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안균형
전문연주자로서의 삶에 집중
현재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가들은 학교에 출강을 하거나 연주 단체에 적을 두고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클래식계에서 오로지 연주 활동만으로 생활을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3년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라 보엠」으로 국내 데뷔무대를 치른 베이스 안균형. 그는 어느덧 데뷔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오페라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전문 연주자의 길을 걷고 있다.
“성악가가 오페라 가수로서 활동할 수 있는 수명은 그리 길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저에게 주어지는 무대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지금까지 오직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상황이 주어졌음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지는 한 연주자로서의 삶에 조금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서울대 음대를 마친 후 국립합창단의 상임단원으로 지내던 중 도이하여 브레시아 국립음악원을 수료하고 파르마 아카데미와 프랑스 툴룽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안균형은 1998년 밀라노 두오모 성당에서 오페라 「모세」로 정식 데뷔한 후, 그 동안 국립오페라단의 「라 보엠」, 「마술피리」, 「루치아」, 「이도메네오」, 서울시오페라단의 「심청전」, 「가면무도회」, 대구 국제 오페라 페스티벌의 「아이다」, 「리골레토」, 「라 보엠」, 일본 도쿄에서 공연한(지휘 정명훈) 「리골레토」 등 수십 편의 작품에 출연하였고, KBS 찾아가는 음악회, CBS 생명 콘서트 등 약 300여 회의 음악회를 가져왔다.
문득 이토록 수많은 음악회 중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그가 고심 끝에 선택한 작품은 2007년 세계적인 테너 주세페 자코미니와 함께 했던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이었다.
“주세페 자코미니 선생님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 축하 공연을 가지시면서 당시 성악을 공부하던 학생들에게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던 분이십니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목소리가 아니다’라며 저마다 선생님의 열렬한 팬이 되었지요. 저 또한 그런 학생들 중 한 명이었는데, 당시 제가 20년 후 자코미니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서게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어요?(웃음) 그렇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분과 한 무대에 올랐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어 그는 긴 시간 음악가로 활동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음악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인문계로 진학하는 학생들에 비해 진로가 빨리 정해지는 편입니다. 진로가 일찍 정해진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위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는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떠밀려 온 학생들은 뒤늦게 자신이 원하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굉장히 힘들어합니다.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지요. 저는 좋아하는 학생이 끝까지 음악가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음악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음악가의 조건이라 생각합니다.”
한편, 안균형은 10월 3일 오후 8시 세종 체임버홀에서 독창회를 갖는다.
이번 독창회에서 그는 작곡가 마르첼로, 볼프,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롯시니, 베르디의 작품과 더불어 흑인영가를 편곡하여 첼로(Vc. 배수희)와 협연하는 색다른 무대도 마련하였다.
“제가 베이스이고 키도 190cm인 장신이어서 처음에는 콘트라베이스와 협연하면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웃음), 아무래도 섬세한 표현이 조금 더 가능한 첼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오페라 무대에 주력하며 독창회를 자주 갖지 못하였는데, 이번 독창회에서 그 동안 보여드리지 못한 깊이 있는 예술가곡으로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들이 주를 이루지만 너무 무겁지 않도록 흑인 영가를 같이 구성하였고, 첼로 독주 무대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무대가 준비되어 있는 만큼 관객 분들이 편히 오셔서 즐기실 수 있는 음악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부인(소프라노 김수민)과 함께 꼭 한 번 두오 콘서트를 갖고 싶은 바람입니다.”
글_박진하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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