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작곡가협회 회장 박영란
대한민국의 수퍼우먼들로 이루어진 대 조직을 새롭게 이끌겠습니다.
“우선 저를 믿고 선출해주신 한국여성작곡가회 회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실 작곡이라는 분야는 작곡가의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정서와 사고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저 또한 저만의 독특한 독창성을 유지하기위해 적극적으로 어떤 조직이나 그룹의 일원으로서 활동하는 것을 자제해왔습니다. 어느 정도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4년 전, 한국여성작곡가회 부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자연스럽게 단체의 일을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 2월 제17대 한국여성작곡가회 회장으로 선출되었을 때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저를 믿고 뽑아주신 회원들의 작품 활동과 권익을 위해 봉사하는 회장으로서의 직무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한국여성작곡가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든든한 임원들과 회원들이 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열정을 갖고 열심히 일은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작곡가로서, 교수로서, 한국여성작곡가회 회장으로서 하루하루를 최선의 삶으로 가꿔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여성작곡가회는 1981년 한국을 대표하는 여섯명의 여성작곡가 이영자, 홍성희, 서경선, 오숙자, 허방자. 이찬해에 의해 창단되었다. 이후 2006년 5월 현재의 사단법인 형태로 설립 변경이 되었으며, 매해 봄과 가을 정기발표회 및 기획발표회를 개최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활동하는 한국여성작곡가들의 작품발표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여성작곡가들과 작품교류 및 서양음악을 근간으로 한 학술발표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우리 전통음악과의 접목을 통한 한국전통문화 알리기에도 이바지하고 있는 한국여성작곡가회는 미래의 여성작곡가 발굴을 위한 지원사업과 다른 기관 및 단체들과의 협업을 통하여 문화전반에 걸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공연을 개최한다.
올해 한국여성작곡가회는 지난 2월 6일에 취임한 제17대 한국여성작곡회 회장, 박영란 회장과 함께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양대 작곡과 재학 중 도미하여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작곡가 박영란은 1997년 귀국 후 세계 첼로대회, 이탈리아의 세계 국제 여성음악제, 통영 국제 음악제, 홍콩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음악제,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 루가노 음악제 등에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함으로 그를 음악계에 알렸다. 2001년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2002년 국제현대음악협회 홍콩 세계음악제에 입선한 작곡가 박영란은 현재 아카데미 타악기 앙상블, K-12 Cello, 316 앙상블의 상임작곡가로 활동 중이며, 상명대 뉴미디어작곡과 겸임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러한 그를 만난 것은 취임 후 100일정도 된 5월 중순이었다.
나의 음악이야기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은 정말 힘든 일인 듯합니다. 저 또한 작곡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창작의 고통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작곡을 할 때, 수없이 많은 음악적인 요소를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 상상의 소리를 표현하지 못할 때의 스트레스, 방향성을 잃었을 때의 자괴감 등 끝없는 고통의 연속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이러난 과정을 끝나고 연주자들과 리허설 할 때 작곡가 본인의 결정이 옳았음을 재확인하는 순간 또는 객관적으로 작곡가의 작품을 스스로 평가하는 순간 작곡가의 음악세계는 한 단계 올라가게 됩니다. 이것이 작곡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라며 작곡에 대해 말하였다. 덧붙여 그는 “저에게 작곡은 저의 분신입니다. 저의 의식과 무의식 세계를 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작곡입니다. 사실 많은 예술장르 중 음악은 신비로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볼 수도 없고 읽을 수도 없는데 단지 소리만으로 청중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라고 말하였다.
기자가 ‘작곡을 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냐고 묻자, 그는 “우선 직접적인 경험이 작곡의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을 걸어오면서 경험했던 모든 순간이 중요합니다. 또한 다른 예술장르와의 협업작업을 통해 새로운 정신세계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김아라 연출의 복합장르 음악극 ‘강에게’의 음악감독과 작곡을 맡으며 한국의 현대시를 연구하고 또한 시인, 현대무용, 연극배우, 설치미술가 등 각 분야의 예술가들과의 영적 교감이 또 다른 음악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간접적인 경험 또한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아냐리투 감독의 ‘21그램’에서 클라이맥스 순간이 영화의 시작부분에 배치되어 나타나고, 서로 다른 환경의 사람들이 등장하며 하나의 교통사고로 시작하며 사건의 배경을 차츰 알아가게 되는 예측을 불허하는 구성을 음악의 새로운 형식으로 대비시키기도 합니다. 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인인 이상의 작품을 연구하며 그의 시(거울, 오감도)에서 나타나는 무의식적인 세계와 건축학적인 공간미에 대해 분석하여 음악을 쓰기도 합니다.” 라고 답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현대음악앙상블- 동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스텔라노바 앙상블, 네덜란드의 뉴 앙상블, 카말 앙상블 N 등에 의해서 초연된 바가 있다.
“제 개인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2013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위촉곡으로 작곡된 45분 길이의 관현악곡 “아리랑 환상곡”입니다. 모두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곡은 기존의 아리랑 선율을 편곡하는 개념을 넘어서 아리랑의 다의적인 해석을 재료로 제 나름대로 스토리화 시켜서 만든 일종의 판소리 음악극 형식입니다. 첫 번째 악장은 현재의 시점에서 행복했던 일상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중반부에는 극단적인 이별의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현대음악 작곡기법을 사용했습니다. 두 번째 악장은 이별한 연인 혹은 가족을 그리워하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두 명의 판소리 주자가 등장함으로서 서로의 대한 그리움을 극대화 시킵니다. 세 번째 악장은 헤어졌던 연인 혹은 가족이 재회하며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장면을 묘사했습니다. 사실 서양의 현대음악작곡을 전공한 저에게 있어서 45분의 장시간 길이의 국악 관현악곡을 작곡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고, 작곡하는데 어려움도 있었지만 다행히 많은 연주자들과 관객들의 격려에 힘을 입어 성황리에 잘 끝내서 다른 작품보다 성취감을 느끼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작곡가 박영란. 그는 그의 작품들을 하나 하나씩 떠오르면서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한국여성작곡가회
한국여성작곡가회 회원들은 대부분 국내·외적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이다. 그들은 주로 서양음악을 기초로 현대음악을 작곡하는 작곡가들이다. 매년 봄과 가을의 정기연주회를 통해 그들의 작품들이 초연되고 있다. 또한 앙상블의 초청연주회와 세미나를 통해 현대음악의 흐름을 재조명하는 기회도 또한 마련되고 있다. 주로 한국여성작곡가회의 작품 발표회에서는 주로 회원들의 초연 곡들이 주를 이루는 현대음악회로 진행된다. 연말에는 소외계층을 위한 기획연주회를 개최함으로 일반 관객들과 소통의 장을 열고 있다. 개별적으로 한국여성작곡가회의 몇몇 회원들은 현대음악작곡과 다양한 예술분야 음악작곡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여성작곡가회의 재적인원은 전국적으로 280명 정도이며, 국내외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국내외 대학에서 강의도 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여성작곡가회는 국내에서의 작품발표회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여성작곡가들과의 작품교류 및 학술발표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6월 28일에는 독일 Modern Art Ensemble 초청연주회에서 한국여성작곡가회 회원들과 외국작곡가들의 작품발표를 계획하고 있고, 올해 10월과 내년 3월에는 New York University와의 국제교류음악회를 New York과 한국에서 각각 개최할 예정이다.
더불어 이태리의 여성작곡가 단체인 Donne in Musica와의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한국여성작곡가회의 회원들이 유럽 무대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음악적인 교류를 추진 중에 있는 한국여성작곡가회는 2016년에는 유럽의 작곡가 혹은 현대음악 앙상블을 초청하여 국제음악회와 세미나를 개최할 것이며, 2016년 후반기나 2017년 초반기에는 동유럽에서 동유럽 오케스트라에 의해 회원들의 오케스트라 작품을 발표할 것이다. 또 올해 연말에는 소외계층을 위한 음악회를 기획하여 나눔 봉사를 실천할 예정이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여성작곡가회 음악회에서 발표하는 작곡가 개개인의 작품 활동도 중요하지만, 협회 혹은 작곡가 개개인이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길 희망합니다. 이렇게 되려면 특히 공공기업에서 작곡가협회에 대한 후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협회와 공공기업간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보다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가 형성되어 사회발전에 이바지하길 바랍니다. 작곡가 자신 또한 사회에 본인의 재능을 환원하는 아름다운 봉사의 정신으로 충만한 한국여성작곡가들이 많아지길 꿈꾸어 봅니다. 한국여성작곡가들은 대부분이 가정, 강의, 작곡을 병행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만큼이나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는 여성작곡가협회는 없습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수퍼 우먼들로 이루어진 대 조직입니다. 따라서 우리 협회는 다른 작곡협회와 달리 여성들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섬세하고 조직적으로 미래의 음악작품세계와 협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한국작곡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
“한국만큼이나 왕성하게 작곡가들이 작품발표를 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작곡가 개개인이 작곡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여 이러한 결과를 만든 것 같습니다. 또 그 열정이 유능한 작곡가들을 많이 배출하였습니다. 요즘 정부차원에서의 다양한 작곡가 양성 프로그램으로 지원이 뒤따라주고 있습니다.”
한국작곡가협회 산하단체로 한국여성작곡가회,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아세아작곡가연맹(ACL), 창악회, 21세기악회 외에 많은 작곡가 단체들이 소속되어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작곡단체들이 우리나라에 존재하고 있다.
“한국에 많은 작곡가 단체가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작곡가들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인데요. 이런 수많은 단체들이 주로 국내의 학연으로 만들어진 단체이므로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특정한 학교출신들만을 위한 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단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작곡가일 경우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많지만 대학학부를 외국에서 나온 작곡가들은 자칫 소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단기간에 개선하기는 힘들겠지만, 학연, 지연이 중심이 아닌 작곡가 개개인의 창의성에 중점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작곡가 각자가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상이점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화합하며 나아간다면 한국에서 세계적인 작곡가들이 좀 더 많이 배출되리라 생각합니다.” 며 한국작곡계에 대한 생각을 말하였다.
작곡가 박영란은 대 작품으로 두 곡을 위촉받았다. 첫 번째 곡은 창작 오페라 작품의 대본을 받아 작곡하고 있다.
글_ 구수진 기자 / 사진_ 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5년 6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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