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특별대담 -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문제 인식 / 음악춘추 2015년 7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6. 1. 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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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문제 인식

일시: 2015년 6월 20일 오전 11시 30분
장소: 예술의전당 음악당 지하1층 심포니 카페
진행: 김시형(명지대 음악학부 교수)
패널: 김용배 (추계예술대 교수, 전 예술의전당 사장)

 

주  제:
1. 클래식 음악의 교육의 문제 (음악대학의 전반적 문제점)
2. 클래식 음악계의 구조적 문제점 (세대 간의 문제점) 
3. 클래식 음악인들의 실질적인 생계 문제
4. 클래식 공연계의 문제 (수익성 고려)
5. 클래식 음악계의 미래 발전적 제안

 

김시형_오늘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문제 인식에 대해서 전 예술의전당 사장님이시며 추계예대 피아노과 교수님이신 김용배 교수님 모시고 말씀을 나눌까 합니다. 서두를 말씀 드리면 요즘 음악계가 어려워지고 음악대학이 힘들다고 합니다. 음악대학은 한국 클래식을 버텨왔던 근간이었습니다. 이런저런 문제점도 생기고, 세대 간의 문제점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예전과 달리 음악가들은 생계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애써 만들어 놓은 공연의 수익이 안 나는 점 등의 여러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지금 상위권 음악대학 몇몇을 제외하고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음악대학에서 뽑는 학생 수를 줄이고 있는데 이렇게 음악대학에서 구조개혁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첫 번째로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용배_제가 배웠던 80년대 90년대를 생각해보면 경천동지 할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귀결인 것 같습니다. 전공을 하려는 학생 수가 줄고 전공하는 학생들마저도 음악으로 인생을 승부 보겠다는 간절함이 많이 줄었고요. 제가 공부했던 때에는 정말 음악가는 선망의 직업이었고 한번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직업이었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몇 십 년 앞을 내다 보는게 아니라 짧게 보는 것 같습니다. 예술이라는게 짧은 시간 안에 결실이 맺어지는 것이 아니고 끝없이 기다리고 노력하면서 결실이 맺어지는게 예술인데 그것을 못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학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이 노력하면 꿋꿋이 받쳐 주는 건 학부모인데 학부모가 더 조바심을 냅니다. 그러니까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실 다른 좋은 직업도 너무 많고요...

 

김시형_선생님 말씀처럼 예술은 길게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귀결점이 보여야 참을 수가 있는데 지금은 그 귀결점이 없어진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점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클래식 음악교육의 문제가 해소가 될 수 있을까요.

 

김용배_예전에는 연주자들의 무대가 확보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교통, 특히 미디어가 발달하다 보니 돈을 내면 좋은 화면과 오디오로 공연장에 가지 않고도 특A급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강자독식이 현실화 되어가고 특A급의 연주자를 제외한 A급, B급의 연주자의 설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거죠. 그러다보니 희망이 안 보이는 거죠. 현재 중견 연주자들이야 교수로 있지만 지금 교수가 된 사람들은 과연 음악대학이 은퇴할 때까지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을 해야 할 상황까지 왔으니까요.

 

김시형_저도 그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결국엔 대가가 있기 위해서는 중간에 있는 분들이 활동을 많이 해야 하는데 말이죠. 얼만 전의 공연이 며칠 후 SNS에 올라가는 세상이 되었고,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음악의 교육체계가 바뀌어야 하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음악대학에서 연주자를 양성하는 교육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용배_이제는 바뀌어져야 합니다. 음악가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은데 그 길을 보여주지 않는 대학이 많다는 겁니다. 게다가 20년, 30년 전의 교육방법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사실 대학교 때는 대학원에 가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눈의 지평을 열어주는 시기인 것 같은데요...

 

김시형_미국 음악대학의 학장들은 이러한 말을 하더군요. “음악가들도 예술가의 정신만으로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1인 기업가의 정신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라고요. 그래서 미국대학에서는 음악대학 학생들한테 재무제표, 펀딩, 홍보를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뮤직테크놀로지과로 공연과 연관 지어 과 이름도 바뀌고요. 공연과 연관 지어 가는 구조를 한국에서도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용배_받아들여야 합니다. 음악대학의 졸업생이 계속 많아지고 있는 상태인데 그 졸업생들이 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김시형_그런데 그러한 구조가 들어왔을 때 큰 문제가 뭐냐하면요. 이제까지 일대일식의 도제교육이 있지 않습니까. 그 근간이 흔들리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용배_연주를 원하는 사람은 일대일 교육을 할 수 밖에 없죠. 예전에는 연주자로 활동하다보면 부수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자꾸 줄어들기 때문에 그것을 찾아줘야 한다는 말이죠. 예를 들면 예전에는 연주자로 열심히 활동하다보면 교육자로서 정착할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레 따라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무엇이 될지 꿈도 없이 방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도 작업을 해야 합니다.

 

김시형_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주제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는데요. 음악대학에서 기존의 교수님들이 바뀌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러면, 놓아야 하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설득을 해야 할까요. 세대 간의 문제점을요.

 

김용배_그건 생존의 문제입니다. 교수님들부터 변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지 않으면 아마 5년 후에는 엄청 후회하게 될 겁니다. 학생구하기도 쉽지 않아 정말 힘들어질 겁니다. 현재 음악은 인기 있는 과가 되지도 못하고요.

 

김시형_한국에서 좋은 예중, 예고를 보더라도 경쟁률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젊은 음악인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그 사람들은 다 공부를 하고 왔기 때문에 미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김용배_지금 젊은 연주자들 중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세대를 보면 제일 가슴이 먹먹하고요. 지금 음악외의 분야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회사에 들어가면 회사에서 인재육성차원에서 유학을 보내주고 연수도 시켜주고 그러면서 인재를 만들어갑니다. 그런데 연주자는 악기, 유학비용을 자기가 다 내야합니다. 이렇게 자기 스스로 최고의 투자를 했는데 그런 인재들을 썩히고 있다는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런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에 나가서 엑스트라로 받는 돈을 생각하면 그 노력하는 시간만 보더라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소득이 너무 없지 않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시형_그게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하거든요.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예전에는 레슨이 있어서 괜찮았는데 지금은 대학이 흔들려버리니까 학생이 줄고 그러면서 레슨이 줄어들고요. 생계문제와 결부되는 연주자들이 많더라고요. 이러한 상황을 보시면서 틈새시장이 보이는 부분이 있으셨나요.

 

김용배_역사를 보면 귀족이나 왕족 밑에서 작곡가가 편안한 음악활동을 했는데 프랑스 혁명을 기점으로 귀족사회가 무너지고 음악가를 보호하고 있는 보호막, 온실이 사라지게 되죠. 그래서 생계적으로 힘든 상황이 있었는데 악보가 출판되고 피아노가 대량 보급되고 레슨열풍으로 나름대로 음악가들의 경제상황이 나아졌죠. 저는 현재 이렇게 커진 경제구조에서 음악가들이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어떤 직업군의 사람들이 100% 희생된 경우는 어떤 역사에도 없었습니다. 요즘은 예원학교 실기에서 떨어지면 음악을 바로 그만두더라고요. 예원까지 가는 길에 틈새시장이 굉장히 많을지도 모릅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음악을 한다는 거니까요. 그래서 그게 성공한다면 음악가의 저변확대와 더불어 음악을 더 오래하게 만들 수가 있겠지요.

 

김시형_초등부나 유치부에서 음악을 전공으로 초점을 맞추지 말고 두루두루 시키다가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들을 키우는 거죠. 그러다보면 연주자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눈높이를 낮추는 현실도 오겠네요.

 

김용배_뭔가 생계라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에는 연주자와 레슨하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은 다르죠. 쇼팽도 그렇게 훌륭한 곡들을 많이 썼지만 생계를 위해서 답답한 귀족집안의 자제들을 가르쳤거든요.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항상 있는 거니까요.

 

김시형_자기가 배울 때 냈던 레슨비보다 지금 더 많이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용배_가장 중요한게 모든 가격은 물건의 가치가 아닌 수요공급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나는 이정도 가치를 지불하고 배웠고 그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수요가 없으면 그 가격을 받을 수 없습니다. 경제는 순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순환의 고리에 들어가야 됩니다. 

 

김시형_누구에게나 이러한 현실적인이야기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클래식은 음악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멋있어 보일지는 몰라도 오케스트라 뒷줄에 앉아 있는 연주자들이 받고 있는 페이를 들으면 놀랄 것입니다.

 

김용배_그런데 그 자리도 경쟁이고 공급은 많지만 수요가 없습니다. 연주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죠.

 

김시형_요즘 젊은 연주자들의 추세가 연주회는 하고 싶은데 스스로 독주회를 하기에는 부담이 크니까 앙상블을 만들어서 연주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호기 있게 매표를 하려하는데 연주회 3일전이 되면 다 무너지더라고요. 객석이 차야 되니까 초대권을 주게 되고요.

 

김용배_저는 공연장이나 문화정책에서 해야 할 책무가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방향으로 공연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타급의 연주자들을 데리고 오면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공연장 기획팀에서 이미 스타가 되어있는 사람들을 데려오면 언제 신인연주자들을 발굴하나요. 공연기획팀에서는 장사가 되는 음악회는 하면 안 됩니다. 그건 일반 매니지먼트에서 해야 하는 일이죠. 공연기획을 참신하게 하여 젊은 신인연주자들을 데려오고 그들을 키워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존 매니지먼트가 원하는 음악회만 합니다. 이거는 스타발굴도 못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매니지먼트 회사들을 망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공연장이나 국가기관은 좀 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사명감을 갖고 새로운 시장을 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그러니까 좋은 본보기를 하나 만들어서 보여주고 성공하는 선례를 남기면 매니지먼트는 그 선례를 따라가는데, 위험 없는 기획공연으로 만들어서 가면 강자독식주의가 더 심해진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리고 젊은 연주자들한테는 더욱더 기회가 없어지겠죠.

 

김용배_자기가 어디에서 공부하고 왔는지 중요하죠. 그 당시에는 서양음악을 외국에서 많이 배워야 하니까요. 우리나라가 미국, 폴란드, 러시아 등 공부하러 안 가본 곳이 없는 정말 대단한 나라입니다. 외국연주자들도 우리나라에 오는게 소원일 정도인데요.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에는 외국연주자가 많던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있는 것에서 좋은 소리를 이끌어내야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이반 피셔가 왜 유명한데요. 자신의 나라 음악인들로, 좋지 않은 악기들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내잖아요. 그게 훌륭한 지휘자죠.

 

김시형_맞습니다. 우리나라에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연주자 중에서 외국연주자보다 연주를 잘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김용배_그러니까 외화낭비인 겁니다. 우리나라 연주자보다 외국연주자들이 더 잘하는 파트가 아직 있을 겁니다. 그래서 훌륭한 연주자를 데려와서 같이 배우고 연주하기도 하겠지요. 또한 우리나라도 외국에서 많이 연주하니까요. 하여튼 우리나라 젊은 연주자들을 키워야 합니다.

 

김시형_그래야 우리나라의 연주자들이 공부를 하면서 인생의 귀결점을 만들고 “나도 열심히 하면 저 위치가 내 위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말이죠.

 

김용배_저의 짧은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연주단체에서 최소 1년에 10%정도는 새로운 연주자들로 바꾸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0년 이상 근무하고 있는 연주 단원들은 알게 모르게 연주력이 저하되고 연주력이 저하되면 청중이 떨어지게 되고 청중이 떨어지는 것은 우리나라 연주자에 대한 신뢰감이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 틈새가 생기고 일자리가 생겨야지 “아! 나도 저기를 향해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텐데 아무리 기다려도 신인연주자들에게 자리가 안 만들어진다면 연주자들은 생계적으로 힘들어지고 희망이 없죠. 우리 스스로 많은 생각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저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안주하는 음악인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 음악계의 시장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꾸준히 하시는 분이 계시는 반면 그냥 안전선에서 계시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요. 예민한 문제들을 어느 정도 좋게 말씀해주셨는데 마지막으로 한줄 논평으로 마무리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리 _ 김수현 기자.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5년 7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왼쪽부터 김시형, 김용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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