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초대 ∥ 피아니스트 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교수로 취임, 교육자로 모교를 다시 찾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이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9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음악원 25주년 기념 피아노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열릴 예정입니다. 2009년 스위스 취리히 게자 안다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 우승과 동시에 대회 최초로 슈만상, 모차르트상 그리고 청중상 등 모든 특별상을 휩쓸며 이목을 집중시킨 피아니스트가 있다. 교육자로서 다시 모교를 찾은 이진상을 만나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을 찾았다. 학생들을 통해서 자신이 성장함을 느낀다는 이진상과의 인터뷰를 지면에 싣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전임 교수로 임용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임용 된 후 한 학기를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기대감도 많았지만 저에게는 책임감이 훨씬 더 막중하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제자를 길러낸다는 것은 단시간 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 좀 더 길게 보고 학생들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많은 학생들의 개성과 재능, 수용하는 자세 등을 통해 오히려 제가 영향을 받고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음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너무나 풍요로운 한 학기를 보낸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레슨을 통해 학생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 간다면, 후에는 긍정적으로 변화한 학생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스승으로서의 저도 한층 더 성장하여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저의 스승님들은 제자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셨고, 앞서서 그 걸음을 걸어가셨습니다. 그 모습이 저에게 굉장한 교훈과 영감을 주었는데, 저 또한 학생들에게 동일한 영향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학생들이 습득력이 굉장히 빨라서 한 학기라는 짧은 시간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모습들을 닮아간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가 어떻게 연주하고 연습에 임하는지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큰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연주자, 테크니션, 이제는 교육자까지 피아노와 함께 해온 선생님의 음악인생이 궁금합니다. 자유롭게 살았던 것 같아요. 연주하고 싶은 만큼 연주를 했고, 욕심이 적어지고 조용히 지내고 싶을 때는 조용한 도시로 떠나기도, 욕심이 생기면 큰 도시에 나가 콩쿠르에도 참가하는... 자유로운 음악가의 인생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피아노 제작에까지 관심이 가서 테크니션으로 지냈던 시간도 있었고요. 지금은 연주자로 돌아와 연주를 하고 있으며, 교육자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도 서 있습니다. 물론, 교육자로서 설 때는 이러한 성향을 자제하고 계획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나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닌 각각의 학생들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그들의 진로와 재능에 계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어야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자유로운 음악가의 삶과 교수로서의 삶은 서로 양립할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양분 할 수 없는 길인 것 같아요. 한국에 들어와서 연주기회가 많아졌습니다. 그 연주를 하나하나씩 해내면서도 학생들에게 소홀하지 않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나름 뿌듯함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었고, 학생들에게도 귀감이 되었을 것이라는 자부심을 가졌어요(웃음). 오히려 연주자로서의 면모도 더욱 확고해지는 것 같습니다. 시간 활용을 잘 하면 학생들과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면서도 연습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번 학기를 가장 행복하게 보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이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학생들이 저에게 보여준 배움에 대한 의지와 호기심, 하루하루 달라지는 스펀지 같은 모습들이 연주자로서의 저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아요. 무대 위에 자신과 피아노만 덩그러니 놓인 채 관객과 ‘독대’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무대에서는 독대가 여러 방면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연주자인 나와 작곡가, 나와 악기, 나와 관객, 혹은 파트너가 있다면 나와 파트너와의 독대까지 있겠죠. 저는 이 모든 독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객과 소통하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 그 기본 목적은 항상 기반에 깔려 있지만 사실 연주회에서 더 좋은 연주, 가치가 있는 연주를 위해서 때로는 관객을 머리에서 지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관객과 독대한다는 생각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물론 이것은 연주자마다 개인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비해, 악기와의 독대는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악기 제작에 대해 공부할 때 ‘이 세상에서 내가 무언가를 주었을 때, 고스란히 돌려주는 관계는 악기밖에 없다.’는 것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악기라는 것은 내가 심혈을 쏟아서 무언가를 주면 그만큼 정확하게 소리로 돌려줍니다. 연주자의 거울이라고 볼 수도 있죠. 그래서 악기와의 독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제가 믿고 믿을 수 있는 독대 중에 하나입니다. 작곡가와의 독대는 우리가 항상 탐구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하는, 평생 가지고 가야할 과자입니다. 그것은 작곡가를 향한 일종의 존경심이고, 작곡가가 곡에 담은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음악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사명을 연주자들이 가지게 되는 것이죠. 솔로연주를 하는 시간은 홀로 명상하고 참회하고, 기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솔로 연주 보다는 협연과 실내악을 더 많이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이 관객들과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 피아니스트들이 해야 할 노력은? 음악가들은 연주의 목적이 관객들이 ‘나’라는 사람을 향해 박수를 치게 만드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박수를 받아야 할 것은 그저 음악 자체이죠. 관객들이 음악과 가까워지도록 연주를 잘 하면, 그것으로 연주자가 할 일은 다 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현재 클래식이 대중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음악가들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은? 저는 새로운 시도들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어떠한 테크놀로지를 쓰던지, 혹은 어떠한 개그적인 요소를 연주에 접목시키던 간에 연주 퀄리티가 높고 그 속에 진지한 생각과 메시지가 있다면 이러한 시도가 좋다는 생각입니다. 아주 여러 방면에서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시도가 있습니다. 나레이션과 무용을 연주에 접목하는 시도는 이미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기술적으로 비디오와 오디오를 활용한 다양한 가능성들이 열려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를 잘 활용해야 하겠죠.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문턱을 낮추는 것은 언제든 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이러한 창의적인 접근에 대해 학생들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창의성을 열어주고, 먼저 체험한 것을 알려 주는 것이 제가 서포트 해줘야 하는 부분이겠죠. 실제로 한 학생과는 매 레슨 때마다 작곡 또는 즉흥연주를 하면서 너의 음악을 들려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 그가 가진 큰 잠재력이 드러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각 학생들이 가진 잠재력과 재능이 어떤 것들인지 알아보는 중입니다. 물론, 타협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악보를 제대로 읽고 연주하는 것에 대해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작곡가의 메시지를 공부하고 그것을 자신의 감수성으로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서 제가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것이죠. 앞으로의 계획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이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9월 30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음악원 25주년 기념 피아노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열립니다. 김대진 교수님, 손민수 교수님, 저와 학생들이 함께하여 25년간의 음악원의 역사를 축하하는 자리가 될 예정입니다. 또한, 제가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독일의 피아노 3중주단인 베토벤 트리오 본(Beethoven Trio Bonn)에서 베토벤 트리오 전곡 녹음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맞춰서 발매될 예정입니다. 피아니스트 이진상 피아니스트 이진상은 국내에서 서울예고 수석 입학,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입학 및 부산음악콩쿠르 대상 (문화관광부장관상), 중앙음악콩쿠르1위, 서울신인음악콩쿠르 대상 등을 연이어 석권하며 한국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는 2005년 쾰른 국제피아노콩쿠르와 2008년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심사위원장으로 있는 홍콩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명성을 쌓았다. 이진상은 니콜라이 즈나이더, 더글라스 보스톡, 데이비드 에프론, 로만 코프만, 마리오 벤자고 등의 지휘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뉘른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베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등 정상급 오케스트라에 초청되었다. 국내에서는 KBS 교향악단 및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천, 등 주요 교향악단들과 협연한 바 있다. 또한 세계 유수의 음악 페스티발에 초청되었으며 베를린 필하모니,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비엔나 콘체르트하우스, 취리히 톤할레 등 명 공연장에 초청되었다. 슈테판 크뉴퍼를 사사하며 스타인웨이 오스트리아에서 피아노 테크닉을 공부한 그는 이후 스타인웨이 함부르그 공장에서 피아노 제작과정에 직접 몸담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대진 교수와 함께 음악가로서의 발판을 닦은 이진상은, 볼프강 만츠와 파벨 길릴로프를 사사하며 쾰른 국립음대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실내악에도 특별한 애정을 보이는 이진상은 2015년부터 바이올리니스트 Mikhail Ovrutsky와 첼리스트 Grigory Alumyan과 함께 ‘베토벤 트리오 본 (Beethoven Trio Bonn)’의 피아니스트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2013년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음악인에게 주어지는 "운파 임원식 음악상"을 수상하였고, 2018년 3월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글_ 김진실 기자. 사진_ 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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