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플루티스트 박혜란 / 음악춘추 2015년 11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6. 8. 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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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티스트 박혜란 

‘퇴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플루티스트 박혜란은 11월 20일 오후8시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에서 교수로서의 마지막 무대를 선사한다. 

프로그램은  R. Guiot의 「Divertimento Jazz pour 4 Flutes」, 「A. Dvo?ak의 Piano Trio in e minor, Op. 90 "Dumky“」등이다.

28년간 성신여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플루티스트 박혜란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지면에 담는다.


*** 퇴임을 앞두시고 한 말씀해주세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날들이 이어집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오랜 기간 활동해오던 현직을 떠나는 시기가 되면 누구나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합니다. 나 또한 그 동안 연주자로서, 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정성껏 신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면서도 퇴임이 다가오니 허전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학교를 떠나면서 그 동안 사랑하는 학생들과 동료교수들과 어울려 지내느라 미쳐 챙기지 못했던 새로운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 같아서 긴장되고 기쁜 면도 없지 않습니다. 


*** 이번 연주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세요.

아무래도 이번 연주회는 '마지막'이라는 말이 덧붙여지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퇴임 후 나름대로 구상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나를 떠나보내는 뜻을 담은 이와 같은 연주회를 갖는 것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제자들, 즐겁고 힘든 일을 더불어 겪어왔던 동료교수들, 그리고 금파 선생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모여 애환을 같이 나누었던 금파앙상블 멤버들의 권유를 끝까지 물리칠 힘이 없었습니다. 이번 연주회는 이렇게 그 동안 나의 삶의 큰 울타리 역할을 해주었던 소중한 분들이 다 같이 어우러져 신나는 연주회로 꾸며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분들에게 미안하고 더불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특장을 갖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려고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항상 자신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하고 싶다고 해도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자기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가 아니고 어떤 계기가 있어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그 일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만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느 경우든 학생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면서 재미있게 살아가고자 하는 생활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고 생각합니다.

*** 자신을 어떠한 교육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처음에는 나 자신이 플루트 연주자로 학생들에게 음악인으로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한 나의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 또한 성실한 연주자로 커가려는 의지를 갖고 학습에 임할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은 플루트 연주 못지않게 사회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듣고 같이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생각이 바뀐 후로는 나는 인생 선배로서 또는 선생으로서 그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거리를 제시해주는 쪽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어나갔습니다. 


*** 한국의 음악계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우리나라 음악계가 성숙해 지기 위해서는 그 외연이 확장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나라 음악대학에서 배출된 음악신인들이 각자의 역량에 맞게 할 수 있는 공연과 학습의 장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 음악이 음악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일상생활, 삶의 과정에 스며들어가야합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전통(서양)음악은 특수계층만을 위한 음악으로 인식되어져 있습니다. 그러한 음악에의 접근 자체도 소수 계층에 국한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를 포함한 여러 음악인들이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강변하더라고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음악인들과 뜻있는 인사들이 힘을 합쳐 나라 구석구석 일반 서민들의 삶속에 고전음악의 선율이 흘러넘치게 만들어가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의 경험은 우리나라 음악계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엘 시스테마는 마약과 범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빈민층 아이들에게 음악과 더불어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그들에게 숨어있는 자질을 계발하면서 건전한 사회인으로 커가게 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음악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그 외연이 확장될 때, 음악 자체로서 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가 우리 사회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평화로움을 구가하면서 보다 질 높은 사회로 한 단계 더 성숙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퇴임을 한다기보다는 그 동안 하고 싶어 하면서도 분주한 일정으로 미루어왔던 몇 가지 일들을 했으면 합니다. 먼저 지난 50여 년간의 나의 플루트생활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플루트음악의 도입과 발전과정, 그리고 플루트 음악이 우리나라 음악계에 미친 흔적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또한 그러한 활동과 더불어 우리사회에서 플루트 음악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제고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이러한 작업은 선후배 음악인들의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플루트와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후배들, 그리고 이미 그러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많은 동학들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입니다. 한편 플루트 음악에 접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저변의 적지 않는 소외된 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설 것입니다. 이 또한 주변의 여러 플루트 동학들과 더불어 해야 할 일이라 생각됩니다. 

 

*** 플루티스트 박혜란

플루티스트 박혜란은 이화여대와 동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도미하여 캘리포니아 주립대 대학원에서 최우수로 졸업하였다. 동아콩쿠르 2위, 한양대 콩쿠르, 숙명여대 콩쿠르, 이화여대 콩쿠르 1위 등 여러 콩쿠르에 입상한 플루티스트 박혜란은 조선일보 주최 신인음악회에 출연하여 한국음악계의 주목을 이끌었다. 서울시향, 마산시향, 서울윈드앙상블, 서울심포니, 제주국제 관악제, 미국 로스엔젤래스, 도쿄 등에서 다수의 협연과 독주를 갖은 그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 성신여대 교육대학원장, 음악대학장으로 역임한 바가 있다. 현재 그는 미국 Phi Kappa Phi 회원, 한국 플루트 협회 사무국장 및 상임이사, 한국 플루트학회 회장, 금파플투트앙상블 음악감독으로 지내고 있으며 성신여대 음악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글 _ 구수진 기자.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5년 11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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