄리에타 시미오나토 국제콩쿠르, 비오티 국제콩쿠르, 보치 베르디아네 국제콩쿠르, 비나스 국제콩쿠르 등의 유수 콩쿠르에 입상하며 세계 성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성악가가 되었고, 현재 이탈리아를 거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홍주영 또한 유학시절의 시작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2007년에 유학을 떠난 그에게 이후 4년 동안 아무런 결과물을 내지 못할 정도의 슬럼프가 찾아왔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유학을 가다 보니 빨리 데뷔를 하고 싶은 욕심이 가득했었고,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한국의 연장선일 것이라 기대했지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고, 먹고 자는 일상 생활조차도 힘에 부칠 만큼의 슬럼프가 왔어요. 지난 해 초까지만 해도 음악을 접으려고 생각했지요. 그러던 중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신앙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삶에 대한 가치를 깨닫고 나니 음악, 삶, 인간관계 등 모든 것들이 너무나 쉽게 다가오면서 큰 무대의 길이 자연스럽게 열리더라고요.”
‘이제부터가 비로소 도전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홍주영은 후배들에게도 음악이라는 것이 결코 욕심만으로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며, “경험을 하고 보니 무대에서는 음악을 대하는 본인의 모습이 다 드러나더라고요. 음악가로서 음악 앞에서만큼은 더욱 솔직한 모습으로 다가가기를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글_ 박진하 기자 / 사진_ 김문기 부장      

 

 

국립오페라단의 ‘라보엠’에서 미미 역 홍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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