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초대
피아니스트 옥사나 야블론스카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로 선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는 최근 모스크바 중앙음악학교와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 파리 롱티보 피아노 콩쿠르, 리우데자네이루 피아노 콩쿠르, 비엔나 베토벤 피아노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바 있는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옥사나 야블론스카야(Oxana Yablonskaya)를 음악원 피아노과 초빙교수로 임용했다고 밝혔다.
1979년부터 1982년까지 뉴욕 매네스 음악대학 피아노 교수를 지내고 1983년부터 2008년까지 줄리어드 음악대학 피아노 교수를 지낸 야블론스카야는 이 밖에도 뉴욕 Yamaha Master Classes 예술 고문위원, UN International Academy of the Arts 명예 예술위원, 샌프란시스코 International Academy of the Arts 명예 예술위원, 모스크바 the Russian Academy of Sciences의 the Independent Academy of Liberal Arts 명예위원을 역임했으며, Outstanding Achievement in the Arts 아인슈타인 메달, Schubert-Liszt Transcriptions 디스크 그랑프리의 수상자이기도 하다.
한예종 내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야블론스카야 교수와의 첫 만남은 카리스마 있는 마스크와 풍채 덕분에 쉽사리 다가갈 수 없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따스한 그녀의 면모와 제자를 아끼는 마음이 느껴졌다.
야블론스카야 교수는 모스크바에서 태어났으며, 5세 때 중앙음악학교에 입학하여 아쉬케나지와 함께 숨바티안 선생을 사사하였고, 16세에는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서 수학하였다. 또한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재학 시에는 러시아 피아노 스쿨의 중요한 계보 중의 하나인 골덴바이저 클래스에서 연주력을 키웠다.
작곡가의 음악세계를 폭넓게 공부하기 위해 음악원에서 지휘 공부도 겸한 그녀는 졸업 후 러시아에서 리히터와 나란히 공훈예술가로 인정받으며 러시아 전역에서 연주활동을 하였다.
“대학교 1학년 때 실력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여 강의를 할 수 있게 했는데, 제가 그 자리에 추천되어 17살 때부터 티칭을 시작하였고, 우수한 국제 콩쿠르에서 수 차례 입상하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말, 그러한 명예를 뒤로 한 채 구소련을 떠나 자유로운 연주자의 길을 걷기 위해 미국 뉴욕에 정착했지요. 그렇게 어렵게 뉴욕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링컨센터와 카네기홀 등지에서 연주를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계획을 짜던 야블론스카야 교수는 현지 매니저에게 앞으로 연주자와 교수직을 병행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구소련에서는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만나는 것을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하고 연주자와의 병행이 당연시 되어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 후 1983년, 야블론스카야 교수는 쟁쟁한 국제 콩쿠르 우승자들을 제치고 줄리어드 음대 교수로 임명되었다. 그렇게 교수라는 직함을 갖고 제자를 양성하면서 연주가로도 활동하는 동시에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명성을 날리게 되었고, 1981년에 동남아시아 순회 연주를 위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었단다.
또한 줄리어드 교수 시절부터 한국 학생들을 만났었기 때문에 한예종에서의 생활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옛 제자들과 조우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는 그녀는 “전세계를 다니며 학생들을 가르치긴 하였지만, 김대진 교수님께서 한예종에 와 주셨으면 한다고 직접 부탁을 해오셔서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초대였거든요. 처음에는 타국에서의 생활이 걱정되기도 하였지만 다행히 현재 제게 가르침을 받고 있는 한국 제자들도 있고, 예전 줄리어드에서 가르쳤던 제자들도 만날 수 있어 편하고 기쁜 마음으로 학교 생활에 임하고 있습니다.”라고 한국 생활을 전했다.
그리고 물론 학생들의 레벨이 나라마다 다르지만, 특히 이 곳 한예종의 수준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고, 음악적인 언어의 이해력 또한 뛰어나며, 음악 이외의 부분들까지도 칭찬해 줄 부분이 많다고 말하는 야블론스카야 교수.
“지금의 한예종 제자들은 레퍼토리를 정해 놓고 있지 않으면서 다양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 선생으로서 기쁜 마음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계속해서 음악에 대한 발전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레슨에 앞서 악보의 내용을 제대로 준비해 와 해석력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어 흐뭇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김대진 교수님께서는 제가 줄리어드 음대에 재직할 당시 학생의 신분이었는데 이렇게 교수님으로 뵙고 보니 여러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 내시는 모습을 보고 저 또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덧붙여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일에도 젊었던 지난 시절보다 음악적인 지식과 세월이라는 노하우가 쌓이게 되었으니 이러한 것들을 제자들한테 모두 전해 주려는 사명감으로 제자들이 연주자로서 가는 길을 끝까지 이끌어주고 싶다는 야블론스카야 교수는 나아가 음악적인 부분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항상 학생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글_이은정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5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사진_김문기(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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