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주)캐쥬얼클래식 대표 김지현 / 음악춘추 2014년 6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4. 9. 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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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주)캐쥬얼클래식 대표 김지현
발전 가능성이 있는 연주자를 발굴하여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사회양극화, 저출산 및 고령화, 실업률 상승으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가 심각해지고 사회적 욕구들이 다양해지면서 민간부문의 참여와 역할에 기대가 증대되고 있으며, 이에 민간부문의 대표적인 복지공급 주체인 기업들이 사회문제에 대한 책임의식 확대와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진정한 음악 퀄리티를 국내에 뿌리 내리고자 하는 이가 있다. 바로 (주)캐쥬얼클래식의 대표 김지현이다.
“제가 하는 일은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라며 웃어 보이는 김지현 대표는 요즘 시간을 쪼개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음에도, 이에 안주하지 않고 코리아뮤직파운데이션(Korea Music Foundation, 이하 KMF) 제2대 이사장으로 추대되었다.
KMF는 그간 수많은 한국의 저명한 연주자들을 세계 무대로 이끈 미국 뉴욕에 소재하고 있는 비영리단체로서, 1984년 공인된 후 30년 만에 이루어진 2대 이사장의 취임을 통해 색깔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함께 앞만 보고 달려온 김지현 대표의 인생 여정 및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자 서초동에 위치한 (주)캐쥬얼클래식을 찾았다.

 

 한국 젊은 음악인들의 등용문 KMF
“KMF는 한국의 연주자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뉴욕 데뷔의 장을 마련해 주기 위해 설립한 재단인데, 이러한 뜻깊은 일에 제가 함께 하게 되어 영광스런 마음입니다. 저는 전임 이순희 이사장님께서 쌓아 놓으신 명성과 본질적인 목표는 지키되 여기에 활동 영역을 보다 넓혀 꼭 외국에서 공부한 이들을 무대에 올리기보다는 한국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지만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좋은 연주자들을 발굴해서 그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과거 유학이 어려웠던 한국의 젊은 음악인들의 등용문이 되고자 설립된 KMF는 현재 전세계를 대표하는 음악인들의 장으로 성장해 링컨센터의 앨리스 툴리홀, 카네기홀의 파일홀, 머킨 콘서트홀 등에서 총 300여 회의 뉴욕 데뷔 솔로 리사이틀을 비롯하여 7회 이상의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오케스트라와 챔버 앙상블 데뷔 콘서트를 진행하며 눈부신 성과를 거두어 왔다.
이러한 KMF에 김지현 대표가 제2대 이사장으로 임명된 배경에는 그녀가 미국 링컨센터 챔버뮤직 소사이어티 국제 고문, 맨해튼 음악대학 및 콜번 스쿨 국제 이사로 한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다양한 행보를 펼쳐왔던 것과 더불어 성공적인 기획력, 외교 사절로서의 뛰어난 역량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지현 대표를 만나기 위해 찾은 (주)캐쥬얼클래식의 사무실 한 쪽 벽면에는 그녀와 함께 한 아티스트들의 사진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 이러한 사무실의 인테리어만을 보아도 그녀가 얼마나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느껴졌다.
앞으로 국가 지원을 확대시키고 외국의 합리적인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꾸려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김지현 대표는 현재 해외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이 자국의 아티스트들을 후원하게 함으로써 미국 내에서 비춰지는 영향력까지 고려하고 있단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개인 기부자들을 찾아다니며 후원을 부탁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정작 아티스트들한테는 큰 혜택이 주어지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제 능력 한도 내에서 음악의 퀄리티는 지키면서 아티스트들에게는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들의 뒤에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해 갈 생각입니다.”

 

사회공헌 활동은 내 삶의 모든 것
김지현 대표와의 인터뷰에 앞서 지난 2001년 본지에 실렸던 그녀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았다. 젊은 여성 대표로서의 당찬 포부가 기사의 단 몇 글귀에서도 느껴졌고, 당시에만 해도 생소했을 사회공헌 활동에 어떻게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과거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니 그녀는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것이 막 시작되어질 때라 제가 초창기 멤버로서 많이 부족했고, 하드웨어 방식으로 접근을 했었어요. 만약 지금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다가갈 것이라 대답할 수 있겠네요. 그 때 우리나라에는 사회공헌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기업 및 사회에 심어주고 각인시켜서 프로젝트를 만들어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으면 되고, 이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일이 한 학생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전보다는 책임감이 좀 더 무거워졌습니다.”라며 멋쩍어 했다.
요즘은 이전보다 훌륭한 사회공헌 단체가 많이 설립되고 있는 추세이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기업들이 사회봉사를 요구받고 또 자발적으로 이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되는 시대에 발맞춰 사회공헌에 대한 그녀의 인식도 점차 바뀌게 되었다는 김지현 대표.
“사실 좋은 컨디션으로 오늘 기자님을 뵈었어야 하는데, 어제 밤을 새서 작업을 하느라 그러니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얼마 전 링컨센터 측에서 방한해 저희 학생들의 공연을 지켜봤고, 그 중 첼리스트 한 명이 특별히 이들의 눈에 띄게 된 것이지요. 이 학생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확실히 결정되면 이 기쁜 소식을 전해 주려고 했고, 드디어 장학금을 수혜 받게 되어 오늘이 그 결과를 말해주는 D-day입니다. 그래서 어제 밤새워 그 학생의 공연 장면을 편집해 학교 측에 제출했고, 너무 일이 고되다 보니 힘들어서 내일로 미뤄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제가 몇 시간만 참으면 한 사람의 인생이 변하잖아요. 비록 몸은 힘들지만 그 학생을 떠올리면 너무나 행복한 마음에 피곤이 싹 가시네요.”
그간 사명감으로 김 대표가 발굴해 낸 장학생은 어느 덧 수백 명 이상이 돼 그 숫자를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이다. 그렇기에 김 대표는 ‘과연 이 학생들을 어디까지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잘못하면 결국 끝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원망을 듣진 않을까!’ 등등, 예전에는 미처 갖지 못했던 생각들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정말 재능 있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마음이 쓰이는 학생들이 1년에 한두 명씩 꼭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 제가 공통적으로 왜 이 학생들한테 요즘 흔한 말로 꽂혔는지 살펴보니 이들은 하나 같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비슷비슷한 경우를 많이 보거든요. 아마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눈길이 갔었던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아, 정말 행복한 발견이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지요.”
그래서 이제는 대대적으로 내세우는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닌 일상 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하루, 1년, 10년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진정한 사회공헌이 아닐까 한다는 그녀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김지현 대표의 방 한 켠에 눈길을 끄는 그림이 있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처음 대학교에 들어갈 때 사용했던 사인을 짐 정리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하였고,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지난 3월 6일, 직접 그림으로 그려 걸어두었다고 설명한다.
“저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참 재미있어요. 그 이유는 제가 특별하게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은 다른 분들이 저보다 더 훌륭하게 잘할 수 있으니 제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며,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어떠한 좋은 결과물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너무나 흥미롭습니다.”

 

아픔을 겪어본 자만이 진심으로 위로해 줄 수 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는 그 누군가의 입장에 서야 한다.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책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며, 흔히 남을 돕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부분 때문일 것이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성악을 전공하였는데 미국 유학 중 갑상선 암이 발견되었어요. 점차 혹이 커져서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때 제 성대를 다치게 되었습니다. 수술 후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있다고요.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당신의 목소리는 안 돌아올 수도 있다. 3개월 후에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다.’라고요. 그래서 저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도를 하며 그 3개월을 기다렸는데, 결국 목소리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하고 있어서인지 눈물도 나오지 않았고, ‘아, 내가 갈 길은 따로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부모님께서‘미국에서는 이미 잘 정착 돼 있는 것인데, 직접 현장에 나가 소외계층에게 도움과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아웃리치(Outreach)를 한국에 보급시켜 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셨어요. 목소리를 잃은 후 저는 혹여나 부모님께서 실망스러워 하시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하게 먼저 이러한 제안을 해주시고 서포트도 해주셔서 지금까지도 너무나 감사드려요.”
처음 김지현 대표가 유학을 떠날 때에도 그녀의 부모님은 한결 같았다. 미국으로 떠나는 딸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아버지는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너보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고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러한 부모의 당부가 현실화된 것이다. 자신이 만약 성악을 계속 했더라면 다른 이들의 고통을 몰랐을 것이며, 인생의 고민 또한 없었을 것이라 말하는 김지현 대표.
더욱이 그들의 삶에 들어가 함께 힘들어한다는 것은 결코 엄두도 내지 못하였을 것이며, 그저 단순히 ‘고통스럽겠다’에서 끝났을 것이라 이야기하는 그녀는 그렇기에 이러한 자신에게 찾아온 시련과 아픔이 감사하게 느껴진다고 전한다. 또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김지현 대표는 더불어 이러한 사명감 있는 일을 할 수 있음에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때에는 100%를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200%를 기대하기 때문에 정작 자신은 300%를 준비해 100%를 말한다.”는 김 대표는 예를 들어 한 명의 학생을 놓고 보자면,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준비를 하여 이 학생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통찰하여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음악 꿈나무들에게 관심을 쏟았다면 지금은 10대 후반부터 30대까지 훌륭한 연주력을 지니고는 있으나 안타깝게도 현실의 벽에 부딪쳐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젊은 음악인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단, 앞에 나서면 안 되고 항상 뒤에서 일을 해야지만이 그 연주자가 더 돋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늘 2인자가 됩니다. 그러나 젊은 연주자들이 연주력뿐만 아니라 좋은 인성을 가진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2인자로 뒷받침해줄 수 있음에 너무나 뿌듯합니다.”
이렇듯 젊은 연주자들에게 한없이 베풀기만 하는 김지현 대표이지만 큰 액수의 돈과 명예를 주더라도 한 가지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것이 있단다. 바로 연주력의 퀄리티다.
 아무리 전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연주자라 하더라도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연주를 하는 것보다는 비록 네임밸류가 낮더라도 최상의 연주를 선보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는 그녀. 그러한 소신으로 일궈낸 사업의 일환으로 김지현 대표는 매년 챔버뮤직투데이(Chamber Music Today)를 기획하고 있다. 어느 덧 올해 4번째 무대를 갖게 된 챔버뮤직투데이는 지난 2011년부터 세계 최고의 실내악단들만을 엄선해 현재 해외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정상급 실내악 연주를 국내에서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실내악 페스티벌인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 실내악의 가치를 국내에 소개하면서 우리 사회와 함께 새로운 문화로 창출해 나가고자 한다.”고 챔버뮤직투데이를 소개한 김 대표는 정작 본인도 처음에는 낯선 이름의 연주자들을 선입견을 두고 바라봤기에, 알려져 있지 않은 아티스트들의 공연은 잘 찾지 않는 국내 관객들의 인식을 이해하면서도 이제는 그러한 잘못된 마인드를 바꿀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챔버뮤직투데이에서는 물론 훌륭한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르기도 하지만 이 공연은 어떤 연주자가 무대에 오르느냐보다는 최고의 음악을 들려주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김지현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항상 최고의 실내악 무대를 보여 드렸기 때문에 관객들께서도 저를 믿어주고 계십니다. 그러한 증거로 항상 공연은 매진을 기록하고 있지요. 그래서 저는 계속해서 국내 관객들의 귀를 훈련시켜 인식의 변화를 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라고 전하며, 남다른 실내악에 대한 사랑을 내비쳤다.
또한 그녀는 챔버뮤직투데이를 진행하며 외국에 비해 50년 정도 뒤처진 국내 실내악을 업그레이드하고, 본질적인 클래식 음악을 전파하고자 하며, 이러한 것이 자신의 대에서만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글_이은정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6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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