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윤수
독특한 주제로 갖는 렉처 리사이틀
슈만의 「크라리슬레리아나」,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 각 악장의 제목이 ‘에머슨(Emerson)’, ‘호손(Hawthorne)’, ‘알코트 가(家)(The Alcotts)’, ‘소로우(Thoreau)’로 되어 있는 아이브스의 「콩코드 소나타」, 이 작품들은 각기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을까? 그 답은 현재 피아니스트 조윤수(현재 예원학교 전임)의 독주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코스모스악기 창립 40주년 기념 초청 리사이틀을 11월 24일 오후 5시 코스모스홀에서 갖는 그녀는 이번 무대의 프로그램을 구성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평소 연주해 보고 싶었던 곡인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를 중심으로 하여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곡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다가 이 작품이 호프만의 소설에 나오는 크라이슬러라는 인물의 이름으로 작품의 제목을 지었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이름이 작품명에 들어간 곡들을 모아 봤고, 연주만 하면 전달력이 약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 곡을 선정해 렉처 리사이틀로 준비했습니다.”
그녀가 이번에 연주할 작품은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 작품16」 중 1, 2, 3, 8번,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 중 ‘1. Prelude’, ‘3. Forlane’, ‘6. Toccata’, 아이브스의 「소나타 제2번 ‘Concord, Mass, 1849-60’ S. 88」 중에서 3악장인 ‘The Alcotts’를 연주한다.
“슈만은 독일 낭만주의 작가 호프만의 작품에 무척 심취해 있었다고 합니다. 호프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의 등장 인물인 크라이슬러는 음악가이면서 충동적이고 광기어린 성격의 소유자로, 슈만은 그 주인공에 자신을 투영시켜 동명의 작품을 작곡했지요. 그리고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에서 ‘Le Tombeau’는 단순히 무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추도, 기념하는 의미입니다.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라벨이 전사한 전우들을 추모하며 작곡, 헌정한 것이지요. 또한 ‘쿠프랭’의 무덤인 이유는 쿠프랭이 바로크 시대 프랑스 건반 음악의 원조이기 때문이고요. 라벨은 이 작품에서는 쿠프랭 시대의 양식에 입각해 음악적 언어, 센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어 조윤수는 20세기 초·중반을 대표하는 미국의 작곡가이며,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했던 아이브스의 「콩코드 소나타」에 대해 “미국식 낭만주의로 통하는 초월주의자들의 활동이 꽃핀 시기에 콩코드라는 마을 출신의 철학가, 소설가 등의 이름으로 소나타를 작곡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덧붙여 아이브스는 찬송가, 재즈 등의 선율을 차용해서 자신의 작품에 인용(quotation)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 작품에서도 그런 점이 보인다고.
“이렇듯 사람의 이름으로 작품명을 지었지만 동기, 묘사 방법이 전혀 다르지요. 이번 무대에서 설명과 연주를 함으로써 관객들이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며 감상할 수 있게 할 생각합니다. 코스모스홀이 아담하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전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생각이고요. 공교롭게도 서로 다른 나라(독일, 프랑스, 미국), 시기(중기 낭만, 후기 낭만, 20세기 초·중반) 작곡가들의 작품들이기 때문에 작품 배경과 공통점, 차이점을 느끼며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무대가 되길 바랍니다.”
사실 피아니스트 조윤수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활발히 연주 활동했으나 재작년부터 비중있는 연주 무대는 줄이고 태교 음악회 등 작은 무대를 통해서만 꾸준히 관객을 만나왔기에 이번 독주회를 갖는 것에 대해 망설였다고 한다.
“연주를 준비하는 것이 많은 에너지의 집중을 요하는 일인데,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첫째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 연주 활동을 하는 것이 큰 욕심처럼 느껴졌습니다. 크든 작든 모든 연주가 중요한데 제 형편이 좋지 않을 때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부정적인 생각만 했지요. 더구나 이번 프로그램은 제가 연주해 보지 않은 곡들이어서 제 나이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젊은 때 제 개인적인 역할만 생각했다면, 나이가 들수록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독주회를 통해 스스로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한편, 이 클래식 음악이 얼마나 공유하기 좋고, 가치있는 예술 활동인지에 대해서 나누고, 전파하는 것이 전공자로서의 사명, 의무라고 봅니다.”
피아니스트 조윤수는 예원, 서울예고, 서울대를 거쳐 피바디 음대에서 석사,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서울대, 연세대 강사와 백석대 전임강사를 역임하고 현재 예원학교 전임(부장 역임)으로 재직 중이다. 다수의 독주회와 협연, 실내악 연주회를 비롯해 여러 차례 초청 연주회를 가진 그녀는 음악춘추 캠프, 프랑스 알자스 무직 알타 캠프, 설악 캠프, 예원 캠프, 피아노 음악 캠프 등 다수의 캠프에서 초청 교수로 활동했으며, 미국 인터라켄 예술학교 초청 마스터 클래스를 갖기도 했다.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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