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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세계예술가곡페스티벌
연가곡의 공연양식 향상을 위한 축제
전기홍_ 한국반주음악연구소(소장 임헌원)가 주최하는 제2회 세계가곡페스티벌이 오는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열립니다. 가곡페스티벌이 작년에 이어 2회째를 맞이하게 되었는데요. 지난해 제1회 때는 30회 정도의 독창회 위주로 진행된 반면에 올해는 11회의 연주회에 스물두 분의 성악가와 스물두 분의 반주자가 출연하게 됩니다. 또한 2번의 세미나와 2번의 마스터 클래스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오디션을 통해 제2회 세계가곡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되신 선생님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곡페스티벌의 의미와 관중들의 관람 포인트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박성진_ 저는 이번 가곡페스티벌이 나라, 언어, 시대 등 흔히 접하기 힘든 다양한 예술가곡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연주될 작곡가들의 작품 스타일 또한 각기 다르기 때문에 관중의 입장에서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이번 페스티벌을 편안하게 즐기시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수민_ 일반 사람들의 경우 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 나오는 귀에 익은 가곡들 말고는 접해 볼 수 없었을 텐데, 이번 예술가곡페스티벌에서는 대중들이 여러 나라의 작곡가들이 쓴 다양한 예술가곡을 접하면서 그 가곡들에 대한 이해와 다양성을 알게 하는 데에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 관람 포인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크게 보자면 가곡 안에서도 각 나라의 성격이 묻어 나오는데, 예를 들어 이탈리아 가곡이나 스페인 가곡은 열정적이고 격정적인 것처럼 반주 부분이나 멜로디 라인에서 그런 것들이 느껴질 수 있고, 프랑스 가곡의 경우 언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선율의 부드러움과 우아함, 독일 가곡 같은 경우 세밀하면서 차분한 느낌을, 러시아 가곡은 장대하고 장엄함을 느끼게 되는 등 각 나라의 이미지나 특징을 살피면서 즐기면 좋을 것 같고, 또 한 가지 음악과 반주의 조화를 음미하면서 감상하면 어떨까 싶네요.
고윤정_ 정통 클래식 시장의 계속된 위축으로 인해 클래식 전공자들이 대중음악을 하거나 퓨전을 도모하고, 대중들의 귀에 익숙한 유명 아리아만 연주하는 다소 발전적이지 못한 현재 상황에서 국내 클래식계의 대중들에게뿐 아니라 클래식 전공자들에게도 생소한 잘 알려지지 않은 숨어있는 가곡들을 찾아 연주한다는 것은 실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가곡페스티벌을 통해 대중들은 미디어에서도 접할 수 없는 주옥같은 명가곡들을 경험할 수 있으며 국가별, 시대별로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을 명연주자들의 연주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8월 22일 연주하는 곡은 7개의 스페인 가곡(siete canciones popululares es panolas)으로, 여기에는 경쾌한 스페인의 춤곡 ‘세기디야(seguidilla)’, ‘호타(Jota)’, ‘폴로(polo)’, 그리고 안달루시아 지방의 달콤한 자장가 ‘나나(Nana)’ 등이 있습니다.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관객들과 함께 이국적인 스페인 선율을 들으며 음악으로 스페인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국은선_ 가곡이라는 장르는 성악가에게 있어 오페라와 더불어서 중요한 장르입니다.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다양한 국적에 다채로운 언어 등의 특색을 가진 여러 가곡들을 접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연주자들이 새로운 가곡 레퍼토리를 선정해서 선보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고정 레퍼토리가 있고, 그 위주로 많이 연주를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가곡페스티벌에서는 흔치 않은 연가곡들을 선보인다는 것이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인 것 같습니다. 특히 예술가곡이란 분야는 시와 음악의 조화는 물론 성악과 반주와의 조화도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반주가 성악을 서포트해 주는 종속적인 기능을 가졌던 초기의 가곡과는 달리, 반주도 독립적으로 성악과 동등하게 시를 표현해 준다는 점에서 초기의 가곡과 예술가곡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성악가가 노래를 통해 시를 표현하는 만큼 반주도 시를 표현해 주어야 합니다. 연가곡 같은 경우 시의 내용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어떤 주제 아래 전개되는 시들을 묶어 그것에 걸맞는 음악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음악을 듣기에 앞서 시의 내용을 잘 음미해 보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곡이 오페라를 준비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쉽다는 생각이 드는데, 선생님들께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지요?
박성진_ 우선 관객뿐만 아니라 성악가들에게도 말씀하신 것과 같은 고정관념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장르와 음악적 색깔이 다를 뿐, 상대적으로 예술가곡이 쉽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오페라 아리아를 잘 부른다고 하여 예술가곡 또한 당연히 잘 부를 수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페라는 음악극이라는 극 형태로 독백이나 대화로 진행되는 음악으로 가사에 대한 접근이 가곡과 전혀 다릅니다. 가곡은 독백하거나 대화하는 형식 아닌, 시를 바탕으로 해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연주자 스스로 한 번 더 이해를 해야 합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장르로 인해 색깔이 다른 것으로 어떤 것이 더 어렵고 더 쉽다, 이런 식으로 판단하기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덧붙이자면 예술가곡은 뜻이 함축되어진 시로 쓰인 음악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언어 그리고 시에 대한 좀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은선_ 저도 박성진 선생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오페라와 가곡은 서로 장르가 너무 달라서 어떤 것이 더 쉽다 어렵다, 이렇게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제 경험으로 오페라 아리아는 대체적으로 화려하면서 기교적인 면이 많다 보니 듣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잡아끄는 매력이나 순간적으로 현혹되는 부분이 있는 반면, 가곡은 전반적으로 봤을 때 소박하지만 그 안에 스며있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오페라 아리아 같은 경우 정해진 스토리 안에서 부르기 때문에 캐릭터에 따라서 거의 고정적인 분위기가 있는 반면, 가곡은 시에 대한 심도 있는 해석을 가미하다 보면 부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가진 고유의 목소리에 따라 같은 노래라도 여러 다른 느낌의 음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즉, 오페라에서 이 캐릭터는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이런 기교를 선보이며 부를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면, 가곡은 부르는 사람마다 전혀 다른 느낌의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미묘하고 섬세한 점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시에 대해 중점적으로 고찰하면서 이번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가곡페스티벌에서 저는 사랑에 관련된 시들로 이루어진 곡들을 선정했는데,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무척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가곡이 좀 더 심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장수민_ 암기의 양, 곡의 길이로 따지면 오페라가 더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략 1시간 반에서 2시간 동안 극을 통해서 스토리를 완성해 가는 오페라와 다르게 짧은 시간 동안 하나의 시로 스토리를 전달해야 하는 가곡은 가사내용을 얼마나 어떻게 잘 표현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 점이 어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이번 페스티벌에서 연주하는 곡 중에는 이탈리아 나폴리 사투리로 되어 있는 곡들도 있는데, 작곡가가 그 사투리를 어떤 의도로 썼는지 연구해야 되고, 또 가곡은 여러 종류의 사랑, 이별, 동물, 자연, 풍경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시로 쓰여지고 작곡가에 의해 음악으로 승화되는 것인데, 이러한 주제들로 쓰여진 가사 내용을 어떻게 전달을 해야 할지, 여러 가지로 섬세한 작업이 요구되었습니다. 간혹 뜻을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찾아보기도 하고, 고어나 어려운 사투리가 나오면 이탈리아 친구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참 재밌고도 어렵다고 생각을 했어요. 오페라와 가곡은 어떤 장르가 더 어렵고 쉽다기보다 그저 색깔의 차이인 것 같아요.
고윤정_ 오페라는 대사에 음악을 붙인 것으로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독창 또는 합창을 합니다. 따라서 오페라 아리아는 극을 가곡은 시를 표현하는 것으로 오페라는 가곡을 더 극대화 하기 위해 극이 들어가는 장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오페라 아리아는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의 소리를 뚫고 나와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성량이 필요한 반면, 가곡은 시인에 의해 농축된 시를 음악과 함께 예술로 승화시켜 더 섬세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성량보다는 서정적인 표현의 기교를 더 필요로 합니다.
***가곡을 연주할 때는 반주자와의 협력(호흡)이 매우 중요한데요. 이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요?
박성진_ 저 같은 경우 단순히 반주자라는 개념보다 같이 연주하는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또한 무대에서 피아노 연주가 시작할 때 이미 시의 내용이 진행되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사만 발음되어지지 않았을 뿐, 피아노는 성악가와 대화도 하고, 때로는 노래가 피아노의 멜로디를 떠받들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피아노에 대한 동반자의 개념이 예술가곡에서는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은선_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가곡이란 장르가 탄생된 이래 계속 발전해 오면서 예술가곡이라는 장르로 굳어지기까지 반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주가 시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단순히 성악가의 음성을 보조하고, 그저 화음을 분산시켜 꾸며 주던 시기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 시기를 거쳐 독일의 리트라는 장르가 확립된 후 피아노가 독립적인 입장에서 곡을 표현하고, 또 성악과 동등한 중요성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 때문에 단순히 가곡이 아닌 예술가곡이라는 칭호를 붙이게 된 것이지요. 예를 들어 슈베르트의 「실 잣는 그레첸」의 물레 감는 소리나 「마왕」에서 말발굽 소리를 피아노 반주가 묘사해 줌으로써 효과적으로 시를 표현하는 건 우리가 익히 아는 요소입니다. 피아노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중간에 피아노 간주가 나오는 때나 후주에서도 의미 없이 반주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적 표현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악가와 반주자가 함께 호흡하면서 시를 같이 그려나간다는 것이 예술가곡을 예술가곡이게 하는 특별한 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장수민_ 가곡을 연주할 때는 노래하는 사람만이 끌고 나가야 되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와 함께 호흡을 맞춰서 해야 하는데요. 마치 피아노 반주와 노래가 듀엣을 하는 것처럼 동반자이자 함께 호흡을 맞춰가고, 그럼으로써 작곡가가 의도한 것을 함께 잘 나타낼 수 있어야 합니다. 반주가 빠지면 속된 말로 팥 없는 팥빙수,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고윤정_ 아리아의 경우 규모있는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내는 음악에 성악가가 장식을 하는 것이라면 가곡은 성악가와 반주자가 주종이 아닌 일대일의 동반자관계로 이 밸런스가 무너지게 되면 음악의 완성도는 현저히 낮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장식적인 아리아보다는 가곡의 경우가 반주자와의 정확한 호흡이 요구되죠. 때론 반주자가 연주자의 호흡을 이끌어 주고 분위기를 완성해 줌으로써 성악가가 좀 더 쉽게 노래할 수 있는 힘을 주기에 반주자는 협력관계를 넘어 음악코치로서의 역할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프라노 고윤정
추계예대 학사졸업
숙명여대 대학원 석사, 박사 졸업
이탈리아 최고연주자과정 수료
현) 숙명여대, 한양여대, 명지대, 경민대, 인천예고, 고양예고 출강
소프라노 장수민
가톨릭대 음악과 성악전공 졸업
국립오페라단 아카데미아 스튜디오과정 수료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수석 졸업
이탈리아 로마 시립 음악아카데미아 "AIDM" 최고연주자과정 졸업
이탈리아 술모나 아카데미아 예술가곡과 오페라과정 졸업
스위스 루가노 "L'arte del Belcanto" 음악학교 성악 및 오페라연기과정 졸업
현)전문연주자로 활동
소프라노 박성진
서울예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뉴욕주립대 석사 졸업
일리노이 주립대 박사 졸업
2013년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바리'의 '바리'역 출연
현)경북대, 대구교대 출강
소프라노 국은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맨하탄 음대 석사 및 매네스 음대 전문연주자과정 수료
일리노이 어바나 샴페인 대학교 성악문헌 및 연주 박사
현) 숙명여대, 국민대, 중부대, 서울종합예술학교,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출강.
정리_장정윤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7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테너 전기홍
소프라노 고윤정
소프라노 장수민
소프라노 국은선
소프라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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