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이혁 / 음악춘추 2012년 11월호

피아니스트 이혁
제8회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

 

지난 해 말 처음 개최된 한국 스타인웨이 콩쿠르의 우승자 중 한 명으로, 카테고리 Ⅰ에서 1등을 차지했던 이혁 군(12세. 선화영재아카데미 재학 중)은 당시 인터뷰 때 해맑은 미소와 함께 어떤 질문이든 또박또박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일년이 채 되지 않아 제8회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및 협주곡 최고연주상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혁 군과 다시금 만났다.

“제1회 한국스타인웨이 콩쿠르가 끝난 후 한 달 만에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 출전하기로 결정해 지난 여름 내내 열심히 연습했어요. 국제 대회는 처음 출전하는 거라 부담이 없었고, 그저 배운 것을 마음껏 표현하고 오려 했는데, 그렇게 즐기려고 한 태도가 수상하는 영광을 가져왔나 봐요.”
지난 9월 14일부터 21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제8회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이혁 군은 1차에서 쇼팽의 「에튀드 작품10-2, 10-4, 25-1」, 「폴로네즈 작품71-1」, 2차에서 쇼팽의 「왈츠 제16번」, 「마주르카 작품50-2, 56-2」, 「프렐류드 작품28-10, 28-11, 28-12」, 「발라드 제2번 작품38」, 3차에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피아노 반주로, 4차에서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이혁 군은 지난 한국 스타인웨이 콩쿠르 예선에서 연주했던 에튀드, 그리고 본선에서 연주했던 발라드를 이번 콩쿠르의 1차, 2차에서 연주했고, 그 외에는 모두 처음 배운 곡이었지만 새로운 곡을 많이 접할수록 신이 나기 때문에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이 더 재밌었는데 이번에 제2번을 배우며 이 곡의 아름다운 선율을 더 잘 보게 되었고, 확실히 작품을 익힐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피아노를 연주하곤 하는데, 이번에 협주곡을 연주할 때는 『갈매기의 꿈』을 생각했어요. 주인공인 갈매기 조나단의 이야기가 이 작품과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이 콩쿠르는 1992년 창설 이래 4년에 한 번씩 개최되고 있으며, 만 17세 이하의 재능있는 피아니스트들을 조기 발굴해 왔다. 이번 대회에서 이혁 군은 중국의 푼 티파니(15세)와 공동 1등을 차지했으며, 제1회 한국 스타인웨이 콩쿠르의 대상 수상자였던 하규태 군도 3등을 했다. 피아니스트 임동혁, 임동민(1996년), 이효주(2000년), 조성진(2008년) 등이 이 콩쿠르에서 수상한 바 있다.
“2차 연주를 마치고 나오자 어떤 할머니께서 제 연주에 감동을 받으셨다며 제 손을 잡고 우셨어요. 그리고 4차가 끝난 후에는 다른 할머니께서도 제 연주를 1차부터 지켜봤다며 큰 꽃다발을 주셨고, 어떤 분께는 사인을 해드리기도 했고, 1차부터 참관하셨다는 가와이 피아노의 사장님께서 저를 보며 ‘그레이트!’라고 해주신 것도 기억나요. 더 열심히 노력해서 보다 많은 청중에게 다가가 감동을 주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덧붙여 이혁 군은 이번에 모스크바를 처음 가 봤는데, 콩쿠르 후에 크렘린 궁, 붉은 광장 등을 보니 우리나라와는 색다른 점이 있어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현재 선화영재아카데미에서 피아니스트 이양숙(선화영재아카데미 원장)을 사사하고 있는 이혁 군은 “선생님께서는 항상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즐겁게 연주하라고 말씀하시고, 평소 손가락 테크닉보다는 선율을 잘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신다”며, 스승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두산그룹 연강재단의 음악영재 장학생으로 발탁되기도 해 이번 콩쿠르 출전으로 박용현 이사장의 특별한 지원을 받기도 했다.
한편, 이혁 군은 11월 10일 오후 3시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를 가질 예정으로, 1부에서 바로크 시대의 바흐, 고전 시대의 모차르트, 낭만 시대의 멘델스존의 작품을, 그리고 2부에서는 이번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곡들을 국내 청중에게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독주회 이틀 전에는 신세계 백화점 문화원에서 개최되는 한국 스타인웨이 콩쿠르 1, 2위 입상자 연주회에 출연한다.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