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연출자 김학민, 무대디자이너 신재희
서울시오페라단의 새로운 도전
전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과 페스티벌을 비롯해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작품들의 작곡가인 로시니, 베르디, 푸치니, 모차르트, 바그너보다 더 앞선 세대, 일명 '오페라 계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작곡가,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그의 오페라 중 현재 남아있는 작품에는 「오르페오」, 「율리시스의 귀향」, 「포페아의 대관식」 등이 있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약 408년 전, 음악사상 최초의 본격적인 오페라, 「오르페오」는 몬테베르디의 전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생생한 감동이 살아있는 오페라, 몬테베르디의「오르페오」가 국내초연으로 7월 23일부터 26일까지 평일에는 오후 7시 30분, 주말에는 5시에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최된다.(예술총감독: 이건용/ 연출: 김학민/ 지휘: 양진모/ 바로크음악감독: 정경영/ 음악코치: 정호정/ 오르페오: 바리톤 한규원, 테너 김세일/ 에우리디체: 소프라노 정혜욱, 허진아/ 음악의 신 : 소프라노 정주희/ 희망의 신 : 카운터 테너 이희상/ 프로세르피나 및 메신저: 메조 소프라노 김선정, 김보혜, 카론테: 베이스 박준혁/ 플루토네: 바리톤 김인휘/ 아폴로: 바리톤 조규희, 테너 이석늑/ 연주: 바흐 콜레기움 서울, 쳄발로 김희정) 이번 오페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더 알아보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에서 한창 바쁘게 리허설하고 있는 연출자 김학민과 무대디자이너 신재희를 찾아갔다.
***이번 무대를 하실 때 어떤 점에 초점을 두고 연출 또는 디자인을 하셨나요?
연출자 김학민: 「오르페오」는 우리나라에서 초연되는 오페라입니다. 「오르페오」는 외국에서도 자주 공연되지 않은 작품으로, 음악뿐 아니라 내용, 극 전개 방식 등 여러 가지 점에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습니다. 익숙하지 않는 작품의 내용들을 우리나라 오페라 청중에게 친절하게 소개하되 바로크 오페라로서의 음악적, 극적 핵심을 심도 있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르페오」신화의 내용에 들어있는 시적, 추상적, 교훈적인 내용을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호소력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채색하는 것이 저희의 초점이었습니다.
저는「미스 사이공」으로 뮤지컬 연출을 한 적이 있는데, 뮤지컬연출과 오페라연출은 노래로 부르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것 같습니다. 오페라연출에 경시하기 쉬운 움직임과 디테일의 중요성을 최대한 살려 뮤지컬 보는 것 이상의 다이내믹과 보고 듣는 즐거움을 최대화하려 하였습니다.
무대디자이너 신재희: 무대디자인을 할 때 늘 텍스트와 음악을 어떻게 시각화하여 관객들에게 효율적으로 이해시킬 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연출자의 의도를 무대에서 잘 보여주어야 하기에 바로크의 음악이 존재하면서도 모던하고, 구조적으로 단순하게 표현하였으며 연출선생님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하였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여러 작품들 속의 낙원과 지옥의 모습들을 찾아가며, 낙원과 사후지하세계의 대비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안에도 이미 그 두 공간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낙원과 지옥 사이에 아주 많은 차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어쩌면 낙원은 너무 정갈하여 심심하고 오히려 지옥이 더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공간일 수도 있겠다는 점, 이 두 공간은 같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앞뒤가 바뀌어 있거나 위아래가 뒤집혀 있는 공간일 수도 있겠다는 점 등 여러 생각에서 디자인을 출발하였습니다.
무대의 바닥에는 경사면의 길이 있고, 때때로 바닥의 일부를 열면 물을 상징하는 공간인 흑경이 드러납니다. 무대는 크기가 상이한 단순한 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낙원은 정갈하고 안정된 구도의 확 트인 공간으로 표현했고, 커다란 눈으로 형상화된 공간은 지하세계의 통제와 감시를 상징하며, 지옥 입구의 그물은 지하세계 정령들의 속박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오르페오」는 어떠한 오페라인가요?
연출자 김학민: 「오르페오」이야기는 시대, 장소를 초월한 신화적 보편성이 담겨져 있습니다. 몇 백 년 전에 만들어진 초기 바로크 오페라의 소개를 통해 우리나라의 전통 신화를 소재로 한 창작 오페라의 탄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대디자이너 신재희: 이 작품을 의뢰받기 전에는 그저 공연의 역사에서 배운 최초의 오페라였습니다. 이 오페라에 대해 깊이 알지도 못해 이 작품의 무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디자인 의뢰가 들어와 몬테베르디의「오르페오」라는 제목을 처음 듣는 순간, 무언가 좋은 기회를 얻었다는 기분이 들어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음악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막연히 다소 지루한 클래식 음악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들을수록 매우 현대적이고 드라마적인 음악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근현대 오페라보다 오히려 더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오페라가 몬테베르디의「오르페오」인 것 같습니다.
***국내초연으로 「오르페오」를 하는 느낌이 어떠신지.
연출자 김학민: 우리나라 관객에게 새로운 작품을 처음 소개한다는 사명감 같은 느낌이 듭니다. 특히 이번 공연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바로크 오페라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되기를 바랍니다.
무대디자이너 신재희: 모든 작품을 올릴 때마다 긴장과 흥분이 교차되고, 늘 최고의 작품을 내어놓고 싶은 갈망으로 작업을 하지만, 이번 무대는 ‘국내초연’, ‘최초의 오페라’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외국 프로덕션의「오르페오」를 영상으로 보면서 이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표현들이 존재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번의 한국에서의 첫 번째 프로덕션이 참신하면서도 작품의 원형이 잘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관객들이 어떤 점을 중점으로 해서 오페라를 감상하면 좋을까요
연출자 김학민: 원래 주인공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와 더불어 목동과 님프들이 나오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목동과 님프들 대신 두 주인공과 함께 하는 마을사람들이 나옵니다. 줄거리에 나오는 지상낙원의 배경은 우리들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남아있는 행복한 시골마을의 모습으로 표현하였습니다. 행복한 공동체의 삶에 대한 기억 때문에 아내를 두 번 잃은 오르페오의 슬픔이 더욱 슬프게 관객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무대디자이너 신재희: 관객으로서의 저는 늘 감각적으로 작품들을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국내최초의 오페라라든지 바로크 음악이라는 선입견 없이 드라마가 진행 되는대로 느끼시고 극에 몰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페라는 스토리에 대한 이해나 공부가 없이 극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히려 더 자세한 공부는 공연을 보시고 난 후에 하시는 것이 공연의 몰입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대는 추상적이지만,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은 최대한 사실적으로 풀려고 하였습니다. 에우리디체가 뱀에 물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거행되는 장례식 장면, 오르페오가 지옥에 내려가 목격하는 죽은 혼령들의 장명을 최대한 극적으로 흥미롭게 풀고자 하였습니다.
**오페라란
연출자 김학민: 오페라는 이 세상의 좋은 것들을 전부 모아놓은 ‘보물창고’같습니다.
무대디자이너 신재희: 제가 처음 본 오페라가 푸치니의「나비부인」이였습니다. 어릴 적에 성악을 공부한 어머니 덕에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저는 현재 성악을 공부하는 남편을 만나 이태리로 유학을 가게 되었지만, 오페라 쪽에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나고 보니 제가 살아온 환경이 저를 오페라로 인도한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두 연출자와 디자이너가 서로를 챙기며 음악적 동료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요즘 음악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두 사람의 서로 챙김이 음악활동에 좋은 밑거름이 되어 이번 오페라가 잘되기를 바란다.
글 _ 구수진 기자.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5년 7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왼쪽부터 연출자 김학민, 무대디자이너 신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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