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피아니스트 이주원 / 음악춘추 2012년 12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12. 1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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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이주원
마음을 움직이는 피아노 선율 창출

 

삶의 중요한 감정요소인 ‘감동’은 음악하는 이들의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기자 또한 음악가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가장 빈번히 듣는 용어가 되었지만, 12월 29일 귀국 독주회를 앞두고 있는 피아니스트 이주원(12월 29일 오후 7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과의 만남에서 ‘감동’이라는 말은 조금 더 특별히 다가왔다. 
“언젠가 저에게 수많은 연주가들의 연주가 모두 똑같은 소리로만 들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모두가 똑같은 소리를 내는데 굳이 나의 음악을 필요로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피아노를 계속 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까지 이르렀지요. 그러던 어느 날 레온 플라이셔의 연주회를 보고, ‘아,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다면 할 만한 일이겠구나!’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은 제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그 때부터 이주원의 연주는 다른 무엇보다 ‘감동을 주는 음악’이 우선시되었다. 이번 귀국 독주회 역시 공부를 마친 후 국내 관객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연주를 선보이는 자리이기에 그 동안 배워온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가장 먼저 관객의 마음에 와 닿는 음악을 선사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귀국 독주회에서 그녀가 선보일 곡은 하이든의 「소나타 다장조 Hob. ⅩⅥ:50」,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제6번 가장조 작품82」, 슈만의 「다비드 동맹 무곡집 작품6」이다.
“학창시절에는 화려하고 기교적인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을 선호해 왔고, 특히 마지막 곡인 프로코피예프의 곡은 음악가의 길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저를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준 곡이지요. 20대 후반에 접어 들면서는 낭만시대 작품들이 저에게 도전이 되었고, 생각이 조금 더 성숙해지며 낭만시대 작품들에서 깊은 맛이 느껴졌지요. 슈만이나 브람스 같은 작곡가들의 극적인 낭만과 고뇌를 함께 느끼고 공부하는 것은 힘들면서도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두 가지 색깔 모두 조화롭게 이루어 나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어 이주원은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곡마다의 캐릭터가 뚜렷한 작품”이라 설명하며, 자신이 수십 가지 종류의 물감이 담긴 팔레트처럼 다채로운 색깔의 소리를 갖기 위해 노력해 온 만큼 이번 무대는 다양한 소리로 음악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다고 설명했다.


“여러 다른 성격의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명배우처럼 극과 극의 변화를 표현해야 하는 것이 연주자의 자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소리로 표현하는 음악으로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연주회가 되었으면 하고, 가장 따뜻한 소리부터 아주 차가운 소리까지, 맑은 천진함부터 몹시 어두운 고뇌까지 우러나올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주원의 아버지는 경희대 음대 명예교수인 이훈 선생이며, 어머니 또한 성악을 전공하였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이주원은 서울대 음대를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도미하여 피바디 음대에서 석사과정과 전문연주자과정을, 보스톤 음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음악의 길로 들어선 후 아무런 망설임 없이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살아온 그녀이지만 미국 유학생활 동안 뜻하지 않은 갈등이 찾아왔다.
“대학을 다닐 때까지도 평생 피아노를 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언제나 ‘어떻게 하면 더 잘 칠 수 있을까’만을 고민했었지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유학생활 중에 ‘꼭 피아노여야만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충격이었지요.”
하지만 이러한 그녀의 고민의 해결책 또한 피아노였다. 이주원은 이처럼 방황을 하던 시기에 볼티모어의 한 무대에 오르게 되었고, 이 연주회를 통해 자신이 비로소 피아노를 칠 때 가장 행복하며, 또한 하고 싶은 일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후배 음악도들에게도 지금 전공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그것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 맞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음악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반드시 자신이 좋아해야만 계속해 나갈 수 있는데, 대부분 자아가 형성되기 전에 음악을 시작하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과 적성을 돌아볼 기회가 없어 뒤늦게 혼란이 찾아오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이지요.”       
Orford Music Festival, Bowdoin Music Festival, Goodwin Hall 독주회, Tasai Performance Center 독주회 등의 다양한 연주 활동을 가져온 그녀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국내에서도 여건이 허락하는 한 많은 연주활동을 하고 싶다고 전하였다.
“아직은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후학을 가르치는 일도 병행하면서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최대한 연주에 매진하여 더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아버지와 연주회도 갖고, 다른 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서는 기회도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


글_ 박진하 기자 / 사진_ 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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