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가야금 연주자 정효성 / 음악춘추 2012년 6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6. 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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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연주자 정효성
다양한 장르 넘나들며 활동

 

지금도 가야금 연주자라고 하면 황병기 선생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지만, 1990년대에는 ‘황병기 열풍’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다. 그 시절 TV에서 황병기 선생이 가야금 타는 모습을 보며 반한 한 초등학생은 취미로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 배움은 전공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바로 정효성이다.
정효성은 서울대 국악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서울대, 부산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아시아금(琴) 교류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2006년, 2009년 가야금 독주회를 가졌으며, APEC 2005 정상 만찬 문화공연 가야금 독주, 수임당 가락타기 2006 USA 투어, 국악기와 서양현악앙상블을 위한 협주곡의 밤 협연 등의 무대에 선 바 있다.


“당시 부산에는 가야금을 하시는 분이 별로 없어서 일부러 멀리 가서 배웠던 기억이 나요. 사실 전공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께서 악기를 그만두고 공부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시니 서운하더라고요. 그래서 일주일 동안 고민한 끝에 전공을 하기로 결심했답니다.”
그래서 정효성은 부산예고에 진학했고 제3회 졸업생이 되었다. 예고 시절 국악을 하는 친구들보다도 서양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다는 정효성. 그래서인지 자신의 활동 영역을 국악으로만 한정짓지 않고 창작음악, 월드 뮤직 등을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산예고와 서울대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인 김진경, 조수현과 함께 가야금 솔로이스츠 줄(JUL)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지난 4월 22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있었던 “가야금 솔로이스츠 JUL 작곡가 시리즈 Ⅱ ‘백병동 줄 위에 소리를 빚다’”에 대한 이야기를 그 예로 들었다.


“그 날 무대의 마지막 곡이 「가야금과 현 합주를 위한 서완조」였는데 저와 다섯 명의 현악 연주자들이 함께 무대에 섰습니다. 그 연주가 끝난 후 백병동 선생님께서 제게 ‘클래식 음악은 듣는가?’라고 물어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클래식 음악을 일부러 듣진 않지만 국악고가 아닌 일반 예고에서 공부해 서양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이랑 많이 어울렸었고, 그 덕분에 클래식 음악가들과 작업할 때 도움을 받는 듯하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당연하다’며, ‘절대로 음악에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공감합니다.”
언젠가부터 개량 가야금이 유행처럼 연주되고 있다. 그래서 하루 연주를 위해 두세 대의 가야금을 갖고 가는 것이 익숙하다는 그녀는, 가야금의 경우에도 크로스오버를 할 때는 개량 가야금이 필요하긴 하지만 가야금 연주자로서 느끼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부 작곡가들의 경우, 12현 가야금부터 섭렵한 후 필요에 의해 개량 가야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25현 가야금이 평균율로 조율되어 있어 작곡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선호하는 분도 계시는 듯합니다. 그리고 12현 가야금보다 개량 가야금 작품을 대중이 더 선호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연주자로서 활동하다 보면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가야금이 아니라 하프같다며 이게 국악이냐고 의아해 하는 분도 계시지요. 그렇다고 해서 중국, 일본 등에 비해 국내 금(琴) 악기의 변화가 빠른 편도 아니고요.”
덧붙여 그녀는 지난 1월 홍콩에서 연주회를 가졌을 때 전통 가야금 작품과, 개량 가야금을 위한 작품을 골고루 선보였는데, 산조를 연주한 후 현지인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며, 전통적인 작품의 연주를 왜 조금밖에 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책에도 아주 재미있는 동화책이 있는가 하면 깊이 있는 학술 논문이 있듯이, 가야금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저는 서양 악기와 함께 하는 작업이 흥미로운데, 서양 음악가들도 국악에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요즘에는 ‘한국 사람이 작곡해서 한국 사람이 연주하면 그것이 한국 음악이다’, ‘양악, 국악 나누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말들을 하기도 하잖아요.”
그러면서 그녀는 “예전에 사람들이 피겨 스케이트에 관심이 없었지만 김연아 선수가 등장한 이후 스케이트를 배우고,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것처럼, 금(琴) 음악계에서 전통을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작업이 보다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정효성은 ‘가야금 솔로이스츠 JUL’이 두 차례 가졌던 작곡가 시리즈로 음반 녹음을 진행 중에 있으며,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11월에 독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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