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피아니스트 이윤수 / 음악춘추 2015년 6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5. 12. 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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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이윤수
음악의 고귀한 가치에 다가가고 싶습니다

 

피아니스트 이윤수가 오는 6월 13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이별...그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부제를 가지고 음연초청으로 피아노 독주회를 갖는다.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Six Bagatelles Op. 126」, 쇼팽의「Sonata No. 2 in b-flat minor Op. 35」, 슈베르트의「Sonata in a minor D. 845」이다.

 

***프로그램 소개와 감상 포인트
테마가 ‘이별, 그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인데요. 이별을 마주하는 여러 가지 모습을 담아보려고 했습니다. 베토벤의 후기작품들이 우리네 인생을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이번에 연주할 바가텔 op.126은 젊은 날의 치기나 혼란 그리고 마지막에 그 끝을 수용함으로 다다를 수 있는 일종의 환희를 모두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곡이기에 베토벤이 피아노에게 작별을 고한다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쇼팽 소나타 2번은 너무나 유명한 장송행진곡이 포함된 곡으로 상실에 대한 가장 인간적이고 직접적인 절규를 표현하고 있고 희망과 절망이 묘하게 섞여있는 슈베르트의 곡은 쇼팽과는 대조적으로 그런 감정들이 담담하게 묻어나 애잔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죠. 이 이별이 헤어짐이나 상실 혹은 사랑후의 이별만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것들과 이별을 하죠. 그게 어른이 된 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어린 시절 꿈과의 이별일 수도 있고 또 내 안에 있던 미움이나 후회 혹은 욕심들을 놓아버리는 순간일 수도 있죠. 그래서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별’을 생각했습니다. 무언가를 내려놓고 혹은 비운다는 건 다시 채울 희망이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또 우리의 인생이란 무언가를 받아드리고 비워낼 용기를 가질 때 비로소 더 아름다울 수도 있으니까요.

 

***이번 독주회에서 중점을 두신 부분이 있다면요?
공연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보려고 했습니다. 제가 각각의 곡들에 부여한 의미는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청중 분들께 나름의 연결고리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피아니스트 이윤수를 보고 듣는다기 보다는 청중 분들의 기억이나 가슴속에 남아있는 여러 감정들이 떠올려지고 또 음악을 통해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죠. 최근에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인류가 지금껏 이 긴 역사를 거쳐 오면서 만들어 낸 것들 중 가장 위대한 것이 예술인거 같다고요. 청중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늘 가슴이 벅차죠. 그토록 위대하고 고귀한 것이 예술이지만 저는 그 음악이 고귀하여 우리의 인생에 녹아들지 못하고 존재하기만 한다면 오히려 그 의미를 잃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인으로서 저는 그 고귀한 가치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 음악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음악을 해오시면서 기억에 가장 남는 스승님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지금껏 가르침을 받았던 스승님들을 떠올리면 그저 ‘나는 정말 인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려서부터 그렇게 좋은 선생님들께 배울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일 뿐더러 한분 한분 모두 제가 너무 존경하는 분들이기에 음악적인 가르침을 넘어서서 그 분들의 등을 보고 성장할 수 있게 해주신 인생의 멘토이시니까요. 지금도 제게는 하늘같은 스승님이시지만 저도 이제 어른이 되어서 그분들 곁에서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건 너무나 행복한 일입니다. 이전에도 한국을 오가며 혹은 독일에서 계속 레슨을 해왔었습니다만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단순한 지식이 아닌 음악을 가르친다는 것의 무게와 책임을 요즘 들어 배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제 스승님의 존재가 훨씬 크게 느껴짐과 동시에 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새삼스레 부끄럽고 죄송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유학생활 동안 잠시 콩쿠르에 나가지 않았던 이유가 있나요?
저는 욕심이 정말 많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하지만 그건 순전히 제 개인에 대한 욕심이지 경쟁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콩쿠르에서 좋은 스승님들의 가르침 덕분에 늘 좋은 결과를 얻다보니 점점 음악이 아닌 콩쿠르 결과에 집착하고 경쟁심에 가득차서 피아노를 치는 제가 싫어졌던 것 같습니다.
물론 평생 콩쿠르를 안 하겠다고 결심했던 건 아니었지만 잠시 스스로 과열된 저를 좀 비우고 싶었습니다. 또한 비엔나에서 사사받았던 Medjimorec교수님 역시 어릴 때 배운 레퍼토리들을 평생의 자산이라고 하시며 가능한 한 많은 곡들을 다양하게 공부하기를 추천하셨습니다. 그렇게 피아노앞에 앉아 새로운 곡들을 배우고 연구하고 고민하는 그 시간이 너무 즐겁고 소중하게 다가왔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리고 생각했던 것 보다 오랫동안 콩쿠르와 멀어졌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10년이 제게는 참 많은 것을 가져다 준 시기였던 거 같습니다. 혼자 방황도 많이 했지만 제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고 그 시기에 쌓아왔던 지식들과 레퍼토리들이 지금 제 바탕이 되어주니까요.

 

***앞으로의 활동계획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지금은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어도 해외에서 지금껏 해온 연주들을 가능한 한 이어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독주회 후에는 독일로 출국해서 연주 스케줄과 CD녹음 등을 소화할 예정입니다. 올 하반기에 은사님이신 이혜전 교수님과의 듀오연주를 앞두고 있는데 앞으로 국내의 청중 분들과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자 합니다. 한국에서 보낸 짧은 시간동안 좋은 음악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그런 분들과 더불어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싶은 바람도 있습니다.

 

***선생님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요?
음악은 제가 도달하고픈 절대적 가치입니다. 그래서 제 인생에 있어서 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죠. 인생의 여러 가지 길목에 설 때가 있지만 늘 음악을 중심에 두고 생각을 하여 흔들림 없이 제 길을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정화시켜주는 존재이기도 하구요. 그런 음악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건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피아니스트 이윤수는 예원학교를 실기수석으로 졸업하였으며 서울예고 1학년 재학 중 비엔나로 도오 하였다. 비엔나 국립음대에서 학사, 석사 과정과 전문 연주자과정을 만장일치로 최우수 졸업한 후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디플롬과정과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하였다.  
 

글_ 김수현 기자 / 사진_ 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5년 6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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