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피아니스트 김승희 / 음악춘추 2017년 4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8. 2. 6. 10:46

음악춘추 2017년 4월호

커버스토리 / 피아니스트 김승희
피아니스트로, 교육자로 30년을 살아온 그녀의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


다양한 색상과 생동감 넘치는 연주, 진심을 담은 연주로 감동을 전하는 피아니스트 김승희를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만났다. 30년 동안 학생들을 피아니스트의 길로 인도하고 있는 김승희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주자이며, 교육가이다. 그녀에게서 음악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음악의 시작 그리고 유학
6살 때부터, 한국 피아노계의 대부이신 정진우 교수님께 지도를 받다가, 이화여중 1학년 때, 줄리아드 음대의 오디션을 보게 되었습니다. 1968년 줄리아드 음대 교수에게 발탁된 저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선생님의 추천으로 줄리아드 ‘Professional Children School’ 이라는 프로그램을 주중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후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줄리아드 예비학교, 줄리아드 대학, 줄리아드 대학원을 다녔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던 해, 결혼한 저는 콘서바토리 시스템과 다른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어 NYU State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숙대에서의 30년간의 교육생활
이른 나이인 28살에 박사과정까지 모든 공부를 마친 저는 한국으로 남편과 같이 귀국하게 되었고, 숙대와 연대를 출강하면서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저는 1987년, 숙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숙대와 저의 시작입니다. 올해로 숙명여자대학에서만 30년간 재직하였습니다.
아직도 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을 하다 보니, 자신의 나이를 망각하게 됩니다. 젊은 기운과 함께 공부하고 생활하다보니 자신이 매년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숙대에서의 지난 30년간은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이기도 하고, 긴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 동안 감사한 일이 많았습니다.
학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을 때,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함께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한 바가 있습니다. 이 날 지휘자를 비롯하여 오케스트라의 악장 역할을 교수들이 해주셨고, 1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은 숙명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되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성공적인 연주를 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시드니의 콘서바토리에서 수업도 들었고, 호주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영국왕립음악원 학생들과의 교류 등 학장으로서 생각하지도 못한 엄청난 일을 하게 되어 너무 행복하였습니다. 좋은 동료 교수님들, 좋은 학생들과 숙명여대에서 함께 지내다 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앞서 말했듯이, 학생들을 가르친 지 거의 30년이 다 되어갑니다. 학생들은 이전보다 재능도 많고 의욕적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지도할 때, 이전보다 더 빨리 알아듣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음악 실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었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른 시야를 갖게 됩니다. 제 생각은 학생들이 어릴 때 하던 생각으로 음악을 표현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즉 다른 음악가들을 모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여 음악을 한다면 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IT가 발달되어서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음악들을 쉽게 들을 수 있지만, 그들의 음악은 참고가 되어야지 표본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 음악계가 넓어지고 좋은 연주자가 많아져서 대견스럽지만, 아직 클래식을 감상하는 관객들은 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더 클래식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음악인들이 먼저 여러 가지 도전을 해야 합니다. 제가 줄리아드에서 공부하였을 당시, 사람들은 “왜 너희 나라는 피아노, 바이올린만 배우냐?” 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다양한 음악에 관심을 갖고, 더 많은 악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연주라는 것은 무대입니다. 학생의 연주, 어린 학생들의 연주, 선생님의 연주, 연주자들의 연주, 콩쿠르 연주, 모두 다른 무대들입니다. 젊었을 때의 연주와 연륜이 쌓였을 때의 연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연주자들은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다르고, 무대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도 다르지만 결국에는 관객들 앞에서 연주합니다. 무대가 작든 크든 중요한 것은 ‘전달과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곡가는 곡에서 담고 있는 메시지와 스토리를 악보에 담았습니다. 연주자는 그 이야기를 연구하여 내가 느끼는 점, 생각하는 점을 표현해야 합니다. 연주자들은 많은 시도와 노력 끝에 연구한 이야기, 생각, 해석들을 자신의 음악적 색깔에 입혀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악은 ‘나’ 자신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느껴야 합니다. 즉 관객들은 ‘저 연주자가 이러한 것을 표현하고 싶구나.’ 라고 생각하며 스토리를 이해한다면 그것이 좋은 연주라고 생각합니다. 연주자가 곡을 좋은 생각을 가지고 해석을 하여도 관객들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연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모차르트의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적이 있는데, 같은 해 5번의 독주를 완주하였습니다. 주제가 있는 무대를 하였을 때는 그 주제에 대해서 더 깊이 해석을 하여 의미 있는 연주를 합니다.
                      
'나’의 특별한 연습방법
음악은 저에게 사계절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사계절은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음악 또한 누구에게나 있는 것입니다. 또 사계절은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어딜 가나 음악은 있습니다. 도서관, 서점, 레스토랑, 백화점 등에 가도 음악은 들려옵니다.
학생의 연습방법, 교육자들의 연습방법, 연주자들의 연습방법은 모두 다릅니다. 학생 때는 공부하는 것이 제일 우선인 것 같습니다. 현재 저는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니, 교육과 연주를 더불어서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주만 할 수 없습니다.
연습은 얼만 큼 오래 하느냐가 아니라 얼만 큼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연습을 하려면 노력을 해야 합니다. 노력이라는 것은 하루 종일 연습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좋은 연습 방법은 얼마만큼 집중하느냐 입니다. 물론 음악의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음악의 질 또한 중요합니다. 사람은 누구든지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장?단점을 파악하여 장점을 더 발전시키고, 단점은 보안하여 장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장?단점을 모르고 그냥 연습만 한다면, 연습은 되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습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더 중요합니다. 연습은 운동과 비슷합니다. 운동도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게 되면 더 힘들어 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습관화하면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악 또한 습관화해가면서 익숙해지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시대가 예전보다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많은 혜택과 좋은 환경이 많지만, 다들 너무 바쁘게 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공부에 몰두하여 더욱 더 열심히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은 시험과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닙니다. 음악을 통해 즐거움과 행복을 얻는다는 사실 또한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후배연주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피아노를 전공해서 갈 수 있는 길은 크게 연주자의 길, 교육자의 길로 두 개의 길로 나뉘어져있습니다. 물론 모두 교육자나 연주자의 길로 가고 싶겠지만,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요즘 음악계에서 ‘융합’이라는 단어를 많이 씁니다. 연주자, 교육자의 길도 있지만, 음악과 대중들이 융합된 직업이 많습니다. 음악지식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직업 또한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방송국 음악감독, 엔터테인먼트 일, 기악, 합창단, 발레, 오페라 반주, 음악치료사 등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음악을 넓게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제자 중 현재 음향 쪽에서 일하는 제자가 있습니다. 이런 것처럼 음악 말고,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면 과감하게 시도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방면으로 경험을 쌓고 시도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복학, 휴학이 많아졌습니다. 힘들겠지만, 자신의 미래는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학생들, 연주자들은 오픈 마인드로 음악을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의 시야를 더 넓게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건강’이 중요합니다. 우리에게는 하루에 24시간이라는 시간이 똑같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 시간동안 음악을 하려면 부지런해야 합니다. 그리고 건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학생들과 연주자들은 많은 ‘경험’을 하였으면 합니다. 음악에는 여러 감정들이 있습니다. 경험을 하면 할수록, 많은 감정들을 알아낼 것입니다. 테크닉만 좋다고 해서 음악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좋은 감정이 좋은 테크닉과 더불어 져야 좋은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연주자들이 다양한 시야를 갖게 되면, 그 만큼 보는 눈도 달라져 성숙한 음악이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여행을 가면 새로운 것을 많이 얻게 됩니다. 그 경험이 저의 음악을 많이 성장시킨 것 같습니다.
다른 악기들과 달리 피아노는 혼자 하는 악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연주자들보다 외롭습니다. 반주할 때는 다른 연주형태들과 함께 하지만, 피아노는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피아니스트들은 조금 다양한 그룹들과 경험을 쌓았으면 합니다. 경험을 쌓는다면 마음이 정리가 되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피아니스트 김승희
6세의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한 김승희는 이화여자중학교 1학년 재학 중 1968년도에 줄리아드 음악대학 교수에게 발탁되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그 후 Juilliard Pre-College를 비롯하여 줄리아드 음악대학 학·석사, New York 주립대학 피아노 박사(D.M.A)학위를 취득하였다.
일찍이 이화콩쿠르, Kosciusko Chopin International 콩쿠르, Artist International 콩쿠르에서 1등으로 입상하면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온 피아니스트 김승희는 카네기 홀에서 가진 뉴욕 데뷔 독주회를 시작으로 영국, 포르투갈, 호주, 스위스 및 미국 각지에서 가진 독주 및 협연무대를 통해 관객과 평단의 꾸준한 찬사를 받아왔다. 1985년 귀국 후 세종문화회관 개관 기념 초청연주와 예술의전당 주최 교향악축제, 실내악축제 초청연주를 비롯하여, 국립교향악단, KBS 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와의 수차례 협연무대를 가져온 김승희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편집 출판을 비롯해 그동안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 기념으로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연주 및 실황 레코딩, KBS 주관 ‘한국의 연주가’ 레코딩, ‘김승희 추억의 피아노 선율’ CD제작 등 레코딩 작업에도 많은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는 그 밖에도 슈베르트 탄생 200주년 기념 독주회, 쇼팽서거 150주년 기념 독주회,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독주회 등 주제가 있는 무대를 비롯해 전국각지에서 수 십 차례 초청 독주회를 가져오고 있다. 또한 이화여자중학교와 줄리아드 음대 동문인 피아니스트 이연화, 이영인 교수와 함께하는 EJ 피아노 앙상블 멤버로 활동하는 등 국내의 대표적인 중견 피아니스트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연주무대 뿐 아니라 Euro 캠프, 줄리아드 음악대학 교수들과 함께하는 ‘줄리아드 음악대학 캠프’ 교수진으로 참가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 음악 팬클럽이 선정하는 ‘이달의 음악가’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그는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한국피아노두오협회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글_구수진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7년 4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김문기의 포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