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 클래식 음악 공연 문화의 현재와 미래
일시: 2015년 4월 8일 오후 4시
장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의 집
진행: 김시형(명지대 음악학부 교수)
패널: 박창수(더하우스콘서트 대표 및 음악감독)
1. 더 하우스 콘서트의 발전 (필요성)
2. 클래식 음악 공연 형태의 다양성 발전 방법
3. 공연의 실질적 예산 형태 및 지원 현실 파악
4. 공연을 통한 현실적 수익 개선 문제
5. 공연 문화에 필요한 음악인들의 인식 개선
6. 공연을 기획하는 예술가로 바라본 문화 정책의 개선 방안
김시형_음악춘추에서는 음악계 현안을 다루고 있는데, 이번 5월에는 우리나라 클래식 공연 문화의 큰 장을 이뤄놓으신 박창수 선생님을 모시고 "클래식 음악 공연 문화의 현재와 미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선생님께서 해오 신 이야기들이 누군가에 의해서 이야기가 되었어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이 들어서 오늘 이렇게 박창수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우선 <하우스콘서트>가 무엇인지, 어떠한 필요성에 의해 시작 되었고 이렇게 발전하게 되었는지 간단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창수_<하우스콘서트>의 시작은 저의 자택에서 열렸던 말 그대로 '집에서 열리는 공연'입니다. 서울예고 재학 시절, 친구의 집에서 연습을 하면서 작은 공간에서 연주를 하면 그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20년 후인 2002년에 저의 자택 일부를 개조하여 하우스콘서트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작은 공간에서 연주가 이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관객과 연주자가 하나가 되는 공연이 되었고, 더불어 생생하게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우스콘서트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기였지만 제가 시작한 하우스콘서트 이후로 전국에 300여 개의 비슷한 공연들이 생겨나며 소규모 공연의 수요와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집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몇 차례 이전하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공연'이라는 하우스콘서트의 정신을 담는 작업들을 계속해왔습니다. 그러다 2012년 ‘10주년’이 되던 해에 <하우스콘서트>가 좀 더 발전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하우스콘서트에서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원인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 가만히 보니까 연주자들이 국내에서 연주활동을 많이 하지 않아서 기량이 점점 떨어지고 연주를 하고 싶어도 연주할 무대가 없는 것이 문제더군요. 그래서 국내에 공연장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500석 이상 규모의 공연장만 400개가 있는데도 상당수 지방 공연장에는 공연이 없고, 일 년에 10개의 공연도 안하는 공연장이 전체 공연장의 80%였습니다. 10개 정도의 공연을 하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공연장이 그렇게 비어있는데 계속 아무것도 안하고 놔둘 수 없으니까 민방위 훈련이나 유치원 발표회장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공연장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만났던 연주자를 모으면 약 200개의 팀을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400개의 극장에서 매달 공연을 하게 되면 200개의 연주팀이 1년에 약 5000개의 공연을 할 수 있고, 그렇게 연주를 자주 한다면 연주자들의 기량도 떨어지지 않게 되겠지요.
김시형_그러면 연주팀은 시즌제 프로그램을 가지고 쭉 가는 건가요, 아니면 매번 공연할 때마다 바뀌는 건가요.
박창수_매번 바꿀 수는 없겠죠. 먼저 말씀드린 수치대로라면, 200개의 연주팀이 연간 25번의 공연을 하면 5000개의 공연이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팀이 연간 시즌제로 프로그램을 대략 정해놓고 갔을 때 1년에 25번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하게 되는데, 레퍼토리를 완벽히 마스터할 수 있는 데는 이만한 방법이 없다고 봐요.
더 세부적인 계획이라면 평균적으로 1년 동안 공연장에서 열두 번의 공연을 한다고 하면 열 번은 국내 연주자, 한 번은 외국에서 초청해온 연주자, 한 번은 작곡가의 작품연주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사람들이 다 웃더라고요. 문화예술위원회에도 이야기 했었는데, 그곳에서도 웃었습니다. 저는 되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할까’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자신 있을 때만 이야기 하거든요. 1년에 5000개의 공연을 한다면 일주일이면 100개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래서 2012년 하우스콘서트가 10주년이 되는 해에 일주일에 100개의 공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실제로 <하우스콘서트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작전>이라는 타이틀로 일주일동안 21개의 지역 23개 공연장에서 100개의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처음 진행할 때 대부분의 공연장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했던 이야기는 ‘우리 지역에서 클래식공연을 하게 되면 관객이 안 온다.’, ‘클래식 인구가 없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제공하겠으니 공연장 문만 열어 달라’고 설득한 끝에 접촉했던 전국 130개의 공연장 중 단 23개 공연장에서 문을 열어줬습니다. 설득 하는 과정에서 ‘1000석, 700석 규모의 극장에 관객들이 많이 와봐야 100명에서 200명이니까 객석이 비어보일 수가 있다.’는 말이 나왔지만 저는 ‘그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관객을 무대에 올리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연주자와 관객이 직접 소통하기 때문에 친밀감이 생기죠. 하우스콘서트에서 하는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거고요. 계획을 제안했더니 공연장에서는 ‘그렇게 한 전례도 없고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가끔이지만 예술의전당에서 그것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시형_그래요? 그러면 뭐 이제 효과가 나오는 거라고 보면 되는 거네요.
박창수_처음에는 공연장 관계자들이 ‘조명이 떨어져서 관객이 다치면 책임질 거냐’고 저에게 묻더라고요. 관계자가 조명이 안 떨어지게 하는 게 맞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럼 연주자들은 조명이 떨어져서 다쳐도 괜찮냐, 관객들은 공연장 오다가 교통사고가 나면 안 되니까 걸어와야 하냐.’고 반문했습니다.
김시형_떨어지게 설계한 게 이상한 거죠.
박창수_또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아이들이 무대 위에 앉아있을 때와 객석에 앉아 있을 때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무대 위에 있으면 연주에 굉장히 집중해요. 객석에 앉아있으면 오히려 집중을 못합니다. 아이들은 무대를 영화 스크린이나 TV모니터로 생각하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무대 위로 올라가면 더 집중하고 그 무대에 동참해서 배우게 됩니다.
김시형_직접 참여한다는 의식이 커지는 거죠.
박창수_그렇습니다. 그게 전 일종의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악장사이에 박수를 치지 마세요.’, ‘뛰지 마세요.’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보고 직접 느끼게 해주면 아이들이 알아서 합니다.
김시형_그렇다면 하우스콘서트 공연 한번 할 때 관객이 어느 정도로 오나요.
박창수_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대학로에서의 경우 적을 땐 30명, 많을 땐 70명입니다. 지방 공연장에서의 경우 적을 땐 50명 많을 땐 200명까지도 옵니다. 아까도 이야기 했듯이 대부분의 공연장 관계자들은 관객들이 많이 오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주일간 이렇게 공연을 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전국의 매스컴에서 취재를 나왔습니다. 기획방법을 달리하니 일일이 얘기하지 않아도 다 관심을 보이는 것이죠. 관객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김시형_공연장에는 지인들만 온다는 인식이 너무 강하잖아요. 그런데 하우스콘서트의 관객들은 자발적으로 찾아온다는 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하우스콘서트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 중에 하나죠. 저도 하우스콘서트에 작곡가로 참여했었고, 진짜 공연도 많이 하고 다녔지만 그 무대에서의 몰입도는 ‘어떤 공연보다도 정말 뜨겁다.’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 말씀하셨던 이러한 상황들이, 다시 말해 우리가 항상 말로만 하던 ‘어떻게 하면 사람들한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한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혼자 연습했을 때와 한두 명이라도 관객이 내 옆에서 음악을 듣고 있을 때의 집중도가 다르다는 거죠.
박창수_네. 그렇습니다. 옛날에 귀족들이 몇 사람의 음악가들을 초청하여 살롱 음악회를 하였는데 그것이 일종의 아트마켓의 역할을 했습니다. 귀족들은 음악가들을 후원해주고 뛰어난 음악가들을 찾아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살롱 음악회에서 훌륭한 작곡가, 피아니스트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주기 위해 큰 극장에서 공연을 하도록 했습니다. 큰 극장은 사람들을 많이 수용하기 위한 공간이지 연주를 듣기에 좋은 공간은 아닙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예술의전당에 가야 좋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예술의전당의 그 큰 공간에 피아노 독주회를 하게 되면 섬세한 소리가 잘 안 들립니다. 심지어는 마이크까지 대고 있는데도 말이죠. 그것은 라디오로 듣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극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방법을 써서 본연의 음향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뿐이지 거기서 원음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김시형_저도 몇몇 지방 공연장을 다녀왔었습니다. 이천, 경주, 인제 등 저도 꽤 많이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 먼저 말씀하신 것처럼 시설 좋은 공연장은 많지만 공연이 없는 것을 보았습니다. 특히 경주에 예술의전당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가본 곳 중에 제일 좋은 공연장인데 공연이 없더라고요. 그런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좀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러한 하우스콘서트의 공연 말고도 조금 더 발전된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이 있나요.
박창수_하우스콘서트라는 것이 살롱 음악회처럼 일종의 아트마켓의 역할을 합니다. 이런 하우스콘서트를 2013년 전국구로 확대시켜 공연장에서 상시 하우스콘서트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관객들에게 한번 자극을 준 것으로는 사람들을 움직일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한 번 더 자극을 줘야겠다고 생각하여 한 것이 <2013 원데이 페스티벌>입니다. 말 그대로 특정한 날짜, 특정한 시간에 여러 공간에서 공연이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는 콘서트인데 이걸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일주일에 100개는 가능했지만 원데이 페스티벌은 불가능하다고 했었습니다. 이걸 했던 이유는 국내에 이렇게 많은 컨텐츠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원데이 페스티벌을 하고 나서 정부에서 연락이 왔다는 점입니다.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만들었는데 원데이 페스티벌 같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여러 개의 공연을 만들 수 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해서 작년에 했던 것이 <문화가 있는 날>입니다. 하우스콘서트가 원데이 페스티벌을 하지 못했다면 문화가 있는 날 역시 하지 못했겠지요.
김시형_결국에는 저변의 확대가 확실하게 이루어졌다는 거죠. 이제 조금 더 어려운 이야기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공연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 항상 이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예산이라고 하는데요. 하우스콘서트는 소정의 입장료가 있다는 것을 들었는데 그 예산의 형태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박창수_보통 공연장마다 기획예산 규모가 있는데 다른 공연에 예산을 쓰고 거기서 남으면 클래식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예산을 우리에게 지원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연주자들이 연주를 할 것인지 보여줬습니다. 그랬더니 그 예산으로는 어렵고 예산이 더 많이 필요할거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한 연주자가 공연을 할 때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공연장에서 여러번의 공연을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김시형_결국에는 우리가 속되게 말하는 A급의 연주자들도 취지가 맞는다면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신 거잖아요. 우리 클래식계에서 몇몇 티켓파워가 있는 연주자들이 엄청난 개런티를 받는데 그러한 연주자들만 있는 게 아니라 사회에 참여하는 연주자들도 있다는 것을 발굴해 내신 그런 계기가 된 거네요. 제가 궁금한 건데요. 2013년까지는 독자적인 행보를 하신 거고 2014년 말부터는 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예술가의 집에서 공연을 진행하시잖아요. 그럼 지원은 어떻게 되나요?
박창수_사실 하우스콘서트는 2008년부터 2014년 도곡동 스튜디오에서의 공연까지 계속 지원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예술가의 집으로 들어오게 되면 기존에 받던 지원을 못 받게 된다고 말하더군요. 그럼에도 예술가의 집에서 하우스콘서트를 하겠다고 자청했습니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클래식음악 보편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가치를 계속해서 제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대학로는 한국 문화예술의 발원지이자 중심지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순수예술이 점차 사라지고, 대중문화가 장악하고 있잖아요. 순수예술의 씨앗을 다시 뿌리고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대학로에서부터 기초문화를 견고히 하고 싶었습니다.
김시형_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하우스콘서트를 할 때 클래식만 하신 것이 아니라 클래식을 중심으로 국악, 재즈, 대중음악, 실험예술, 독립영화 등 다양한 예술분야를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창수_네, 그렇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대중음악을 보러온 사람들이 다양한 예술분야를 하고 있는 하우스콘서트에 와보고 하우스콘서트가 좋아서 다른 공연에도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클래식음악에 대한 편견이 허물어지게 되고요. 그래서 다양한 예술분야를 하우스콘서트에서 소개하는 것입니다.
김시형_결국에는 다양함 속에서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거죠. 그러면서도 ‘이제까지 내 취향과 다른 것도 훨씬 좋구나.’고 느껴질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주고요.
박창수_결국 진짜 감동이 무엇인지만 알려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예술분야 속에 작곡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창작활성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진짜 기초문화이기도 합니다.
김시형_마찬가지로 저도 클래식음악에서의 작곡가에 대한 존중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도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작곡가들의 곡들이 우리나라 클래식음악계에서 일회성음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창수_저희가 전국에서 공연을 만들 때 50명의 작곡가를 뽑아서 10번씩 공연을 하겠는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김시형_한 작품이 여러 곳에서 연주될 수 있다는 그 기회. 솔직히 말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저도 작곡가다 보니까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음악계가 하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콘텐츠가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대중음악 쪽에서는 계속 새로운 게 나오는데 우리는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게 되면 연주자만 바뀔 뿐이지 레퍼토리는 똑같은걸 하고 있으니까요.
박창수_그 말씀도 중요하지만 작곡가들이 작품을 많이 만들었던 또 다른 이유는 연주회를 보러온 관객들이 검증인이 되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 연주자가 국내에서만 활동하면 사람들이 이 연주자의 실력이 어떤지 모릅니다. 그런데 외국의 콩쿠르에서 1등을 하고 오면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죠. 연주자에 대해서 직접 검증 할 생각을 안 하고 왜 외국에 의지 하냐는 겁니다.
김시형_작곡가들이 곡 발표를 하다보면 사람들에게 인식이 되어 다시 연주가 되고 그러면서 살아남는 거니까요. 물론 작곡가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생각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보편성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수많은 공연을 하시면서 박창수 선생님은 공연을 통한 현실적 수익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박창수_저는 예술가이지 기획자가 아닙니다. 10원이라도 이익을 내면 장사꾼이 되거든요. 수익을 포기해야만 정부나 기관에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실정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예산이 남아도 공연을 만들고 연주자들 개런티로 줍니다.
김시형_그러니 많은 예술가들이 선생님께 고마워해야 한다니까요. 현재 무대에 올라가고 싶은 예술가들이 많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예술가들이 외국에서 콩쿠르 1등하고 좋은 학위 받아서 오면 2∼3년 안에 다들 부진해져서 레슨선생님으로 전락 하는 게 현실이거든요. 예술계에서 연주를 해서 생계를 이어나가고 사람들이 알아봐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너무 없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하우스콘서트를 통해서 어떤 꿈이나 이상을 가지고 계신가요.
박창수_김시형 교수님은 작곡가이시니까 제 마음을 이해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5000개의 공연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5000개의 공연이라고 말했지만 이건 최소치지 최대치가 아닙니다.
김시형_그래도 시작은 하셨으니까 5000개라는 상징적 터전은 만들어 놓고 싶으신 거잖아요.
박창수_2012년에는 130개, 2013년에 259개, 2014년에 515개, 올해 목표가 1000개이고 내년에 2000개를 하겠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가 이윤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연주자들에게 지방공연을 제안했을 때 연주자들이 안가겠다고 했었습니다. ‘지방에서 관객을 모을 자신이 없고 악기를 들고 지방까지 갔다 와야 하느냐’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그때 거절했던 사람들은 지금도 전 안 부릅니다. 지방에는 마지못해서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이 연주자들의 생각이 달라지는 겁니다. 리사이틀홀에서 연주회할 때 항상 선·후배, 선생님, 가족 등 보던 사람들만 있었는데 막상 지방 공연장에 가보니까 전혀 다른 관객들이거든요. 새로운 관객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연주자들의 생각이 바뀌게 되었죠.
김시형_아까 박창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관객뿐만 아니라 연주자들에게도 감동을 주면 된다는 거죠. 이제부터 여쭤보고 싶은 문제가 예민한 문제라 조심스럽네요. 공연을 만들고 있는 예술가의 입장에서 문화 정책에 대한 개선 방안을 꼭 말씀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박창수_문화 정책에 있는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면 비단 그 사람들만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은 전체의 문제라는 것이죠.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의식 수준을 이야기 하는 겁니다. 전체적으로 문화의식을 1%라도 올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아까 이야기 했듯이 여러 지역에서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씩은 공연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기초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맞습니다. 문화적 의식 구조 개선 문제에 대한 기사도 조금씩 나와야 하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면서요. 박창수 선생님께서 5000개의 공연을 만드신다면 저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도 100% 다 바뀔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으시잖아요. 0.1%라도 바뀐다면 바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창수_2013년에는 원데이 페스티벌을 국내에서만 했기 때문에, 한발 더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2014년 원데이 페스티벌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어떻게 할 것 같으세요? 올해는 한 달 동안 하는데 전 세계에서 합니다. 한 달을 하는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문화가 있는 날>은 단기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정책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험합니다. 지방공연장들이 공연을 많이 안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문화가 있는 날>을 하게 되면 이번에 <문화가 있는 날>을 했으니까 올해는 클래식음악회를 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이 생긴다는 거죠. 이건 예상하는 바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재의 현상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문화라는 것은 순간적인 효과를 누리는 것이 아니고 정부와 공연장은 국민들에게 언제나 문화가 있는 삶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서 문화란 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달 동안의 페스티벌을 만든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에 동감하는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과 공간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미국, 러시아,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스라엘,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페루, 중국, 일본 등지에서 같이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7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하는데 7월 1일 개막연주에는 강남심포니가 참여하기로 하고 폐막연주는 음악팀과 김영희 MUTDANCE, 일본 부토무용 팀과 함께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만듭니다.
김시형_제가 SNS에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열정페이라는게 있지 않습니까. 재능기부라고 해서. 근데 한 번의 재능기부로 아티스트들에게는 대가가 분명히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 주신 거죠.
정리_김수현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5년 5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패널: 박창수(더하우스콘서트 대표 및 음악감독)
패널: 박창수(더하우스콘서트 대표 및 음악감독)
진행: 김시형(명지대 음악학부 교수)
패널: 박창수(더하우스콘서트 대표 및 음악감독)
진행: 김시형(명지대 음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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