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스케치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오페라 페스티벌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한예종 성악과의 파워를 보여주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음악원 제1회 오페라 페스티벌이 지난 6월 18, 20, 21, 22, 27일 5일간 서초동 교사 4층 크누아홀에서 개최되었다. 한예종 성악과의 정규 커리큘럼인 ‘오페라 클래스’를 통해 오페라를 배운 재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열린 제1회 오페라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은 18일 「프랑스 갈라 오페라」, 20일 「피가로의 결혼」, 21일 「라보엠」, 22일 「사랑의 묘약」, 27일 헨델의「오라토리오」 공연이었다. 학생들의 공연을 감상한 관객들은 한결같이 “완성도도 높았고, 출연한 학생들의 실력과 열정에 감명 받았다.” 라는 호평을 했다. 이번 오페라 페스티벌에 출연한 성악과의 이하결, 양경희, 임수형, 노동용 학생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이하결
(예술사 3학년, 국립오페라단 콩쿠르 금상. 난파콩쿠르 입상. 고양예술고등학교 졸업)
정규 학교 수업과 병행하면서 오페라 공연 준비를 했습니다. 「피가로의 결혼」, 「라보엠」, 「사랑의 묘약」 외에 ‘프랑스 갈라 오페라’, ‘헨델의 오라토리오’ 공연도 준비를 해야 해서 저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상당했습니다. 그러나 “이 공연은 내가 하는 공연이다.”라는 마음가짐이 있었기 때문에 배우는 입장에서는 힘들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았고 학생들의 만족감 또한 높았습니다.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3월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수업의 일환으로 6월에 공연을 올리게 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준비하였고, 학생들의 열정과 교수님들의 도움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11시가 다되도록 연습을 하였고, 특히 성공적인 오페라 페스티벌을 진행하는 데 있어 임웅균 성악과장님께서 적극적으로 후원을 해주셨고 임 교수님이 계셨기에 이러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카를로 팔레스키 교수님, 총연출을 지도해 주신 김재희 교수님께서도 늦은 시간까지 항상 함께 해주셔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올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라보엠」 같은 경우 학교설립 이래로 공연장에 자리가 없어서 서서 보는 관객뿐 아니라 눈물짓는 관객들도 계셔서 참여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보람이 컸습니다.
오페라 페스티벌이 단순히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행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대학들마다 매년 정기오페라를 올리지만, 모든 학생이 다 캐스팅되어 무대에 설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페스티벌을 통해 많은 학생이 실질적으로 무대를 밟으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도 너무나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학기에 올리는 정기오페라 「돈 조반니」를 위해 방학이지만 학생들이 나와 밤낮으로 땀 흘리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양경희(예술사 3학년: 경기예고 졸업, 2013 정기오페라 예술의전당 ‘마술피리’ 파미나 역)
이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제가 맡은 역은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중 미미 역이었습니다. 미미를 알기 위해서는 이 인물이 어떤 상황 속에 있고, 어떤 인물인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코어에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의 묘사를 자세히 써놓은 것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읽으며 음악으로 표현되어 있는 미미, 가사를 통해 보여지는 미미의 상황을 제가 겪는 것처럼 상상하면서 노래해 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미미에 대한 견해들을 질문해 보는 등 그 캐릭터를 하나하나 잡아 나갔습니다. 그리고 미미 역을 맡아 공연한 성악가들이 미미란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기 위해 DVD를 찾아보고, 제가 생각한 미미와 비슷한 행동이 있으면 그것을 참고해서 자연스럽게 액팅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서 제가 배운 것은 협력이었습니다. 오페라라는 것은 결코 혼자 잘해서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준비를 하는 과정에도, 공연을 하는 시간에도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며 이해하고, 또 각자의 캐릭터에 대해 서로가 조언해 주고, 좋은 모습들은 칭찬해 주고 하면서 협력해서 좋은 공연을 올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말 오페라를 올리기엔 충분치 않은 시간이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하는 방법을 배웠고,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해 주기 위해선 가수의 감정이 거짓이 아닌 진실로 그 캐릭터가 되어야 관객들도 그것을 느끼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라보엠」 4막에서 미미의 삶이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을 때 저는 미미를 연기하는 학생 양경희가 아닌 진짜 미미가 되어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교수님들의 뜨거운 열정 아래 학생들의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이번 한예종 오페라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예술사 학생들과 전문사 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연습하던 모습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임수형(전문사 3학년: 가천대 음대 성악과 졸업, 로마 산타체칠리아 콘서바토리오 Canto Lirico Diplomino 수료)
저는 이번 오페라 페스티벌의 프로그램 중 「라보엠」의 연출을 담당했습니다. 지난 학기 초에 학생이 연출을 맡아 오페라 세 작품이 학기말에 공연할 것이라고 했을 때는 실감하기 어려웠습니다. 학생이 학교 내에서 오페라를 연출한다는 것은 앞선 선배님들의 경우를 보아도 졸업 공연 연출 외에는 전무한 일이었거든요. 게다가 하나도 아니고 세 개의 오페라가 3일 만에 올라간다는 것은 세계 어느 기성 오페라단들도 해내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오페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아는 분이라면 모두들 알 것입니다. 기회가 저희에게 주어졌고, 또 「라보엠」이라는 작품을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아하기에 대본을 분석하고 공부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오페라 중에서도 「라보엠」은 대중들에게 인기가 정말 많은 작품이라서 특히 겨울이면 많은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오페라를 준비하면서 저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 번째는 오페라 「라보엠」을 잘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 매번 보는 평범한 공연이 되지 않는 것, 두 번째는 오페라 「라보엠」을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 작품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오페라는 적어도 관객들이 극의 내용을 충분히 공감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번 「라보엠」 공연의 가장 큰 의미는 아무래도 공연의 모든 부분들이 학생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두 오페라도 마찬가지로 연출, 지휘, 가수, 스텝 모두 학생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의미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특히 캐스팅된 주역들인 학부생들과 대학원생들이 함께 콜라보레이션 하게 되어 얼마나 유대 관계가 좋아졌는지 모릅니다. 보통 학부생들과 대학원생들이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그 동안 없다보니 서로를 잘 몰랐었거든요. 그런데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족과 같은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불가능해 보였던 공연이 가능하게 이끌어 주신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한예종에서 오페라를 공연한다고 하면 보러 오시는 분들이 꽤 많이 계십니다. 이는 이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선생님들과 선배님들께서 일구어 놓으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웰 메이드 학생 오페라를 기대하신 관객들이 이번 공연에도 많이 자리해 주셨어요. 특히 오페라 「라보엠」 저녁 공연 때는 감사하게도 너무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객석이 만석이 되는 상황을 넘어 앉을 자리가 없어 공연을 서서 보시는 분들, 간이의자에 불편하게라도 앉아 보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오시리라 생각지도 못했는데 너무 감사했어요. 이 공연을 통해 말로 다 할 수 없는 크고 값진 경험을 너무나도 많은 분들께 선물 받은 것 같습니다.
노동용(전문사 2학년)
이번 오페라 페스티벌에 3개의 작품 중 두 오페라에 주역으로 참여하게 되어서 「라보엠」과 「사랑의 묘약」에 관한 작곡자의 스타일과 캐릭터 분석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고, 이탈리아에서 오신 팔레스키 교수님께서는 세부적인 딕션과 뉘앙스를 지도해 주셨고, 임웅균 교수님께서는 발성적으로 많은 팁을 주셨으며, 저의 선생님이신 김영미 교수님께서는 완성도있는 음악을 알려주셔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감사한 공연이었습니다. 제가 맡은 쇼나르 역이나 둘카마라 역이 오페라 안에서 밝은 에너지를 내야 하는 역이었기 때문에 타당한 이유가 있는 캐릭터 분석에 많은 비중을 두었습니다.
특히 이번 오페라 페스티벌은 무대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또 예술사(학부)와 전문사(대학원) 학생들이 함께 하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오페라 페스티벌은 정말 말 그대로 화합의 축제이기도 했습니다. 또 학생들은 많은 레파토리 리딩 작업으로 너무 만족하였으며, 작업하는 내내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라보엠」 저녁공연은 많은 관객들이 오셔서 크누아홀이 꽉 찼던 것을 보며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번 오페라 페스티벌은 무대에서 연기와 노래로 관객들에게 감동과 더불어 웃음까지 줄 수 있었던 작품이라 관객들의 호응이나 격려에 많은 힘을 받았던 감사한 공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2월 한예종 예술전문사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제르몽 역부터 이번 제1회 오페라 페스티벌의 「라보엠」과 「사랑의 묘약」, 오는 9월에 공연될 한예종 정기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레포렐로 역, 연말에 열릴 예정인 제2회 오페라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인 「리골레토」에서 리골레토 역으로 출연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1년 동안 많은 오페라를 올릴 수 있는 학교가 우리나라에 또 있을까 싶습니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배워 관객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_김문기 부장
<김문기의 포토랜드>
임수형(전문사 3학년: 가천대 음대 성악과 졸업, 로마 산타체칠리아 콘서바토리오 Canto Lirico Diplomino 수료)
양경희(예술사 3학년: 경기예고 졸업, 2013 정기오페라 예술의전당 ‘마술피리’ 파미나 역)
이하결 (예술사 3학년, 국립오페라단 콩쿠르 금상. 난파콩쿠르 입상. 고양예술고등학교 졸업)
노동용(전문사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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