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초대
피아니스트 김정원
‘모차르티아나(Mozartiana)’
섬세한 감성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음색과 강렬하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함께 가지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손꼽히고 있으며, 일본 및 유럽과 미국의 무대에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는 그는 피아노 신동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특별 출연하여 직접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기도 하였으며, 2009년부터 2년간 예술의전당 〈청소년 음악회〉의 해설자로도 활동함과 동시에 경희대 음대 피아노과 교수로 초빙되어 후진 양성에도 열의를 보이고 있고, 끊임없이 다양한 공연과 음반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한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이끄는 ‘김정원과 친구들’이 ‘모차르티아나(Mozartiana)’라는 주제로 5월 1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모차르트의 곡을 선보인다.
‘김정원과 친구들’은 2006년,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그의 음악 친구들과 함께 한 공연을 시작으로 대표적인 클래식 공연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2013년 ‘슈베르티아데’에서 전곡의 슈베르트 곡을 다양한 편성의 실내악으로 선보여 실내악 공연으로서 한층 성장했다는 반응을 얻었으며, 올해는 그 여세를 몰아 ‘모차르티아나’라는 주제를 선택했다.
‘실내악’이라는 형태를 보다 풍성하게 확립한 모차르트이기에 작년에 이어 한층 성숙해진 프로그램이 필요했던 올해 공연에 모차르트는 더없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지난 해 슈베르트의 작품으로 구성한 공연이 앙상블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면, 올해는 모차르트의 작품만으로 실내악의 맛과 멋을 그려낼 예정이다.
이번 김정원과 함께 무대에 서는 연주자들은 그 누구보다 모차르트를 사랑하는 젊은 연주자들로, 특히나 실내악에 정평이 난 연주자들이 김정원과 함께 한다. 이들이 바로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피아니스트 김태형, 그리고 콰르텟 크네히트(바이올린 수석 임가진, 바이올린 김덕우, 첼로 수석 주연선, 비올라 이수민)이다.
김정원과 김태형은 함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 C장조, K521」을 연주하며, 김수연은 김정원, 김태형과 각각 「바이올린 소나타 제21번」과 「제18번」을 연주한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C장조, K467」로 김정원과 콰르텟 크네히트가 피아노 5중주로 연주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곡가 김택수가 편곡했다.
따스한 햇살이 우울한 기분마저 해소시켜 주는 어느 봄날, 김종영 미술관에서 “소박하고 따뜻한 모차르트 실내악의 매력을 선사할 것”이라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을 만났다.
‘김정원과 친구들’의 출발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김정원과 친구들’ 공연은 이번이 8번째 무대인데요. 처음에는 단순히 일회성으로 하우스 콘서트와 같이 관객들과 편하게 즐기고 싶어 준비하여 출발하였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지금까지 오게 되었네요. 그래서 다양한 장르도 선보여 보고 여러 컨셉을 잡아 공연해 보기도 했었는데, 다행히도 점점 ‘김정원과 친구들’이라는 콘서트 브랜드가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도 발걸음하기 쉬운 공연으로 발전되다 보니까 클래식 음악을 알리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진지한 프로그램으로 구성을 해보자 했고, 그러한 계기로 저의 제2의 고향인 비엔나와 관련된 작품을 몇 해간 가져오다가 작년 슈베르트의 곡으로만 이루어진 무대를 만들고 싶어 ‘슈베르티아데’공연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김정원과 친구들’은 처음부터 그 틀을 정해 놓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까 멤버 구성이 먼저 된 후에 이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정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반대로 기존의 곡을 멤버에 맞게 맞춰 편곡 작업을 하기도 하여 오히려 지금껏 아셨던 모차르트의 음악이 아닌 새로운 편성으로 신선한 컨텐츠라고 느끼게 되실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저와 함께 하는 친구들도 재미있게 준비를 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번 공연에 함께 할 ‘친구들’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친구들이라고 하기 미안할 정도로(웃음) 저와는 한참 후배들이자 훌륭한 동료들입니다. 피아니스트 김태형 군 같은 경우는 그 친구가 아주 어릴 적에 제 제자는 아니었지만 가끔 음악적으로 조언을 해준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직까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이번 공연의 4핸즈 연주를 통해 포지션적으로 아무래도 밀착되다보니 친밀도가 높아져 왠지 이전보다는 막역한 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작년 임동혁 군과 슈베르트의 곡으로 4핸즈곡을 연주하였을 때도 원래부터 친한 사이였지만 더욱 친밀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어쩌면 태형 군과 정말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네요(웃음).
또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씨는 훌륭한 연주력과 성품을 동시에 지닌 음악인인데요. 예전부터 꼭 한 번 함께 무대에 서보고 싶었던 연주자였습니다. 작년, 슈베르트의 곡으로 클라라 주미강과 듀엣 연주를 하였기 때문에 올해의 피아노 4핸즈와 바이올린 듀엣은 작년과 각기 다른 연주자와 같은 장르를 연주하게 되어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많은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콰르텟 크네히트는 서울시향의 멤버들로 구성된 실내악팀으로, 개개인이 정말 훌륭한 연주력을 지녀서 이번 연주는 소규모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느낌으로 협주곡을 연주하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제 생각에 이 연주가 끝나고 나면 퀸텟 버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연주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에 인간적으로도 유쾌한 분들이라 같이 연주를 준비할 수 있음이 너무 행복합니다.
김정원 선생님께서는 실내악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확실히 실내악을 해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표현할 수는 없어요. 반면에 같은 음악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다른 이들의 음악을 공유할 수 있게 되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양보하고 협력해서 맞춰야 하는 완성물의 성취감은 혼자 만들어 내는 것과는 또다른 성취감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내가 혼자서 원했던 것과는 조금 달라져 있을지라도 ‘아, 이렇게 색다르게 바뀔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고요. 아무래도 저는 피아니스트이니까 대부분 무대에서 혼자일 때가 많은데, 이렇게 공동 작업을 하니까 연습을 마치고 다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수도 있고(웃음), 이런 저런 작품 이야기도 나눌 수도 있는 이러한 과정들이 저에게는 색다른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영화 출연을 계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되셨는데,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는 클래식 음악가라면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바람일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공연을 하거나 음반을 발매하려면 연주자 스스로의 성취감을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수요가 있어야 하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지요.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부분은 문명이 발달하며 다양한 문화 사업이 쏟아져 나오면서 클래식 음악이 대중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엔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요즘은 화려한 공연에 눈길이 많이 가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이러한 부분에서 큰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클래식 음악은 고갈되지 않는 컨텐츠, 즉 몇백 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클래식 음악을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분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와 나만의 음악을 깊이 연구하고 발전하는 것, 이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대중화가 되기 위해서 나를 바꿔가면서까지 가벼운 음악으로 접근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원하지 않거든요. 궁극적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청중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을 맞춰 가는 작업, 그 차이를 줄여 가는 작업이 저에게는 중요한 일일 것 같습니다.
그간 많은 공연을 이어 오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기억에 남는 무대가 많다 보니 하나를 꼽기에 힘이 들지만 요즘과 비슷한 시기였던 2010년 4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렸던 쇼팽 페스티벌에서 리사이틀을 했을 때였어요. 그 때 쇼팽의 「소나타 제2번 ‘장송 행진곡’」을 연주했었는데, 저 또한 쇼팽의 교향에 와서 그의 작품을 연주하자니 몰입이 잘 되어서 그간 많이 연주했던 레퍼토리였지만 후회 없이 쏟아내 연주했다는 느낌이 들었었지요. 그렇게 무사히 연주를 마치고 무대 뒤로 돌아오니 한 중년의 여성 분이 저를 찾아오셨고, 그분은 제게 “내가 이 쇼팽의 곡을 평생 동안 50회도 넘게 들었는데 오늘 당신의 연주는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잠시 후 현지 스태프는 제게 그분은 폴란드의 영부인이시라고 귀뜸해 주었고, 저 또한 깜짝 놀랐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폴란드 대통령 부부가 탑승한 비행기가 추락해 승객 전부가 세상을 떠난 끔찍한 사고가 있었고, 놀란 마음에 찾아보니 탑승자 명단에 그 영부인이 계셨더라고요. 마침 제가 일전에 들려드렸던 곡도 ‘장송 행진곡’이다 보니 충격이 가시지 않아 한 동안 무대에서 그 곡 연주를 쉽사리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글_이은정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5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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