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초대
한국원로교향악단 운영위원장 김영준
음악만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활동
어떤 분야에 오래 종사하여 나이와 공로가 많고 덕망이 높은 사람을 가리켜 ‘원로(元老)’라고 지칭한다. 초창기 열악한 환경에서 음악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열정을 받친 1세대 음악인들이 모여 만든 한국원로교향악단 역시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의 큰 어른으로서 그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창단된 한국원로교향악단은 그간 국내 교향악단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50인의 원로 음악인들이 친목도모와 한국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올바르게 정립하고, 아울러 이러한 음악적 전통을 새로운 음악세대에 전승시키기 위해 시작되었다.
이러한 그들의 열두 번째 정기 연주회(지휘: 여자경)가 6월 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한 뒤 제3대 운영위원장인 김영준을 만나기 위해 교향악단의 사무실을 찾았고, 간사 직을 맡고 있는 전용수(비바스트링 대표)가 자리를 함께 해주었다.
“이번 정기 연주회의 프로그램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서곡,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 G장조, K.216」(바이올리니스트 이문경 협연), 「교향곡 제40번 g단조 K.550」으로 구성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국내 교향악단들은 말러, 브루크너 등과 같이 대형 음악만을 연주하려고 하고 있는데, 큰 국가도 작은 가정에서 시작되어지듯이 뼈대와 같은 부분들인 하이든, 모차르트와 같은 음악으로 단단히 기초를 이루어야 순수하고 깊이 있는 음악을 할 수 있지요. 사실 모차르트와 같은 음악을 훌륭히 연주하였다면 진정한 대가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다가가기 수월하면서도 반대로 연주하기가 까다로운 음악이 바로 모차르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모차르트의 음악을 연주하면서 다른 여러 젊은 음악인들에게 방향성도 제시하고, 기본이 항상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해 주고자 이와 같이 기획하게 되었습니다.”(김영준)
그림의 크기가 크다고 하여 명작이라 칭하지 않듯, 꼭 큰 규모의 홀이나 오케스트라가 그 우수성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몇천 석 규모의 홀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연주자의 음악을 듣는 것이 꼭 최상의 연주를 감상하였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김 위원장은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음악회만이 훌륭하고 높은 수준의 공연이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 꼬집었다.
한국원로교향악단 구성원은 꼭 퇴직한 연주자여야만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50세 이상의 연주자라면 누구나 입단이 가능하다.
첫 정기 연주회에 대해 “우리나라 교향악 발전의 토대를 이룩한 1세대 음악인들의 노고로 그 시작을 알렸고, 원로 연주자 분들께서 평생동안 쌓은 음악적 노하우들을 모아서 창단 연주를 성공적으로 열었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린 김영준 위원장은 현재는 1세대 음악인들보다 자신과 같은 2세대 음악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는 3세대, 4세대 음악인들이 이 자리를 채워줄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다양한 경험으로 원숙해져 갈 때쯤 그 자리를 떠나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국원로교향악단은 노련한 음악적 표현과 해석을 할 수 있는 단체이며, 30년 이상 음악활동을 해온 분들이 주 구성원이기 때문에 말로는 다 못할 음악적인 풍부함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오케스트라이지요. 아무래도 비영리단체이다 보니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음악의 대한 열정으로 의견이 잘 합쳐지고, 단원들이 강한 의욕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에 임해 주어서 그런지 자연스레 주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김영준)
한편, 한국원로교향악단이 발전적으로 나아갈 때마다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는 전용수 간사는 점차 기업적인 논리로 오케스트라의 운영을 진행하면서 매년 오디션을 통해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는 시스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오랫동안 음악을 해오면서 마음이 아플 때가 많았어요. 물론 오디션을 통해 자극을 주고, 실력 있는 연주자들을 합류시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렇게 됨으로써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쉽게 뒤처져 버리고, 젊은 연주자들도 살아 남았다고 해서 안심할 것이 아니라 몇 년 후에는 바로 도태되어 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 과연 최선의 방법이냐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이 경제논리로서는 맞을지언정 문화논리로는 너무나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익성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춰 나갈 수 있겠지만 클래식은 결국 보존하고자 하는 것이거든요. 많은 이들이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등의 음악을 하는 이유도 고전을 보존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우리의 주된 임무라면 지금 현재의 운영 방식에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저희 한국원로교향악단에 입단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점점 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오케스트라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매우 안타깝습니다.”
덧붙여 전용수 간사는 한국원로교향악단은 대부분의 오케스트라가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모든 시스템이 움직이는 수직적인 체계의 단점들을 잘 알고 있기에 작은 것 하나까지도 오케스트라 운영위원회의 회의를 거쳐 결정을 한단다. 또한 연주가 끝나면 평가회를 열기도 하여 지난 연주가 어떠했는지, 앞으로 어떠한 연주를 선보일지 등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글_이은정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6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전용수 간사 & 김영준 위원장
김영준 위원장
전용수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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