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 / 음악춘추 2012년 11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10. 31. 20:09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
제31회 이탈리아 리피처 콩쿠르 2위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이 지난 9월에 열린 제31회 이탈리아 리피처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다. 현재 19세인 김재원은 최연소 입상자에게 주어지는 영뮤지션상과 최종 본선에서 협연한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뽑는 퍼포먼스 위드 오케스트라상도 함께 수상했다. 바이올린 분야에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국제 콩쿠르의 하나인 리피처 콩쿠르는 한국인 중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강혜선이 30년 전인 1회 콩쿠르 때 1위를, 배원희가 지난 2007년에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갑작스럽게 콩쿠르에 출전하게 되어서 단기간에 많은 곡을 준비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저는 콩쿠르에 참가할 때 좋은 음악가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함께 연주하는 자리라는 생각으로 부담감을 갖지 않았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 참가할 콩쿠르는 조금 더 빈틈없이 준비해서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김재원은 결선에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47번」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작품64」를 연주했다. 특히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이기에 예선 통과 못지않게 시벨리우스의 곡은 꼭 연주하고 돌아가고 싶었다고. 
뱃속에서부터 어머니 김영희 선생(부산대 교수)의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자란 그녀에게 바이올린은 어쩌면 당연한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음악회에 가면 울고 마는 또래 아이들과는 다르게 김재원은 어릴 때부터 음악회에 가는 것을 가장 좋아했고, 그런 그녀에게 어머니 김영희 선생은 강요하기보다 친구처럼 바이올린을 접할 수 있게 이끌어 주었다. 여전히 그녀의 롤 모델은 어머니이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다 보면 자만해질 수 있는데, 언제나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어머니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당당하게 겸손해라’라는 것인데, 어릴 때부터 마음에 새기고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산예중·고를 거쳐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김재원은 음악춘추 콩쿠르 1위, 글로빌 전국 음악 콩쿠르 대상, TBC 대구방송 콩쿠르 1위, 중국 칭타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바 있으며, 다수의 음악회에서 초청 받아 연주회를 갖고 있다. 이렇듯 어린 나이에 이룬 화려한 경력 뒤에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 김재원의 성숙한 노력이 숨어있었다.

 


“거의 매일을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연습을 하는데, 가끔은 너무 외롭기도 하고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이 길을 선택한 이상 희생과 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제 음악을 들으러 오시는 관객분들도 차츰 생기니 제 음악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어요.”
현재 김남윤 선생을 사사하고 있는 김재원은 연주할 때보다 레슨이 더 떨린다며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렇게 항상 긴장감을 가지고 레슨을 받기 때문에 콩쿠르나 연주회에서도 대범하게 임할 수 있게 된다는 그녀는 이번 국제 콩쿠르에서도 짧은 기간 동안의 준비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 또한 한 번의 레슨도 소홀히 넘어갈 수 없는 김남윤 선생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저는 음악가로서 가져야 할 첫 번째 자세가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에게 화려해 보이고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보다 진실된 연주로 제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연주를 하고 싶어요. 하지만 콩쿠르에서는 테크닉적인 부분 위주로 심사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 두 가지를 조화롭게 이룰 수 있도록 공부해 나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연주 계획을 묻자, 어린 시절부터 발레를 배워 지금도 가끔 발레단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는 김재원은 내년 5월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와 함께 무대를 꾸미게 되었다며 들뜬 마음을 전했다. 또한 5월에 있을 무대에 앞서 1월에는 부산문화회관에서 MBC목요음악회에 출연하며, 3월에는 이탈리아에서 초청독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글_박진하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