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소프라노 이은희 / 음악춘추 2012년 8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8. 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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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이은희
서울시오페라단의 ‘연서’에서 도실 역

 

“도실이가 마지막에 부르는 아리아가 기억나네요. 자신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하며, 진정한 사랑을 택하고 싶다, 힘든 상황들을 이겨내고 싶다는 솔직한 심정을 노래하는 내용인데 정말 뭉클했답니다.”
올 봄 서울시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연서」에서 도실 역으로 출연한 소프라노 이은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무엇인지 질문하자, 그녀는 어느새 다시 도실이 된 듯한 표정으로 마지막 장면의 아리아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이탈리아의 Gitto Art Management 에이전시, 나폴리 산 카를로 국립극장, 폴란드 슬라스카 극장 소속 오페라 가수이며, 중앙대 음대 성악과 외래 교수로 재직 중인 이은희. 그녀는 지난 해 봄에 있었던 서울시오페라단의 오디션을 치를 때 만해도 귀국할 계획은 없었다. 더군다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Curzon Artists Management로부터도 함께 일하자는 연락을 받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건강이 위독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급하게 한국에 들어왔고 친구, 지인들로부터 서울시오페라단의 오디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단 도전한 서울시오페라단의 오디션에 합격한 그녀는 아버지의 건강이 조금 회복된 후 다시 로마에서의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출국했다가 1년 뒤에 「연서」의 공연이 있다는 연락을 받아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미국 매니지먼트의 경우에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미국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보다는 가족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주변 분들께서는 제 이런 결정을 두고 많이 안타까워하셨어요. 그래도 운이 좋게도 「연서」로 국내 무대에 데뷔해 관객과 만나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연서」의 내용이 멋있고 감동적이었기 때문에 투 캐스팅으로 두 번의 무대에 오르고 끝나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는 이은희는 다시 한 번 공연할 수 있다면 더욱 몰입해 연기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창작 오페라 「연서」에 이어 5월 말에 인천 미추홀 오페라단의 「팔리아치」에서 네다 역으로 무대에 섰고, 6월에는 콘서트를 위해 LA에 다녀왔으며, 성남아트센터에서 개최하는 음악회에 출연하고 있다. 그리고 잠시 충전의 시간을 갖고 이탈리아에서 9월에 공연될 「투란도트」에 함께 할 예정이다.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노래하는 스타일이라 혼날 때도 있어요. 극에 너무 빠져들어서 주인공이 된 거처럼 정말 울 때도 있거든요. 아직 미숙한 탓이지요(웃음). 오페라를 하면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기분이에요.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땐 피식하고 웃었지만 이제는 정말 공감이 되더라고요. 저는 베르디의 오페라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라 트라비아타」를 많이 해봐서 그런지 비올레타 역에 정이 갑니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투란도트」, 「라 보엠」, 「나비부인」 등에서 주역으로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는 미사곡의 독창자, 음악회를 비롯해 한국, 미국, 캐나다, 아프리카, 독일, 프랑스 등에서 선교 독창회 무대에도 활발히 서고 있다.
“오페라에서 어떤 역을 맡았을 때는 그 역에 맞게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외형적으로나 소리, 연기 등 모든 관리가 잘 되어야겠지요. 사실 대학생 때는 표현력도 없고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두려웠는데 학교에서 한 오페라 「토스카」의 주역으로 캐스팅되면서 달라졌어요. 당시 연출하신 정갑균 선생님께서 역에 빠져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셨고, 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거든요. 앞으로도 다양한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고 싶습니다.”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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