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선생님 김민주 & 제자 윤성민 / 음악춘추 2014년 6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4. 9. 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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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선생님 김민주 & 제자 윤성민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알 수 있는 스승과 제자,
함께 의논하며 공부할 수 있게 되기까지

6월호의 인터뷰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문득 떠오르는 선생님과 제자가 있었다. 음악춘추 콩쿠르가 진행되던 지난 4월, 피아노 고등부 본선 때였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남학생과 선생님으로 보이는 여성이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니 지난 2월에 열린 스타인웨이 콩쿠르 때, 본선에 진출한 학생과 선생님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어 보았다. “어느 학교 학생이야.” “선생님?” “선생님은 대학을 어디를 나오셨나요.”…
학생은 인천예고에 다니는 윤성민이었고, 같이 꼭 붙어있는 친누나 같은 여성은 한양대를 졸업하고 비엔나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김민주라는 피아니스트였다. 윤성민 학생의 성적은 3등이었다(피아노 고등부 참가자 140명). 그런데 약간의 도움(?)을 준 나에게 문자가 왔다(벽에 붙은 등수를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3등이에요.” 누구나 1등을 기대한다. 실망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문자의 뉘앙스는 나에게 이상한 신선함을 주었다.(요즈음 콩쿠르의 추세는 음악을 전공하는 남학생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어린 학생들의 수준이 대단해 심사위원들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한다) 윤성민 학생과 김민주(인천예고 경기예고, 덕원예고, 고양예고 출강) 선생은 어떤 사람일까 알고 싶어진다. 그래 이번에는 3등을 수상한 학생과 선생님을 취재해 보자 결심하게 되었고, 다음과 같은 메일을 김민주 선생님으로부터 받아 실어본다.

 

김민주 선생님의 피아노의 시작 그리고 학창시절, 유학시절이 궁금하네요?
너무 어릴 때라서 잘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한글을 배우기 전에 어머니께서 직접 피아노를 가르치셨다고 합니다.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는 피아노를 전공하신 이모에게 레슨을 받기 위해 차로 왕복 4시간이나 걸리는 먼 거리를 매주 싫다는 투정 없이 열심히 다녔고요. 어려서는 연년생인 여동생과의 경쟁에서 지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이모의 소개로 레슨을 받았던 이강옥 선생님을 한양대학교에 입학해서 첫 학기 ‘바로크 건반음악’수업 때 수업강사로 다시 뵙게 되었는데, 정말 놀랐고, 어렸을 때 ‘둘리’라는 별명까지 기억하시며 “민주야! 이렇게 다시 만나니 너무 반갑다.”라고 환하게 웃어주시던 선생님과의 재회가 기억나네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선생님의 권유로 ‘예원학교’에 시험을 보려고 준비했었지만 그 당시에 너무나도 싫었던 하논의 스케일 때문에 예원 시험을 과감히 포기해버렸어요. 그리고 예고진학을 할 때에도 경기도 연천의 부모님 곁을 떠나서 고모님 댁에서 가까운 선화예고를 갈래, 이모 댁에서 가까운 인천예고를 갈래라는 물음에 저는 고모보다는 편한 이모가 좋아서 인천예고를 선택하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때 당시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이런 선택이 얼마나 신중해야 했던 것인지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인천예고를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어요. 제가 인천예고를 다닐 때에는 학교가 설립된 지 얼마 안 돼서 어수선했었지만,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면 예고 때의 선생님들, 친구들과 즐거웠던 시간들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아 있어요. 예고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에 입학을 한 후 훌륭하신 교수님 밑에서 실기 수석를 거의 놓치지 않았고, 여러 가지 연주와 해외연수, 4학년 때에는 음악대학 전체학생 중 단 한 명만 뽑혀갔었던 뉴욕 카네기홀의 연주 등, 이것저것 바쁘고 나름 보람되었던 대학 생활이었어요. 그리고 대학교 때부터 꿈꾸던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의 짧지만 굵었던 유학생활을 마무리하고 지금은 후학 양성에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생각나는 스승님 혹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스승님이라면요. 그리고 어떤 면에서 스승님이 좋았는지요?
여러 좋으신 선생님들께 배웠기에 제가 현재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래도 제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고 지금까지도 제게 큰 힘이 되어주시는 분은 현재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학장으로 계신 문현옥 교수님이십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도 제게는 제일 소중하고 값집니다. 문현옥 선생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어머니’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레슨시간엔 엄하게 가르치셨지만, 레슨시간 외에는 정말 자상하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자식처럼 제자를 대하며 아껴주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대학을 다닐 때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마다 제일 먼저 생각이 납니다. 물론 음악적으로도 선생님의 레슨은 한 번 한 번이 너무 좋았고, 소중한 기억이에요. 레슨을 받는 당시에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 때의 그 음악적 가르침 덕분에 지금 제가 학생들, 그리고 성민이를 이렇게 지도하며 이끌어 나갈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윤성민 학생과의 첫 만남 그리고 어떻게 가르쳤는지 궁금합니다.
성민이가 제게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왔을 때는 지금 이렇게 성장한 성민이를 상상도 못해 볼 만큼 너무나도 초보적인 실력이었어요. 제게 오기 전까지는 동네의 가까운 피아노학원에서 연습한 게 다였을 정도로 전공을 결심하기에는 많이 부족했었죠. 그렇지만 평소에 연주자의 영상을 자주 보고, 음악을 좋아한다는 성민이의 마음에 이끌려 성민이와 피아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직 중학생이고,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흥미유도 위주로 곡을 주고 레슨을 했어요. 본인이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던 피아노도 막상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니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은 없어지고, 지겨워하고 뺀질거리며 연습도 성의있게 해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 두 분을 모두 모셔놓고 더 늦기 전에 진로를 바꾸자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때부터 성민이가 마음을 다잡더니 레슨 때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그 때가 아마 중학교 2학년 말쯤인 것 같아요. 남학생이라서 테크닉적인 면은 별 어려움 없이 잘 해 냈는데, 문제는 소리를 내는 방법과 그 소리를 가려내고 본인 음악을 듣는 트레이닝이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소리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며 본인 소리를 듣는 연습을 많이 시켰지요. 그리고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어깨와 팔, 손목, 손등까지도 너무 부자연스러웠기에,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했고,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많이 유연해진 것 같아요. 이 모든 문제점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면서 음악을 만들고 그것을 무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과제가 생겼어요. 성민이가 성격이 소극적이고 여려서 무대 위에서 대범하게 표현을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성민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여러 가지 방면에서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인 표현을 하는 연습들을 많이 시켰어요. 아직 제가 100% 만족하진 못했지만 지금은 많은 발전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고등학생이 되어서부터는 독서도 많이 하게 하면서 연주회도 같이 다니고, 등산·여행 등 많은 경험을 함께 하며 음악을 더욱 폭넓게 표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여러 가지들을 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어요. 예를 들면 베토벤의 「전원 소나타」를 표현하기 위해 직접 산과 골짜기, 시골풍경들을 보고 그런 풍경을 보면서 「전원 소나타」를 들어보는 등, 이런 경험들을 함께 하면서 음악을 연습에만 치중되지 않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성민이가 제 눈빛만 봐도 기분을 알아낼 정도로 많이 가까워졌고,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레슨보다는 함께 의논하며 음악을 만들어 가는 레슨을 하고 있습니다.

 

윤성민 학생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요?
제가 아끼는 제자이기에 당연히 기대치가 높죠. 구체적으로 어떤 콩쿠르에서 입상을 하고, 어느 대학을 가고, 하는 등의 기대도 있겠지만 성민이가 지금처럼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연주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성민이가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 어렵고 소외된 친구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어 줄 거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그리고 성민이가 저와 한 약속 중에 나중에 성공해서 선생님께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선물해 주겠다고 한 것이 있는데, 그 약속을 못 지키기더라도 항상 노력하고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6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사진_김문기 부장

<김문기의 포토랜드>

 

 

선생님 김민주 & 제자 윤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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