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코치 및 전문 성악 반주자 이영민
궁극적 목표 실현을 위해 매진
“고등학교 시절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20-30년 후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3년 후, 5년 후 이렇게 목표를 스스로 세우고 정진하다 보면 그 목표가 꼭 실현되진 않더라도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잖아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보다는 한 명의 음악인으로서 인격적, 음악적 소양을 쌓길 바랍니다.”
현재 음악코치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성신여대 음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이영민은 부산예고 4회 졸업생이다. 그가 음악코치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대학생 때였지만 이미 그 전부터 솔로 공부 외에도 성악 반주에 흥미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선 그의 말처럼 고등학교 때 이미 20-30년 후 자신의 미래를 보기라도 한 것처럼.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서울로의 진학도 생각했지만 부산에도 좋은 예고가 있고, 부모님께서도 고등학교까지는 집에서 다니길 원하셔서 부산예고에 진학했습니다. 부산예고 시절 합창 반주, 입학식 축하 연주, 정기 연주회 협연 등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합창단 반주를 했다는 그는 노래 반주와 인연이 있었나 보다며 웃었다. 부산예고 재학 시절 독주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선배, 동기들의 성악, 기악 반주도 많이 했으며,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성악과 학생들의 반주는 물론 교수님의 독창회 반주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3학년 때 개교 20주년 기념으로 공연한 푸치니의 「라 보엠」 연습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은 것이 오늘의 자신을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추계예대를 졸업한 후 이탈리아 유학 길에 올라 오페라, 성악 반주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유학 시절 많은 성악가 교수님의 클래스에서 반주를 했는데, 그 때 단순히 반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악 발성, 호흡법, 프레이즈 처리, 가사에 의해 음악을 처리하는 방법 등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하시는 이야기들을 귀담아 들었습니다. 반주자인 저도 성악의 기본을 이해하고 있어야 성악가와의 작업이 수월하다는 생각에서였지요.”
이영민이 성악가들이 선호하는 반주자가 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유학시절 오페라 반주를 많이 했지만 귀국해 독창회 반주를 하면서 오페라보다는 독일, 프랑스 및 외국 가곡을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이제는 오페라보다는 가곡 쪽에서 더 큰 매력을 느낀다며 말을 이었다.
“50세가 되기 전에 슈베르트의 대표적인 연가곡을 모두 연주해 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오페라만이 아닌 모든 성악곡 반주를 잘 할 수 있는 것이 바람입니다. 욕심을 내보자면 후일 성악계에 괜찮은 반주자였다고 기억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기 발전을 이뤄야겠지요.”
그는 “예전에는 피아니스트로서 가능성 없는 사람이 반주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반주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음악을 들으며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음악이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을 했다. 그러므로 더 많은 레퍼토리, 작곡가의 특색, 음악적 지식이 있어야 성악 반주가 가능함을 강조한 그는 덧붙여, 음악을 음악으로만 표현하려 하지 말고 일상에서 자기 표현도 확실히 하는 법을 익히길 바란다며 후학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저는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음악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인들 중에서도 자기 주장이 뚜렷하신 분이 음악도 잘하신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설득시켜야 하는데, 어필할 수 없다면 좋아도 공감할 수 없지요. 일상에서도 근거 있는 자기 주장을 확실히 하고 생각을 말로 정리할 수 있다면 다른 이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감에 있어 수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뷰가 있었던 날도 독창회의 리허설을 마치고 온 이영민은 연주가 끊이지 않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무대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는 그는 많을 때는 연간 100회, 심지어 한 주에 5회 반주를 할 때도 있었다.
“주변 분들께서 저더러 그 많은 연주를 어떻게 소화하냐고 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무대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어요. 방학에는 아무래도 연주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오히려 방전되는 기분이더라고요(웃음). 제 독주 무대는 아니지만 성악가와 함께 음악을 만들고 청중에게 박수를 받고… 무대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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