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옥현
정년기념 음악회 ‘음악의 동행’
“하나의 소리가 있기 위하여 울창한 숲이 거기 그렇게 있었습니다. 봄날의 꿈을 먹고 긴 사계의 여정을 넘으며 일구어온 빛깔, 향, 맛으로 동행(同行)의 예술을 빚은 환상을 이 가을에 담아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독주와 앙상블, 점과 선으로 그린 화음 속에서 사랑의 기쁨이 가득한 시간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1988년 한세대에 부임하여 한결같은 마음으로 수많은 후학을 양성해 온 피아니스트 김옥현 선생이 24년간의 교수생활을 마치고 본연의 음악인으로 돌아가 제자들과 아름다운 음악의 동행을 시작한다. 그 출발을 알리는 김옥현 선생의 정년기념 음악회가 11월 13일 오후 7시 30분 영산아트홀에서 열린다.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자유로워진다는 해방감도 있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졸업을 시키지 못한 학생들이 마음에 걸리기도 합니다.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음악활동을 하며 피아니스트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김옥현 선생을 비롯하여 방지영, 장세정, 주은정, 김단하, 이성채 등 총 12명의 제자들이 출연하는 이번 음악회의 프로그램은 ‘동행’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1부에서는 슈만의 「Carnival Op.9」 전곡을 김옥현 선생과 그의 제자들이 나누어 연주하고, 이어지는 2부에서는 베버의 「Invitation to the Dance」, 샤브리에의 「Espa a」, M. Wilberg의 「Fantasy on themes from Bizet’s Carmen」 등으로 제자들과의 앙상블 무대를 선사한다.
20여 년의 시간 동안 김옥현 선생은 제자들에게 어떤 점을 가장 전하고 싶었을까. 선생은 언제나 준비 과정에서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바이지만 음악이 학생들의 생활 속에 녹아나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며, “음악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추진력’입니다. 자신이 공부한 것을 어떻게 발표하고, 활용하는 가는 ‘추진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라고 덧붙였다.
선생이 이렇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추진력을 강조하는데에는 현재 음악인들이 설 수 있는 자리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은 워낙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음악뿐만 아니라 타 분야에서도 자신의 전공을 직업화하는 것이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 또한 이제는 무조건 유학을 떠나서 학위를 따는 것보다, 음악 외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다른 문화적인 소양을 쌓을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음악에만 집중하기도 벅찬 시간일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넓게 보고, 듣고, 생각하여 음악적 소양과 더불어 사회적 지식을 갖추게 된다면 어디서든 꼭 필요한 인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김옥현 선생은 취업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은 학생뿐만이 아니라며, 정부에서 학생들의 취업률에 따라 대학을 판가름하기 때문에 교수들 또한 심적으로 많은 부담감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앞으로 학교의 위상을 높이고 학생들이 사회에 조금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하였다.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 졸업 후 캐나다로 유학하여 칼가리 대학교와 맥길 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김옥현 선생은 귀국 후 한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교수직과 더불어 현재 한국피아노두오협회 감사, 한국베토벤협회 부회장, 수리음악 콩쿠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제16회 스승의날에서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은 바 있는 선생은 지난 해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 참사를 돕기 위한 자선 음악회를 열어 올해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일본 와카야마현 정부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하였다. 선생은 정년퇴임 후 일본뿐만 아니라 캐나다 등지에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음악회를 계속해서 가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매 연주마다 청중이 즐길 수 있는 음악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담은 음악회이니 만큼 저와 제자들이 하나가 되어 전하는 화음에 귀를 기울여 주신다면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글_박진하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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