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피아니스트 오상은 / 음악춘추 2016년 5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7. 1.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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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인터뷰 

피아니스트 오상은

피아노페다고지, 타인을 향하는 학문입니다


1. 피아노페다고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글쎄요, 한마디로 표현하긴 어려울 것 같고 그냥 쭉 이야기를 해볼께요. 제가 어렸을 때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피아노를 전공하면 피아니스트가 되는 줄 알 던 시절이었죠. 매년 수백 명의 피아노 전공생들이 대학에서 배출되지만 실제로 연주가로 활동하게 되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은 현실 이였고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피아노를 전공한다고 모두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웃음) 그럼에도 피아노는 가장 많은 아이들이 거쳐 가는 악기이고 로망을 가지게 되는 악기이죠. 그러다 보니 피아노 전공생은 물론이고 타 전공학생들도 실제로 피아노를 가르치는 일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피아노페다고지’란 ‘남자어린이’(Paid)와 ‘이끌다, 돌보다’(Agogos)가 결합된 단어로, ‘어린이를 이끌다’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즉, 피아노를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피아노교수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피아노교수법이라는 용어가 생소한 것은 학교에서 전공으로 분리된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인데, 피아노교수학은 피아노연주와 피아노제작의 역사와 함께하는 오래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숙명여자대학교 피아노페다고지전공 석사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훌륭한 피아노 선생님은 피아노 실기와 아동발달, 아동심리, 신체적 파악 등 피아노교육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모든 사람이 각각 다른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에, 선생님은 그 문제점을 파악하고 거기에 알맞은 해결방안을 제시하면서 학생을 대하고 가르쳐야 합니다. 연주는 자기의 발전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져있다면 피아노페다고지는 타인의 발전에 포커스를 맞추는 학문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저희학교 석사 학생들은 해야 하는 일이 꽤 많은 편입니다. 많은 양의 공부와 프로그램을 소화해 내야하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전공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며, 다른 학교 석사학위 소지자도 다시 입학하기도 합니다. 저희 전공의 입학시험 과정은 실기시험 1곡과 필기시험 2과목을 보는 것으로, 다른 학교와 달리 좀 양이 많습니다. 그래서 준비되지 않으면 원서도 내지 못하더라고요. 어린아이들은 처음 만나는 선생님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선생님에 따라서 아이들이 피아노와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려고 노력 합니다. 

저희 교과과정은 피아노교수법 개론, 피아노테크놀로지, 재즈 반주법, 피아노페다고지 리서치, 피아노티칭 공개수업, 아동발달, 음악교육철학, 교육심리세미나, 아트스피치, 알렉산더 테크닉, 현악 페다고지,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성인일수도 있지요-의 취향과 심리를 어떻게 살펴볼 것인지, 어떻게 그에 맞게 잘 가르칠 것인지를 계속 연구하며 진화하려고 합니다. 또한 학생들은 매 학기 전공실기시험을 보아야 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아주 힘든 일이지요. 하지만 피아노를 못 치는 선생이 어떻게 잘 치게 가르치겠어요. 요리 못하는 사람이 요리를 가르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기 위해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전 분야에 걸쳐서 지식을 가져야 하죠. 그러나 박사학위 소지자만큼 수학이나 과학의 깊이가 깊을 수는 없는 거죠.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피아노 선생님 또한 여러 분야에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가르칠 줄 알아야 합니다. 그 깊이는 너무 깊지 않더라도 말이죠. 저희 전공은 그 점을 고려하여 교과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방학 동안에도 단체 메신저로 지속적으로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커리큘럼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투표를 올리기도 하구요. 작년에는 돌아가신 리드 알렉산더 교수님을 교환 교수로 모셨었는데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나셔서 올해 오시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셨네요. 다음 학기에는 피아노 조율에 대한 수업을 개설할까 합니다. 한 두 번하는 특강이 아닌 정규수업으로요. 피아노에 대한 이론적인 사실보다는 실제적으로 피아노를 조율하면서 배우면 피아노의 구조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석사과정 말고 누구에게나 오픈되어있는 과정이 있는데요. 그것이 바로 피아노페다고지전공 연구과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피아노페다고지를 접하고 배울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피아노 페다고지 입문, 음악사와 문헌, 피아노어드벤쳐, 예술 융합 과정, 곽샘피아노과정 등이 있습니다. 경험한 만큼 세상이 보인다는 진리 하에, 새로운 것들을 먼저 접해보고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선생님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과정에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기계발하시는 선생님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러한 선생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우수한 커리큘럼이 지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3. 선생님의 음악을 하게 된 계기와 음악에 대해서 얘기해주십시오.

저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와 미술을 꾸준히 배웠는데요. 경기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을 때, 담임선생님께서 예원학교 갈 학생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셨거든요. 그때, 반에서 똑똑한 아이들이 꽤 많이 손을 들기에 저도 덩달아 같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 어머니께 예원학교를 가겠다 말했습니다.(웃음) 그러면서 피아노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미술을 더 좋아했는데 초등학교 선생님께서 ‘미술은 나이 들어도 할 수 있지만 피아노는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조언을 해주신 것이 길이 되었네요. 그때의 아쉬움이 남아서 지금도 계속 사진, 그림, 서예 등 여러 가지 외도를 하고 있는데요. 초보로 돌아가서 배우는 기분이 상당히 즐겁습니다. 제가 배우는 입장이 되다보니 익숙해서 잊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며 배우는 학생들의 마음도 생각하게 되고 익숙하지 않은 일에 대한 연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저는 한 번도 연주가로만 살았던 적이 없습니다. 연주자란 연주로 생활을 꾸려 나가야하는 것 아닌가요.(웃음) 물론, 연주도 최선을 다해서 지속하려고 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관리하는 일로 인해서 시간이 많지 않지만 연주를 계속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일에 더 많이 치중하면서 살았고 그것이 저의 적성에 맞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저는 최소의 것만 제공해주고 나머지는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데요. 물론, 이렇게 하면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교육방식입니다. 물고기를 직접 잡아서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지요. 이것은 꽤 많은 인내심이 필요한 방법입니다.


4. 학생들을 가르치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두 가지 경우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을 가르칠 때와 선생으로서의 학생을 가르칠 때입니다. 어린 학생을 가르칠 때는 앞으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가르칩니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연습시간 관리하는 방법과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연습하는 방법들에 대해서 가르칩니다. 하지만 대학원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네가 너를 가르친다면’이라는 전제하에 답을 주지 않고 기다리는 거죠. 이러한 것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제 자신도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성장을 위해 노력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제가 가르쳤던 것들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저의 최선의 것을 학생들에게 전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연주력을 가진 연주가가 모두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연주가로서 본인이 너무나 쉽게 어려운 스킬들을 성공해 버리면 그것을 일반 학생들이 해내지 못했을 때 느끼는 괴로움을 이해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좋은 선생님은 더 많이 실패해보고 더 많이 경험해본 사람인거죠. 게임으로 비유해서 말하자면, 경험치가 높은 사람이요. 게임에서도 아이템이나 하트는 돈으로 살 수 있어도 경험은 살수 없거든요. 

 

5. 앞으로의 활동계획

현재, 피아노를 배우는 인구가 많이 줄어서 돌파구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래서 저희 과정에서 독창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토이피아노를 사용한 그룹레슨 커리큘럼을 가지고 방과 후 활동 수업을 하면 좋겠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피아노는 악기의 특성 상 그룹레슨을 하기가 쉽지가 않거든요. 또한, 피아노에서 영재가 현악만큼 나오지 않는 이유는 피아노악기 자체가 성인을 위한 악기라서가 아닐까 합니다. 어렸을 때 음악을 잘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발육이 좋은 아이들입니다. 가능하다면 2분의 1이나 4분의3 사이즈의 피아노를 제작해서 가르치고 싶습니다. 아쉬운 대로 토이피아노로 시험을 해보려고 하구요.


피아니스트 오상은 

피아니스트 오상은은 예원, 서울예고를 거쳐 연세대학교 음악대학을 수석 입학하여 졸업 후 도미, Mannes College of Music에서 석사학위(MM) 취득하고 American Conservatory of Music에서 ‘A study on the Alexander Technique And Playing Piano’로 피아노 연주와 피아노 페다고지 박사학위(DMA)를 취득하였다. Chopin Symphony, George Enescu Orchestra등 과 북미 유럽 아시아 등에서 협연 및 십 수 회의 독주회 및 실내악 연주 하였으며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특수대학원 피아노페다고지전공 석사과정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글_김진실 기자.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6년 5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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