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성악가 옥상훈 / 음악춘추 2017년 5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8. 2. 11. 11:42

음악가에게 듣는다_ 성악가 옥상훈
기교적인 음악보다는 본질에 충실한 음악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이로 인해 미래에는 다양한 직업군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 중에 음악가는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힘든 직업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음악가들이 인간의 마음을 위로하고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음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음악가란 무엇일까? 연주자가 대단한 기교로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아무런 감정 없이 기계적으로 노래하고 연주한다면... 결국 음악가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직업군에 포함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본다. 좋은 음악가는 음악의 본질을 연구해 관객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옥상훈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좋은 성악가란?
어려서부터 음악을 시작하면 테크닉이나 기교적인 면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좋은 음악가가 테크닉이 뛰어난 음악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좋은 음악가와 좋은 성악가는 본인이 연주하는 곡의 작곡가가 의도한 것을 표현하는 것, 혹은 작곡가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겠지만 본인이 그 음악을 통해서 느낀 점을 연주를 통해서 청중에게 전달되게 하여 자신의 감정을 전해주는 연주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감정을 전해주기 보다는 음색이나 소리, 기교에 주력하여 연주를 하다 보니, 음악회라는 것이 전공자들이 비평적인 시각으로 듣는 것으로 정의되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성악가란 단순히 이러한 소리를 내기 보다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연주자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보컬코치인 워렌 존스가 제 반주자를 코칭하면서, 피아니스트에게 “여기서 원하는 음색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피아니스트가 당황하고 답변을 못하니, “네 머릿속에 없는 음색은 절대 연주로 나올 수 없다. 먼저 컬러를 생각하고 그려야지 그 음색이 나올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그분의 연주에서도 다양한 생각을 통해 연주되는 다채로운 연주와 음색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성악보다 음색을 다채롭게 내기 어려운 기악인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에서도 이것이 가능하다면, 감정에 따라 다변할 수 있는 사람의 목소리로도 충분히 다채로운 음색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잘 표현하는 성악가가 정말 좋은 성악가라고 생각합니다.
음악계 전반적으로, 그 중에서도 클래식 음악은 사양 산업이다 보니 후원이 없으면 지탱해내기 힘이 듭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도 본질에 충실하여 관객들에게 접근한다면 청중을 다시금 공연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성악전공 학생들의 진로의 다변화에 대한 선생님의 도움의 말
진로 다변화라는 것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매해 수백 명의 성악과 학생들이 한국에서 배출되는데, 정작 연주를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약 1% 정도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정작 학생들은 연주자가 되는 길을 준비하는 시간만으로 학창시절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연주를 등한시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것과 진로로써 가능한 일과 가능하지 않은 일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현재 음악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이 사회인 음악회, 합창단을 통해서 음악을 공부하여, 본인이 이루지 못했던 꿈들을 이루고자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활이 안정이 되자 취미로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분들과 같이 사회적인 음악적 요구들을 매칭 시켜주는 쪽도 진로로 가능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앞으로 어떠한 형태로든 클래식 음악 연주형태가 바뀔 텐데, 이 부분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할 수 있다면 클래식 음악계의 블루오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기교적인 면보다는 작곡자의 의도와 음악성을 표현해 내기 위한 접근을 해야 합니다. 성악가들은 작곡가나 미술가와 같은 크리에이터와 다르게 리-크리에이터입니다. 재해석 하는 연주가이기 때문에 작곡가의 의도에 백프로 의지하기 보다는 디자인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그것들을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현재 미술은 디자인이라는 분야로 우리 생활에 굉장히 밀접하게 접근해있는 것처럼, 음악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은 도시환경미화에도 음악과 접목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본인의 연주스킬뿐만 아니라 음악의 본질을 충분히 공부를 하면 진로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성악가들이 가진 강점과 보완해야할 점에 대해서
우리나라 성악가들이 가진 강점은 강하고 좋은 음색을 가진 성대라고 볼 수 있고, 옛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끼’가 피에 섞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저희 세대만해도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펼쳐 보이는 것이 터부시 되어왔었는데, 세대가 바뀌면서 지금 세대에서는 그러한 표현들이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음악계의 풍토가 바뀌지 않아서 그런지, 협업하는 무대에 가면 음악을 만들기 보다는 소리경쟁을 하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본질로 돌아가서 앙상블은 앙상블대로, 어우러지는 것을 목적으로 할 때는 좋은 음악을 위해서는 본인이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서로 양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외국에서 그렇게 잘 활동하던 성악가들도 한국에 들어오면 그것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리 경쟁을 하는 것이죠.
소리라는 것은 사실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오페라 「라 보엠」에서 여주인공 미미가 자신의 연인 로돌포 앞에서 숨을 거두는 마지막 장면이 있습니다. 이때 로돌포가 미미의 이름을 하이 Ab음으로 부르며 절규하는데, 극 전체의 스토리를 보면 청중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애절한 장면입니다. 그때 예쁜 소리를 추구해서 연주를 한다면, 자신의 연주 실력을 뽐낼 수는 있겠지만 드라마를 온전히 전달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예쁜 소리를 내기 보다는 드라마를 전달하기 위해 처절한 소리를 내서, 관객들에게 로돌포의 감정을 온전하게 전달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크로스오버 장르가 대중들에게 어필되면 점점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것을 무대에서 요구를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현실에서 거슬러 가는 움직임이라서 보완하면 좋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해외 무대에서 한국의 성악가들이 가지는 우수성
한국의 성악 인프라는 굉장히 좋습니다. 그러나 많은 인재들에 비해서 무대나 활동영역이 제약적인 편이죠. 그래서 양재무 선생님과 함께 이 마에스트리를 만들었습니다. 이 마에스트리는 사실 솔리스트들이 모여서 함께 노래하는 것입니다. 각자가 풀 보이스로 소리를 내면서 어우러지는 소리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정제하거나 절제 시키는 것을 배제하는 편입니다. 같은 노래를 불러도 구성원이 다르거나 홀이 달라도 다른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마에스트리가 일본에서는 연주할 때 보이스오케스트라라는 이야기도 듣고, 미국 디즈니홀에서 연주할 때도 자칫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합창 음악을 특별한 컨텐츠로 만들어 놨다고 극찬하면서, 세계적으로 내놔도 히트할만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각자가 개성이 있으면서도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많은 앙상블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현실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발전을 이루다가 지금 침체기에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계는 후원에 의해서 주로 이우러지는데,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되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김영란 법 등등의 사회적 이유로 인해서 침체 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민간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또한 쉽지 않죠. 안타까운 것은 나라의 문화예술 지원 예산을 스포츠 육성에만 쏟지 않고 골고루 분배 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부터는 순수 예술 과목들이 사라지고 있잖아요? 인문사회, 문화예술의 소양과 기반이 탄탄해야 더 성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공학적, 법학적, 의학적인 전문지식은 인문사회학적 소양이 없으면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현재 외국에도 융합과 통섭이 교육의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물과  화학이 융합된 생화학과 이것이 공학과 결합된 생화학공학 등, 학문자체에도 많은 융합이 일어나고 있고요. 우리나라도 이러한 환경을 빨리 복원을 하지 않으면 사회가 발전하는데 저해 요소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책자들이 당장 눈앞의 효과를 보지 않아도 긴 안목으로 보셔서, 사회적인 소양을 높이는 쪽으로 투자해야 선진 사회로 나갈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우리 음악인들이 앞으로 준비해가며 해야 할 것은
앞서 언급했지만 ‘본질에 충실하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음악의 표현과 같은 본질적인 것에 충실하다보면, 음악이 가진 다양한 면들을 볼 수 있고, 다각적 분야로 음악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부분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학생들의 진로와도 관련이 있죠. 
16세기에는 대위적인 음악이 주로 등장했고, 그 후에는 화성적인 음악이 작곡 되었고 연주 되었습니다. 물론 낭만시대 음악의 정점인 말러의 교향곡 1번 3악장에도 동요의 멜로디가 대위적으로 사용되기도 했죠. 이러한 시대에 따른 음악 양식의 차이는 인간의 미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에 이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통념이 변하면 미학적인 시각이 변하고 그에 따라 음악의 스타일이 변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것들을 음악인들이 분석하고 통찰하여 시대에 필요한 음악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다른 장르와 음악의 접목시키는 새로운 시도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또한 전 세계의 음악적 흐름도 통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클래식 을 전공한 학생들이 대부분 미국이나 이태리, 유럽 쪽에 많이 유학을 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의 음악적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이 되어서 순수 국내파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상도 받고,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칩니다. 중국학생들도 미국, 유럽으로 많이 유학을 가지만 우리나라로도 많이 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음악 선진국으로서 다른 나라의 학생들을 받아 들여 음악을 교육하고 적극적으로 음악적 교류를 펼쳐,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클래식계의 활성화를 꿈꾸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상상하는 우리나라 성악계의 미래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성악계의 미래는 밝습니다. 예전에는 오페라 가수만 꿈꾸는 성악가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바로크 음악을 깊게 연구하여 연주하는 성악가가 있을 정도로 음악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성악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진 카운터테너가 이번에 예고에 입학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학생뿐만 아니라 너무나 좋은 학생들이 성악계의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요.
장르가 다변화 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너무 연주 스킬에만 의존하지 않고 본질을 전달 하고자 한다면 더 넓은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점점 이러한 음악적 흐름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데, 이에 반해 우리가 이러한 다양한 음악을 선점하면 예전처럼 동양인에 대한 문호가 장벽이 높아질 수는 없을 것이고, 우리나라뿐만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도 활동하는 성악가들이 더 많이 배출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클래식 음악계가 위축되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는 있지만,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한 티켓 파워가 어마어마한 연주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음악가들이 기예적인 음악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충실하여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달을 해주고 청중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사람 소리를 들으면 힐링이 된다’라는 생각, 그리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음악을 해야 합니다. 테크닉으로서 음악을 표현하는 묘기성 음악은 한번 보는 것으로 그 매력을 다 파악하게 되죠. 그런 쪽으로 주의를 한다면 성악계의 미래는 굉장히 밝고 문호는 넓어질 것입니다.


테너 옥상훈
테너 옥상훈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졸업하고 Boston University에서 음악 석사 학위(M. M.)및 Artist Diploma 취득하였고, Boston University 재학 중 동 대학 Opera Institute 전 과정 이수하였다. 1990, 1991년 Boston University로부터 Dean's Scholar로 선정되었다. 줄리어드에서 Professional Study 과정을 이수하였고, 1995년 Stony Brook 소재 뉴욕 주립대학에서 음악 박사 학위(D. M. A.) 취득하였다.
그는 1984년 동아 음악 콩쿠르 최연소 입상하였고 보스턴 Isabella Gardener Museum Recital 등 미주에서 10여 회의 독창회 개최하였다. Boston Ballet Orchestra와 Wang Performing Art Center에서 Stravinsky의 「Pulcinella」(테너 독창자)를 협연했고, Symphony Pro Musica와 Beethoven의 「합창 교향곡」을 협연하였다.
오페라 「La Boheme」 (Rodolfo), 「La Traviata」 (Alfredo), 「Windsor의 명랑한 아낙네들」 (Fenton), 「마적」 (Tamino) 등 다수의 오페라에 주역으로 출연하였고, Hans Werner Henze의 「Elegie fur junge Liebende」 (Tony) 및 Dominick Argento의 「Postcard from Morocco」 등 현대 오페라에 주역으로 출연 하였다. 또한 O.Nicolai의 오페라 「Windsor의 명랑한 아낙네들」에서 Fenton역으로 Boston Globe로부터 “정확한 가사전달, 촉망되는 lyric 테너”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는 Stony Brook Symphony Orchestra와 Bach의 「B minor Mass」와 Puccini의  「Messa di Gloria」를 협연했고, Roy Thomson Hall에서 토론토 합창단, Newburyport choral Society 등 과 「Messiah」를 협연했다. Bach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B단조 미사」, Mozart의 「대관식미사」, Haydn의 「천지창조」, Mendelssohn의 「엘리아」 등 다수의 오라토리오의 테너 독창자로 출연하여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Tanglewood Music Center에서 Vocal Fellow, 미국 St. Louis 오페라단으로부터 Young Artist로 선정되었으며 1996년 뉴욕 Artist International 콩쿠르에 입상하였고 1997년 1월 뉴욕 Artist International 후원으로 카네기홀 (Weil Recital Hall) 에서 뉴욕 Debut 독창회 개최하였다.
국내에서는 문화일보주최 우수 연주자 초청 독창회 개최하였고 KBS 월북 작곡가의 해금 가곡, KBS 신작가곡 음반을 취입하였고 음악저널 신인음악상 심사위원, 예술의전당 대관 심의위원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글_김진실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7년 5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김문기의 포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