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양우형
한여름 밤에 들려주는 진솔한 음악
해마다 유럽에서 초청 독주회를 갖고 있는 양우형(강남대 독일 바이마르 음악학부 학부장)이 올해에도 지난 6월 20일 독일 국제 쇼팽협회 50주년 기념 초청 독주회를 비롯해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독주회를 가졌다. 특히 쇼팽을 비롯해 모차르트, 슈만 등을 연주한 독일에서의 무대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음색과 연주해석에 관해 호평을 받기도 했으며, 독일 쇼팽 협회로부터 가까운 시일 내에 그녀의 유화 전시회와 함께 하는 독주회를 해 달라는 즉석 초청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의 독주회는 8월 23일 세종 체임버홀로 이어진다. 하이든의 「소나타 라장조」, 베토벤의 「소나타 ‘비창’」, 쇤베르크의 「6개의 피아노 소품집 작품19」, 슈만의 「카니발」로 레퍼토리를 구성한 양우형은 청중에게 비교적 많이 알려진 이 곡들을 새로운 해석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클래식 피아노 음악의 초창기인 하이든에서 출발해 그 정점을 이룬 베토벤의 「비창」에서 클래식 안에서의 고뇌 어린 감정 표현을, 그리고 쇤베르크의 제2 비엔나 악파의 무조적인 절제성을 소개하고, 마지막 슈만의 모음곡에서는 작곡가의 영혼과 심리상태를 스스럼없이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는 축제적 낭만 음악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하이든과 베토벤의 보다 객관적이고 독자적인 해석을 들려드리고 싶고, 절제된 음 세계의 쇤베르크와는 정반대를 이루는 낭만적 피아노 음악의 걸작 중의 하나인 「카니발」을 통해 피아노라는 악기의 다양한 컬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양우형은 이번에 연주할 각각의 작품에 대한 소개와 자신의 견해를 자세히 들려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베토벤의 「소나타 ‘비창’」에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소나타 ‘비창’」은 그녀가 빈 국립음대 예비과 재학 중 베토벤 소나타들을 시리즈로 공부하며 세 번째로 접한 곡으로, 이 후 베토벤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고 한참 베토벤의 전기와 관련 서적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감동했다고 한다. 대학원 졸업 후 이몰라 피아노 아카데미 재학 시절, 라자르 베르만 선생으로부터 특별한 해석과 조언을 받았던 일도 기억이 새롭다고.
“베토벤이 청각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게 된 후 작곡한 「소나타 ‘비창’」은 자신의 운명에 대한 안타까움과 괴로움을 클래식이라는 반경 안에서 애타게 표현한 곡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곡을 대하는 제 관점이 조금씩 달라짐을 느끼는데, 이번에는 객관적 표현에 충실을 기하고자 합니다. 베토벤의 심정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나름대로 분석도 해보고 아울러 여러 형태의 해석을 시도하여 가능한 한 인간적이고 절실하며 진솔한 ‘비창’을 들려 드림으로써 베토벤을 더 가까이 그리고 사랑하게끔 만드는 그런 연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 해 12월 독주회에서 슈베르트의 「Moments musicaux Op.94, D780」, 쇼팽의 「Fantasie Op.49」, 오네게르의 「Sept Pi ces Br ves pour piano」, 베토벤의 「Klaviersonate c-moll Op.111」을 연주했던 그녀는 독주회의 부제를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음악의 순간들’로 그 날의 무대를 표현했었다. 그래서 이번 독주회는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 질문하자, 그녀는 개인적으로 부제가 있는 독주회는 선호하지 않는다며 말을 이었다.
“부제가 필요하다면 오히려 청중이 연주를 듣고 각자 나름의 부제를 붙여주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합니다. 연주자가 먼저 부제를 정하면 그 날 음악에 대한 친절한 안내가 된다는 장점이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 청중 입장에서는 선입견 등으로 감상의 폭이 어느 정도 좁아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청중에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입니다. 그래도 굳이 이번 독주회의 부제를 붙여보라고 하시면 지난 독일 연주회가 끝난 뒤 제게로 다가와 전해 준 어느 노신사의 인사말로 대신할까요?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는 짧은 멘트였습니다.”
그녀는 지난 해 1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빈의 무직테아터홀에서 ‘Moment Musicauz Ⅰ(음악의 순간들 Ⅰ)’이라는 타이틀 아래 유화 전시회를 열었으며, 개막식에서 초청 독주회를 갖기도 했다. 그 후 국내 몇 곳에서 그녀는 유화 전시회와 독주회 요청을 받긴 했지만 최근 독일, 오스트리아 독주회 준비에 전념하느라 전시회를 내년 상반기 이후로 미뤄 놓은 상태이다. 양우형은 첫 전시회인 ‘음악의 순간들 Ⅰ’과는 조금 다른 콘셉트로, 예를 들어 보다 더 강렬한 색채 등을 중심으로 한 새 작품들을 구상 중에 있다. 또한 그녀는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독주회 시리즈를 1년여 동안 5회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다.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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