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대담
현악의 교육과 전망
일 시: 2014년 5월 9일(금) 11시 30분
장 소: 예술의전당 음악당 지하 1층 카페 심포니
진 행: 김시형(명지대 음악학부 교수)
패 널: 김정현(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출강)
김 훈(한국재능개발연구회 서울지부장, 목동 온누리음악학원 원장)
서아진(계원예술고등학교 현악과 전임교사)
정준수(경희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악기군들 중 가장 많은 특성을 공유하고 있는 현악기는 음역이 가장 높은 악기부터 가장 낮은 악기까지 매우 비슷한 음색을 갖고 있으며, 악기군 자체의 음역, 그리고 셈여림의 폭 역시 넓다. 또한 다양한 주법과 효과를 낼 수 있으며, 호흡의 제약이 없기도 하다. 이러한 특징들 덕분에 비르투오소적인 면이 있는가 하면 앙상블에서 빛을 발하는 악기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음악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현악계는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진단해 보고, 저변 확대와 전공자의 진로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 본다.
***현악 교육 인구의 저변 확대
김시형_ 오늘이 네 번째 시간인 이 특별대담은, 일년 기획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각 장르별로 음악계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6월호의 주제는 “현악의 교육과 전망”입니다. 저는 작곡을 전공했기 때문에 현악계에 대해 한 발 뒤에서 바라보는 관점으로 이번 시간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현안이 되고 있는 것은 음악 인구의 감소인데, 그러한 현상은 이미 피아노에서 시작되었고, 현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예로, 예술고등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이 줄고 있다고 하지요.
저는 이번 시간에 전공자만이 아니라 비전공자까지 연계로서의 문제점부터 짚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먼저, 현재 예고의 교사로 재직 중이어서 이 문제와 가장 관계가 깊은 서아진 선생님이 화두를 던져주신 후 연주 활동을 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서아진_ 네. 김시형 선생님 말씀처럼 현악 인구가 많이 감소했습니다. 지금 현악 인구는 제 학창 시절의 반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고, 실제로 강사 선생님의 수가 학생 수의 2~3배일 정도로 학생이 많이 줄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우선 제가 공부하던 시절보다 경제상황이 훨씬 좋지 않고, 음대를 졸업한 후 취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나마 현악기는 오케스트라에 취직할 수 있어 다른 악기 전공자보다는 다소 나은 형편이지만 국내의 오케스트라 수가 많지 않은 실정이기에 취업에 있어서 어려움이 큰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김시형_ 모든 현안이 다 그쪽으로 귀결되더라고요. 요즘 대학가에서도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손에 꼽을 만한 큰 음악대학들의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해체입니다. 이것이 모두 서아진 선생님 말씀처럼 취업률, 경제 상황 등과 관계가 있지요.
현재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계시는 정준수 선생님께서는 대학에서 배출하고 있는 인재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해 쉬고 있는 현실을 보실 때 어떠신지요?
정준수_ 요즘에는 학교 서열화가 화두이지 않습니까? 학교 간 경쟁을 통해 점수를 내는 식의 평가는 예술계에게 치명적인 시스템입니다. 저도 음대 학장으로 재직했었는데, 학장 회의 중 낯을 들 수 없는 때가 바로 취업 관련 회의였습니다. 사실 음대 졸업생 중 순수하게 오케스트라에 취직해서 취업률이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다른 쪽으로 직업을 얻는 졸업생들 때문에 취업률이 올라가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취업률의 경우 그 해에 졸업한 학생의 취업률만 반영되어 더 낮기도 하고요.
김시형_ 결국 음대가 무너지면 음악인의 수가 더욱 줄어드는 것은 기정사실이지요. 특히, 대학의 취업률 통계와 관련해, 2월 졸업생들에게 6월에 4대보험이 적용되는 회사에 취업을 하라는 것은 음악을 포기하라는 뜻이 되는 것이고요. 저희 학교에서도 교육부와 함께 진행하는 특성화사업이 있는데 관계자 분들께서 음대의 특성을 고려하겠다는 말은 늘 하지만 달라지진 않더군요.
김훈 선생님께서는 현재 학원을 운영하고 계시니 전공자뿐만 아니라 비전공자의 수요도 아실 것 같은데 현재 어떤 상황이라고 보시는지요?
김훈_ 음악 전공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음악을 하는 인원, 바이올린을 배우는 인원의 확보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학원은 시간 제한이 있고, 학생들이 다른 교과도 배워야 하기 때문에 주요 과목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음악까지 신경 쓸 틈이 없어요. 그리고 출산율이 낮다 보니 아이들의 수가 줄어 전공하는 학생의 수도 줄어드는 듯합니다. 여러 가지 교육적인 환경이 개선되어야 학생들이 바이올린이든 첼로든 공부할 수 있겠지요.
서아진_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일반 중·고등학교에서 음악, 미술과목을 ‘우수·보통·미흡’ 3가지 단계로만 간략하게 나누어 평가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김시형_ 네. 교직과목을 이수한 음대 학생들이 교생 실습을 나가서 무엇을 하냐면, 시범 수업을 한 번 정도밖에 못하고, 그 외에는 자습 감독만 한다는 것입니다. 음악 수업이 자꾸 축소되고 있는 것이 문제이지요. 그런 문제는 제가 지난 4월호 주제였던 “피아노 교육과 전망”에서도 말했지만 나중에 이 대담에 교육부 관계자도 패널로 섭외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김정현 선생님께서는 연주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현장 상황은 어떠한가요?
김정현_ 제 연배되는 음악인들끼리 모이면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막차 탔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요즘 유학을 떠난 사람, 그리고 유학 후 들어오는 사람들의 앞으로의 상황도 문제지만 현재 공부하고 있는 중, 고등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더 문제는 현재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의 실력이 과거 세대의 그 나이대실력보다 훨씬 높고, 잘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은데 그 연주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쉽게 노출되다 보니 학부모들이 지레 겁을 먹고 자녀에게 감히 음악을 시킬 생각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시형_ 네. 우리나라 젊은 친구들이 국제 콩쿠르를 휩쓸고 있는데, 그렇게 뛰어난 음악도들이 외국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한국에 오면 결국 기존에 한국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은 그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정준수_ 김정현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겁이 나 전공을 못시키는 부모님도 있지만, 반면에 자녀를 전공시키는 부모님은 굉장히 적극적이십니다. 이왕 하는 것이라면 1등을 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있어요. 처음부터 부모님이 자녀에게 “너는 음악을 전공해서 장영주처럼 되어야 한다.”고 말하니 그 학생 스스로 발전이 없으면 중간에 그만두는 일도 있지요.
저는 기본적으로 음악을 좋아서 하는 저변 인구가 확대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과 같이 대학에 진학할 때 악기를 해야 하는 것처럼요. 음악을 하면 인생이 풍요롭고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고, 일단 악기를 다룰 줄 아는 학생들이 많아야 하며, 그 중에서 뛰어난 학생들은 전공으로 갈 수 있는 것이지요.
김시형_ 초등학교 방과 후 특기 적성 수업을 하는 곳에서 이러한 이야기들을 권장, 유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결국에는 공교육에서 도와주는 것이 맞는 거네요.
서아진_ 지금은 소통과 공감이 필요한 시대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음악의 영역에서 현악 앙상블은 상호간의 협력이 가장 요구되며, 현악기는 연주자 간의 소통과 공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매개체입니다. 앙상블에서 많이 사용되는 현악기는 상대방의 소리를 듣고 서로 조율하며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니까요. 피아노는 그 자체로 우주가 될 수 있지만, 현악기는 모여야 우주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을 방지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는 사회 구성원들의 감정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대단한 사회적 감정 정화 능력이 클래식 음악, 특히 현악 앙상블에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요구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클래식 음악의 올바른 대중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공자로서 소위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한다는 공연을 바라볼 때 다소 우려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해설, 검증된 해설이 선행되어야 하며, 크로스 오버보다는 정통 클래식 프로그램으로 대중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며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훈_ 저는 학원에서 미취학 아동들도 지도하다 보니 바이올린, 첼로를 악기 외적으로 인간 교육의 매개체, 교구로 생각해서 아이들의 인성을 기를 수 있는 방향을 더 연구하며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런 교육을 해보니 아이들의 성격이 밝아지고, 적극적으로 변하는 것이 확실히 느껴지거든요. 아이들이 음악을 잘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하고, 인성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연구하며 지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김시형_ 사담이지만, 제가 딸이 둘 있는데, 첫째는 바이올린, 둘째는 첼로와 피아노를 취미로 배우고 있어요. 국내 한 시향의 수석으로 활동하시는 분이 개인적으로 개포동 쪽에 초, 중, 고생을 대상으로 만든 앙상블 단체가 있는데 제 첫째 딸이 거기에서 1년 반 동안 배운 후 초등학교 오케스트라에 입단했습니다. 지금 김훈 선생님 말씀처럼 저희 딸도 앙상블을 하면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남의 소리를 들을 줄 알게 된 것이지요. 자녀들에게 악기 교육을 시켜 보니까 그런 점은 정말 좋아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악 선생님들께서 이런 것들을 교수법, 방법론에서 해결해 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김정현_ 그런데 저도 자녀를 키워본 입장이지만, 음악인들의 이러한 순수한 생각들을 일반 학부모들도 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음대에 진학할 학생이 아니라면 당장의 내신, 수능 점수가 필요하니까 음악에 관심을 갖지 않아요. 그나마 음악을 공부하는 것도 초등학교까지지 중학교에 진학하면 다 그만둡니다. 중학생 때부터는 취미로 음악을 공부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외국 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만 계속 악기를 배우지요. 제 주변에도 보면 유학을 다녀온 재능있고, 잘하는 분들이 외국인 학생들의 레슨을 많이 합니다. 생각보다 그 수요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김시형_ 네. 제가 방금 말씀드린 앙상블도 초등학생은 개포동 쪽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중, 고등학생에서는 외국인 아이들입니다.
김정현_ 그런 순수한 생각은 일반 학부모님들도 하진 않고, 일반 학생들이 취미로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아까 정준수 선생님 말씀처럼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될 경우에나 가능할 것입니다. 수시 모집에 그런 요구 사항이 있거나 입학 사정관제가 있으면 음악의 저변 인구가 살아나겠지요.
서아진_ 네. 그런 것들이 공교육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개개인이 모두 사교육을 따로 받아야 해서 학부모들의 부담이 클 것입니다. 사실 음악인들이 교육부를 좋게 보지 않지만 교육부에서도 애쓰는 부분들이 많이 있어요. 제가 알기로는 방과 후 특기수업을 통한 음악교육 장려 및 수많은 초등학교에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통해 학생들의 인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키우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더불어 오케스트라를 실제로 지휘해야 하는 일반 학교 선생님들을 따로 모셔서 특별히 지도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지난 2월에 선발되어 다녀왔습니다만, 음악교사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일반학교 음악교사들을 선발, 러시아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으로 보내어 선진 음악교육을 배우게 하는 등 교육부에서도 음악계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악 교육법 및 지도자 양성의 필요
-개인지도 및 그룹지도에 대한 교육 방법
김시형_ 그러면 자연적으로 다음 주제에 연결이 되는데, 김훈 선생님께서는 학원에서 취미로 현악기를 배우는 어린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계시나요?
김훈_ 저희 학원에는 2년 몇 개월 정도밖에 안 된 꼬마들도 있는데, 처음부터 그룹 레슨과 개인 레슨을 병행합니다. 합주 형식의 그룹 레슨으로 시작해 조금 더 잘하게 되면 앙상블을 하고, 음악 이론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들을 위한 오케스트라도 만들어 함께 하는데, 어머니들이 악기를 다룰 줄 알게 되니 음악에 관심이 많아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게 저변 확대에도 매우 좋더라고요. 어머니가 직접 악기를 해보니 아이들이 악기를 배울 때 어떤 어려운 점이 있는지 알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연습하라고 크게 닦달하지 않으시고요(웃음).
김시형_ 실기와 이론을 함께 지도하는 것에 플러스하여 부모님들이 실제로 악기를 배우게 함으로써 관심까지 유도하고 계시네요.
김훈_ 사단법인 한국재능개발연구회의 프로그램의 한 부분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아진_ 네. 앙상블 교육은 학생이 어릴수록 더 중요한 듯합니다.
정준수_ 음악 중에서도 특히 조기 교육이 필요한 것이 현악인데, 어릴 때 앙상블을 시키면 정말 좋습니다.
김훈_ 다른 학원들은 일단 악기를 조금 다룰 수 있으면 앙상블을 지도하는데, 저희 학원은 악기를 처음 잡을 때부터 앙상블 수업을 함께 병행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정준수_ 우리나라는 초창기부터 정경화, 장영주 등 걸출한 솔리스트 때문에 학부모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탓도 있다고 봅니다.
김시형_ 네. 유튜브에서 검색만 하면 장영주 씨가 네 살 때 엄청나게 잘하는 연주 동영상을 볼 수 있으니까요(웃음).
서아진_ 어머니들은 티켓 파워가 있는 분들이고, 결국 클래식 음악회에 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의 의식을 깨운다면 클래식 공연의 관객으로 이어지는 좋은 계기가 되겠네요.
정준수_ 그런데 음대에 진학하는 인구가 줄었다고들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그만큼 음대가 많이 생겼고, 정원도 늘어났으니까요. 그래서 전공자가 늘어 가르치는 선생이 너무 많아졌고, 앞으로도 그런 현상은 심해지겠지요. 아이들이 음악을 공부했다고 해서 음대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전공이지만 음악도 할 줄 아는 학생들이 많아져야겠습니다.
서아진_ 현재는 많은 음대들이 정리, 도태되는 과정인 듯합니다.
정준수_ 정말 음악의 길을 갈 사람만 남는 정리의 시간인 것이지요.
김시형_ 하지만 음악인들이 그 정리를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고, 막차 탄 많은 음악인들의 생계 문제가 걸려 있지요.
-실기와 더불어 이론 지도의 필요성
김시형_ 김훈 선생님께서 일반인이나 아이들에게 좋은 레슨 방법, 그리고 이론 교육도 하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전공자의 경우는 어떨까요? 제가 작곡가이고 지휘 활동도 하다 보니 가끔 음악 전공자라고 해도 이론을 잘 몰라 답답한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어떻게 하면 실기와 이론 교육을 조화시킬 수 있을까요? 연주 현장에 계신 김정현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정현_ 가끔 가다가 아이들이 음악 해석을 너무 이상하게 해오는 것을 보며 저렇게 할 아이가 아닌데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 건 영락없이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고 흉내 낸 거더라고요(웃음).
김시형_ 정보가 많은 것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네요.
김정현_ 그리고 제가 저희 아이의 학교에 가서 깜짝 놀란 일이 있었는데, 반 학생 30여 명 중에서 클래식 음악회에 가 본 경험이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했더니 2명만 손을 든 것입니다. 찾아가는 음악회, 청소년 음악회가 그렇게 많이 개최되고 있는데, 결국 오는 사람만 계속 온다는 뜻이고, 평생 클래식 음악회에 한 번도 안 가 본 사람이 정말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문화적 수준이 높다는 강남이 그런 상황이니 더 암울하지요.
정준수_ 우리나라는 지도 선생이 아이들의 음악을 만들어 줘야 하는 스타일입니다.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연주해서 그것으로 콩쿠르에 나간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일주일에 몇 번씩 레슨을 해서 선생인 자신의 복사판을 만드는 것이지요.
서아진_ 학생들의 해석 능력이 없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일단 어려서부터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배우면서 음악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합니다. 수많은 필수과목들이 대학 입시 평가에서 제외되니까 공부를 안 해요. 그러다 보니 해석 능력을 갖추기 어렵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연주할 수밖에 없으며,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대가들의 연주를 모방하기에 급급한 것입니다.
저는 대학입시가 학생들을 연주 기계로 몰아간다고 생각하는데, 이유는 절대적으로 실기만 가지고 학생들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파가니니 카프리스나 피아티 카프리스처럼 고난이도 테크닉의 작품을 얼마나 완벽하게 연주하느냐만을 보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들이 벌써부터 파가니니만 할 수 없이 연습하고 있어요. 이러한 테크닉 위주의 곡들을 잘 연주하지 못하면 그 학생의 인성이 좋든 나쁘든, 수학 성적이 높든 낮든 중요하지 않아요. 논리적인 사고를 완성하는 수학 같은 과목들을 입시평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정말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준수_ 대학 입시의 시스템 문제가 예고에도 영향을 주는 것인데, 대학 입시에서는 짧은 시간에 수많은 학생들을 테스트해야 하다 보니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고등학생 수준에는 어울리지 않는 고난도의 작품을 선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서울대 음대가 그런 곡들을 입시 과제곡으로 정하면 다른 음대들도 다 따라갑니다. 학생들이 많다 보니 연주를 끝까지 들을 수 없고, 짧은 몇 분 안에 듣고 학생들을 골라내야 하다 보니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지요,
김시형_ 정말 음악을 할 소수 학생들로만 정리가 되어 입시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들을 수 있으면 좋겠지요. 사실 음악을 연주하는 데 있어서 시간 제한이 있다는 것은 해석을 엉망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지요. 음악에는 기승전결이 있는데 앞부분을 듣고 중간에 테크닉이 화려한 곳만 골라 듣는 건 그 작품이 왜 그렇게 작곡되었는지 해석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지요. 이런 문제들이 1~2년 안에 개선되진 안 되겠지만 음악인들이 다 같이 고민해서 중장기로 10년을 바라보고 개선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악기 구입과 수리에 대한 금전적 문제
김시형_ 잘 아는 한 첼로 연주자가 연주회를 마친 후 “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지만 한국에 와 보니 투자한 것에 비해 가장 회수가 안 되는 것이 현악인 듯하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이는 현악기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생기는 금전적인 문제도 있는데, 이러한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로도 결부되니까 투명해지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아진 선생님은 현재 예고에 계시기 때문에 학생들의 악기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서아진_ 저는 현재 예고전임이기 때문에 악기에 대한 부분은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악기 값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다가, 현악 전공자라면 활도 2~3개 이상 갖고 있어야 해서 경제적 부담이 큽니다.
김시형_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보다는 악기 대여가 활발하지 않은 듯합니다.
정준수_ 기업에서 운영하는 문화재단 중 삼성, 금호, 벽산 같은 곳에서는 좋은 악기를 연주자들에게 대여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아진_ 그리고 악기사들도 예중, 예고 및 대학 입시에 악기를 유료로 대여해 주기는 하지만 현악기 전공자로서 명기를 소장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그래서 부모님들은 빚을 내서라도 악기를 사주시는 것이고요. 사실상 현악기 전공자들이 악기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김시형_ 이렇게 현악기의 가격이 비싼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인가요?
정준수_ 네. 더욱이 악기 값도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김시형_ 그렇다면 이것도 현악 저변 확대의 발목을 잡는 문제가 되겠네요. 중, 고등학생 중에는 실력이 뛰어나지만 금전적인 문제에서 못 버티고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김훈 선생님은 학원에서 학생들의 악기 구입을 어떻게 하시나요?
김훈_ 저희 학원에서는 어머니들이 악기 구입을 직접 하십니다. 요즘에는 인터넷에 악기 가격이 다 나와 있어 뻔히 그 가격을 아니까요. 1/8, 1/4, 1/2, 4/3 사이즈는 공장에서 찍어낸 악기도 괜찮기 때문에 취미로 배우는 학생들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풀사이즈를 다루더라도 수제 악기의 가격이 비싸지 않아 큰 부담이 없습니다.
김시형_ 비전공자들에게 악기에 관해 금전적인 부담이 없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네요. 최소한 악기가 비싸서 취미로 배우지 못하는 일이 없을 테니 전공자들이 비전공자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도 조금은 늘어날 것이고요.
김시형_ 그런데 전공자들의 문제로 넘어간다면 악기 가격이 3/4 사이즈부터 크게 올라가던데, 그 때 악기와 관련해서 생기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학생들이 예중, 예고, 음대에 진학할 때 시험을 치러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악기에 대해 많이 신경 쓸 테니까요. 어려운 질문인데, 선생님 입장에서 학생의 악기 소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더 좋은 악기로 바꾸게 하고 싶을 땐 어떻게 하시나요?
김정현_ 그런 상황이라도 학생들에게 말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악기 문제만큼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외국의 유명한 교수들도 자기 클래스에 실력이 좋은 학생이 오면 집이 부자인지부터 물어봅니다. 현악에서는 학생이 크게 되려면 부모님의 도움이 있어야 하는 게 기정 사실이지요. 정말 실력이 매우 뛰어나 후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정말 소수에 불과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에게 3천만 원 정도의 악기로도 충분한 아이들이 1~2억 원의 악기를 소장하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학생들은 꼭 고가 악기를 소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데 어머니들이 더 극성인 것 같습니다. 예원, 예고에서 시험 보는 곳이 작은 방인데 거기에서 왜 그렇게 좋은 악기가 필요해요? 악기는 실기 성적을 좌우하지 않습니다.
정준수_ 네. 사실 실력이 좋지 않은 학생은 좋은 악기로 연주해도 마찬가지이지요.
김정현_ 그런데 예중, 예고에선 그렇지만 대학 입시에서는 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입시는 막을 치고 짧은 시간에 시험을 치르니까요.
김훈_ 시험을 보러 가서도 아이들끼리 “넌 어떤 악기를 쓰니?” “난 얼마짜리인데.”라는 이야기를 하고, 옆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던 어머니도 “그런(저렴한) 악기를 갖고 어떻게 시험릉 보니?”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김정현_ 저는 악기 문제만큼은 어머니, 레슨 선생님이 충분히 커버해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악기로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라고만 말해 주어도 아이들이 믿고, 악기 문제만큼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요.
김시형_ 네. 어머니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겠네요. 제가 예전에 도쿄 4중주단의 내한 연주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팜플렛에 “여러분은 지금 100억 원의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는 것을 보고 위화감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정준수_ 김정현 선생님 말씀처럼, 악기 문제는 어머니 탓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예중, 예고 입시가 작은 방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악기에 대해 민감하지 않아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같은 연주회장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것도 아닌데 그런 악기가 왜 필요한가요? 오히려 그 학생들이 얼마나 기초를 잘 갖추고 있는지를 보지요.
정리_이은정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6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김시형(명지대 음악학부 교수)
김 훈(한국재능개발연구회 서울지부장, 목동 온누리음악학원 원장)
김정현(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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