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한국피아노복원연구소 대표·피아노 마이스터 김두회 / 음악춘추 2012년 10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10. 12. 10:10
300x250

 

한국피아노복원연구소 대표·피아노 마이스터 김두회
‘피아노 복원은 부가가치가 높은 작업’

 

나는 30대 후반 여성 피아니스트의 피아노입니다. 그녀가 중학생일 때 처음 만나 25년이란 시간을 함께 했지요. 하지만 그 세월 속에서 그녀만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의 하얗던 건반은 점점 노랗게 변했고, 핀홀이 넓어진데다가 해머의 상태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저에게 다시금 건강을 되찾아 주고자 저를 어디론가 보냈습니다.
지난 9월 초 서울 남현동에 위치한 한국피아노복원연구소에서 만난 한 피아노의 사연이다. 김두회 대표의 이 공방에는 복원 중인 이 피아노와 복원을 마친 두 대의 그랜드 피아노, 그리고 작업대, 낯선 기계, 두 대의 제습기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김두회 대표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날 그 피아노는 뚜껑과 프레임이 분리된 상태로, 핀과 현은 교체되었고, 빛 바랜 건반은 작업대 위에서 하얀 색을 되찾고 있는 중이었다.
“한 피아노를 20∼30년 정도 쳐서 망가지면 새로 구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계신 분이 많은데, 처음보다 더 좋은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피아노가 나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시력이나 치아가 안 좋아지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대부분의 경우 피아노가 망가지는 것은 내부의 핀, 해머, 크로스 같은 소모품이므로, 복원할 경우 20년 정도 더 사용할 수 있지요.”
덧붙여 그는 피아노 복원은 부가가치가 높은 작업으로, 피아노를 소유한 사람에게는 경제적이며, 기능면에서도 향상되고, 국가적인 낭비도 줄여주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현재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의 전담 조율사이며, 국내에 처음으로 피아노 복원을 도입한 그는 여전히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다. 1988년 예술의전당이 개관과 동시에 초대 전속조율사로 활동한 그는 예술의전당의 추천으로 1991년 독일 스타인웨이, 뵈젠도르프 제작사에서 기술 연수를 받게 된다. 그리고 1996년부터 십 수 차례 독일 및 미국을 방문해 조율뿐만 아니라 복원, 개조 기술을 습득하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나갔다. 이미 30년 가까이 쌓아 온 조율과 피아노에 대한 이해가 있었던 그에게 유럽 마이스터와의 교류는 그를 한층 더 성장시켰고, 1997년 한국피아노복원연구소의 문을 여는 밑거름이 되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수리, 부분 부품 교체 정도만 가능했고, 피아노 복원이나 개조에 대한 개념이 없었지요. 피아노가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여도 내부로 들어가면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국내에는 부품이 없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피아노 복원에는 오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합니다. 고급 기술, 좋은 재료, 악기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 피아노의 재탄생이 가능하지요.”


그는 일년에 평균 서너 대의 피아노를 복원하고 있는데, 피아노 한 대를 복원할 때 기본적인 부품만 교체할 경우 빠르면 3주에서 한 달 정도 소요되며, 더 복잡할 경우 두 달 정도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국내 유수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노를 개조했을 뿐만 아니라 세종문화회관의 피아노도 그의 손을 거쳐 갔다.
“제가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복원 기술을 습득하던 당시 복원 전문 마이스터들을 만나며 느낀 것이, 한국인은 창의적이고 섬세하며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잠재된 능력이 있는데도 차근차근 제도적으로 피아노 복원을 배울 수 곳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계절별 피아노 관리 요령에 대해 묻자, 우리나라는 여름에 장마로 습하고, 겨울에는 난방으로 건조해 피아노에 좋지 않은 환경이라며, 피아노가 있는 곳은 기본적으로 온·습도계는 꼭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온은 18도에서 20도, 습도는 50% 전후를 유지하는 것이 피아노에 가장 좋지만, 여름철 습도를 50%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므로 가능한 60%가 안 넘게 하고, 겨울에는 40% 정도의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내 온도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