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춘추 특별대담 클래식 음악 공연의 현실과 미래 조명
일 시: 11월 14일 (금) 10시 30분
장 소: 예술의전당 VIP룸
진 행: 김시형 교수(명지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패 널: 이찬(용인문화재단 문화사업부 본부장)
태승진(예술의 전당 예술본부장)
박승현(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 사업본부장)
1. 클래식 음악 공연 현장의 실무 인식 부족
김시형: 안녕하세요. 저는 명지대학교 음악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시형이라고 합니다. 2014년도 음악춘추에서 음악계 현안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이야기해보자는 기획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전문적인 분야에 있는 여러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잡지에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실리고 있습니다. 연말을 맞이하면서 마무리할 주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는 음악이 생산만 하고 있을 뿐, 소비와 유통이 전혀 안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을 하여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현장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께서 그 실태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음악가들을 위한 조언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저도 음악인의 입장으로서 그들을 대표하여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 주제로, 제가 알기로는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 등록되어있는 공연장이 굉장히 많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클래식 음악가들이 선호하는 공연장이라는 것은 굉장히 제한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제한된 공간에서, 그 현장에서 계시다보면 클래식 음악이 갖고 있는 일종의 실무적인 인식에 대해 어떠한 부족이 있는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박승현: 사실은 그동안에는 그야말로 생산, 공급 중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좋은 컨텐츠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되고 그만큼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배경에도 그런 것이 있었고요. 실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영역이기도 한 뮤지컬계에서도 7월 말에 한번 난리가 났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의 궁극적인 핵심 문제가 어디에 있었는가를 살펴보니, 관객개발이 안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제작은 어마어마하게 확장되고 있는데 그것을 소화할 관객은 일정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서 버렸다는 것이지요.
김시형: 수요공급이 맞지 않는다는 말씀이시군요. 관객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우리가 음악을 만들어서 생산을 하고 소비가 될 때 수익이 나야하는데, 유료 관객이 전혀 개발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시는 거군요.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말씀이시고요.
박승현: 네 맞습니다.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양상인데,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낸 통계를 보면 실제로 클래식 고객층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줄어들고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인식이 사실은 잘 되어있지 못하다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김시형: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자리를 통해서라도 이야기들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태승진 본부장님께서도 사실 클래식 음악가들이 이 예술의 전당 무대, 이 공간을 제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이기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많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태승진: 예술의 전당은 1988년도에 음악당을 개관하고 현재까지 25-6년을 지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공연시장이라는 것이 갑작스럽게 관람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는 없는 특성이 있지만 예술의전당 음악당의 경우 지금까지는 심지어는 IMF때 조차도 조금씩이나마 성장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실질적으로 느껴지는 체감은 조금 달랐습니다. 왜냐하면 올 해 같은 경우에는 세월호 사건처럼 사회적으로 큰 사건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물론 총 관객 수나 회당 평균 관객 수의 통계치를 내어봐야 알겠지만, 전반적으로 공연에 대한 관객 수, 최소한의 유료 관람객 수는 작년보다는 줄어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들을 대하다보니 저희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조금이나마 증가해왔던 관객 수가 일시적으로 주춤하는 것으로 보아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반적으로 요즘 여러 예술 분야에서 침체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공연시장에 대한 중·장기적인 침체기로의 진입인지를 판단하기가 아직은 다소 이른 것 같지만 내년 시장이 조금 걱정은 되고 있습니다.
김시형: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저도 느끼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디지털화가 되면서, 특히나 공연과 같은 무언가를 공유할 수 있는 매개체가 예전에 왔어야만 했는데 자기 스스로가 해낼 수 있는 시장으로 변하면서 그런 것도 조금은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대화를 진행하면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용인에서 신흥으로 떠오르는 공연장에 계시는 이찬 본부장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이찬: 지금 저희가 클래식 공연에 대한 실무인식 부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일단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저의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클래식 음악은 전세계적으로 동일하고 또한 관객이 증가하고 줄어드는 폭이 가장 적은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체부의 자료들을 참고해보면 클래식 음악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공연 시장에 있어서 전체적으로 이 장르가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공연의 양적인 측면에서 하나의 베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연장의 현장 실무인식 부족이라는 쪽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클래식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공연장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일단 우리나라에는 장르 중심의 극장들이 많지가 않은 편입니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처럼 장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극장들이 많아야하는데, 대부분 다목적으로 지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장을 베이스로 하는 클래식 음악이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을 구조적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오페라 전용 극장이 있는 것처럼 뮤지컬 전용 극장, 클래식 전용 극장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서울 같은 경우에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방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거든요. 장르 중심의 극장이 없기 때문에 클래식이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공연장에 대한 인식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아마 제가 말씀드린 이러한 부분들이 차츰차츰 해소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공연장의 기획보다는 대관 사업의 팽창으로 인한 문제점
김시형: 그렇다면 제가 다음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결국에는 공연장의 입장에서도 수익이 나야하기 때문에 자체 기획 공연보다는 대관을 통한 수익에 더 초점을 두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사비를 들여서 연주회를 열고 상황이 여의치 않은 클래식 음악가들에게 연주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드릴 일이지만, 공연장의 일정에 맞추어 연주회 날짜를 잡거나, 대관 경쟁률을 뛰어넘어야만 하는 이런 문제들 때문에 음악을 통한 상생관계가 조금은 애매해지는 것도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찬: 공연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바로 대관으로써 크게 기획공연과 대관공연으로 나뉩니다. 제가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생각해보니 음악가들이 공연장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인식에 대해서 부인할 수가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관을 해주는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실적이나 직원 분들의 인식, CEO분들의 방향철학들로 많이 좌우가 되기도 하거든요.
김시형: 그렇죠. 결국에는 이것이 하나의 산업이고 사업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이해가 갑니다.
이찬: 공연장 측에서는 전체적인 장르로 볼 때 아무래도 사람들을 많이 모을 수 있고, 수익성과를 낼 수 있는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자체적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문제점이 많은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시형: 네, 맞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주제로 넘어가서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왜 대관사업에 대한 운을 띄웠는지 말씀을 드리자면, 솔직히 클래식 음악이 갖고 있는 큰 문제점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돈을 내고, 자신들이 실적을 쌓기 위한 연주회들이 많지 않습니까. 공연하는 장은 필요하지만 공연을 하기 위해서 소비되는 엄청난 금액이 항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요. 과연 이러한 구조가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태승진: 공연장마다 그리고 지방과 서울의 공연장에 따라서도 성격이 다소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공연하는 형태나 내용들이 편차가 매우 큽니다. 저희 예술의 전당의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1년에 공연장 대관을 받으면 대관 경쟁률이 엄청납니다. 현재 공연장을 사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엄청나게 있는 상황에서 대관을 기획해야하는 입장이기도 하면서 어떻게 보면 경쟁자들 중 선별해서 우수한 공연으로 채워서 보여드려야하는 상황인 것이지요. 속단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방의 경우는 역으로 어떻게든 빈 공연장에 공연을 유치해서 채워야하는 상황들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책결정이나 방향을 많이 다르게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저희도 사실 88년도에 처음 생기면서부터 공연장이 포화상태였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못했습니다. 초창기 데이터들을 보면 빈 날짜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랬었기 때문에 ‘기획’이라는 테마도 예술의 전당이라는 공연장을 먼저 만들어 놓고 이를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대한 방향 중 하나로써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만약 초창기부터 공연장의 대관이나 수요가 많아서 전부 채울 수 있었다면 오히려 기획공연의 수는 더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 상황이 그렇지 못했고 공연장이 비는 날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채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기획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교향악 축제>도 그런 방식으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대외적으로 이야기 할 때는 좋은 취지나 목적 때문에 기획되었다고 말은 하지만, 그 내면을 보았을 때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는 공연장을 채워줄 공연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중요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교향악단이 많이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이 단체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서 축제를 열어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교향악 축제>가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예산지원까지 잘 이루어지면서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시절이었기에 가능했었고, 그것이 현재까지 이어져올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크게 보면 공연장을 어떻게 하면 채울 것이냐에 따라 나온 결과물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요. 요즘에는 대관신청이 너무나 많아서 고민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대관사업의 팽창으로 인한 문제점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답을 드려야 할지 참 난감하기도 합니다.
김시형: 예술의 전당에서 대관이 뜨면 어떤 날은 경쟁률이 40대 1까지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되다보니 점차 갑과 을의 관계가 생긴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예술의 전당 측은 음악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해주는 차원이어야 하는데, 이것이 결국에는 갑의 위치가 되면서 말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대관료가 너무 비싸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고요. 특히나 리사이틀홀, IBK홀은 연주자들이 제일 선호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들이 나왔을 때 그만큼 많은 공연의 대관을 통한 수익으로 대관사업을 하시되 그것을 예술인들에게 환원하는 모습도 또한 부족하지는 않았나 하는 이야기들이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종종 오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예술의 전당을 예로 들었지만 세종문화회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승현: 처음에 말씀하셨던 대관사업의 팽창에 대한 그런 부분들이 세종문화회관에서도 대표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문제점들이기도 한데요. 오히려 저는 그 전제로 어떤 것부터 이야기해야 되는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일단은 프로덕션 시어터와 넌-프로덕션 시어터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다른 세계적인 공연장들에서도 확연하게 구분되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기준이 잘 없기는 하지만, 사실은 이것에는 전속예술단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저는 프로덕션 시어터의 대표가 세종문화회관이고, 넌-프로덕션 시어터의 대표가 예술의 전당이라고 봅니다. 실질적으로 넌-프로덕션 시어터는 대관이 많을 수밖에 없고 대관을 어떻게 혹은 기획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저희에게 기획이라는 것은 9개의 예술단이 실제 프로듀싱을 하기 때문에 그것을 전부 비워놓고 그 나머지를 대관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예술단 프로듀싱 부분을 빼놓은 나머지를 대관으로 보다보니 그런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오히려 쟁점은 저 두 시어터에게 맞는 방식의 새로운 활로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가 제기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오히려 저는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접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넓게 보자면 새로운 관객들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창작에 대한 접근들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 쪽을 예로 들자면 10개의 예술단 중에서 시향이 독립적으로 떨어져 나갔습니다. 시향은 오히려 독립을 한 이후로 새로운 발굴들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보면 오페라 같은 경우에는 실질적인 기존의 아까 말씀하셨던 체임버를 활용해서 <오페라 마티네(Opera Martinee)> 같은 것을 통해 굉장히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거든요. 기존에 ‘오페라’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대형 오페라를 생각하거나, 실질적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을 뿐더러 코앞에서 오페라를 접할 수 있게 할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착안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기존에 ‘마티네(연극이나 오페라, 음악회들을 낮 동안에 상영하는 것)’라는 것은 정착이 되어 왔지만, ‘오페라 마티네’라는 것을 개발을 했고 현재 전석매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6개월 치, 1년 치를 미리 끊어놓는 사람들도 굉장히 늘어났습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접근 방법의 시작이었으며 이제는 오페라의 새로운 방식의 창작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동안 2년가량 준비해 왔던 창작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 오듯>이 곧 새롭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즉, 이러한 작업들이 결국은 프로듀싱 시어터가 가지고 있는 관객들의 새로운 방식의 선호도를 찾고 어떻게 접근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객 개발 부분에서 본다면 조금 전 <교향악 축제> 말씀하셨지만 저는 출발이 어떻게 되었던지 간에 상당히 잘 세팅된 편이라고 봅니다. 조금 전 창작-유통-소비에서, 특히나 소비에서 향유층을 더욱 더 확대할 때 전문적인 창작들이 소비가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히려 저희가 이번에 새롭게 준비를 했던 것이 일종의 생활예술 오케스트라 축제를 다른 방식으로 열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는 51개 오케스트라에 2200명 정도 되는 관객층들을 더욱 확보를 해나가고 있는데, 저는 이것이 일종의 예를 들자면 오케스트라 생태계 문제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술단 때문에 대관 부분에 있어서는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아진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을 오히려 생태계 순환을 위해서 할애를 하여 관객개발을 하고 소위 중간층, 마니아 층을 늘여나가면서 이것이 결국은 전문적인 오케스트라들의 층을 두텁게 해주는 순환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공연 실무자가 바라본 클래식 음악가들의 문제점
김시형: 지금까지 말씀해 주신 부분들이 앞으로 나올 저희의 토론 주제까지도 포괄적으로 다루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공연장의 문제라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바로 다음 논의 주제와 연결을 짓자면, 솔직히 클래식 연주자들의 인식 부족도 한몫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자신들이 물건을 만들었는데 그 물건을 그냥 내놓는다는 것이죠. 편의상 예술의 전당을 대표적으로 두고 말씀을 드리자면, 예술의 전당의 리사이틀홀이나 IBK홀을 가보면 사실 유료 판매수익이라는 것이 형편없지 않습니까. 정말 몇몇의 공연을 제외하고는 말이죠. 개인이 대관을 하는 공연에서 수익이 나는 것은 거의 전무하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제가 먼저 서두를 던져드렸지만, 실무자께서 바라보실 때 생산을 해야 하는 클래식 음악의 측면과 그리고 요즘 ‘기획사’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대행사’ 역할을 하는 그 둘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어떻게 바뀌어야만 공연장 측과 예술가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을지 말씀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태승진: 조금 전 대관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지금 말씀하신 이유 때문에 리사이틀, 챔버홀에서 개인 연주자들이 현상적으로 표를 거의 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과 모든 경비를 본인들이 부담해야 하는 입장에서 기본적인 대관료와 대행사 등으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것은 저희도 인지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대관료를 보고 비싸다고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저희 입장에서는 예산구조에 따라 진행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년에 500억 정도 예산이라고 한다면 그 중에서 국고가 100억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 금액 자체는 예술의 전당의 시설유지를 위한 기본 시설비밖에 되지 못합니다. 게다가 저희가 요즘 하고 있는 것처럼 서예박물관을 리모델링한다거나 대규모로 홀을 하나 새롭게 만든다던가하는 대규모 리노베이션이 있다면 100억을 가지고는 더더욱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것이 커버가 되려면 지금 현재보다 100억 정도가 더 시설 유지비의 100%정도만이라도 지원이 되어야 사정이 조금이나마 나아진다는 것입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원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대관을 해주고 있는 상황인데, 체감하는 연주자들 입장에서는 모든 비용을 전부 자신이 부담을 해야 하니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겠지요. 국가 정책으로 보았을 때 지원 비율을 좀 더 높여주어야 저희도 그만큼 제공을 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시형: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국가와 정책과도 연관이 있군요. 문화융성정책과 맞물려서 움직여 주어야 하는 부분이겠습니다.
태승진: 그렇습니다. 그 다음으로 연주자들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우리나라 시스템이 그렇듯이 음악인들 역시 정말 탑클래스의 몇몇 연주자들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힘들고 난처한 상황입니다. 조금 전에 대관 이야기도 살짝 언급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현재까지 실무를 겪어오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리사이틀홀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대행사는 많지만 기획사는 없다는 것이 문제점이었습니다. 좀 더 바람직한 현상으로는 산업도 파생되고 전문화되는 추세 속에서 음악인들을 매니저와 기획해주는, 음악인들을 전문적으로 매니징해주는 그러한 전문적인 기획사가 있었으면 합니다. 특정 업체를 예로 들어서 죄송하지만 크레디아나 스텀프뮤직 같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것보다 좀 더 많은 회사들이 생겨서 음악인들을 다수 매니징할 수 있는, 케어해주는 회사가 생겼으면 합니다.
김시형: 저도 공연을 다수 해오면서 공연 대행사 사장님들을 만나 ‘기획’을 많이 해달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왔습니다. 이쪽에서 상품을 잘 만들어서 수익을 내려는 그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쪽도 사업이다 보니 안전한 것을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태승진 본부장님께서 제가 정말 듣고 싶어 했던 말씀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태승진: 조금 더 덧붙이자면, 우리나라가 현재 기업에서 공연을 후원하는 형식들이 상당히 외국 유명 단체나 그런 프로그램 단위의 후원이 많습니다. 하다못해 큰 기업들도 보면 모두 오케스트라나 예술인들, 외국에서 들어오는 유명한 공연에 더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표가 더 팔릴 수 있는 공연에 빛깔을 내듯이 후원을 하는 그런 형태라는 말입니다. 기업들이 사회공헌 측면에서 많이 신경을 쓰려고 하죠. 하지만 후원이라는 것이 조금만 더 관심을 돌리면 예술인들에 대한 직접적인 후원으로도 연결된다거나 할 수가 있습니다. 외국은 그런 경우가 정말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오케스트라든 개인 아티스트들에 대한 후원회 조직들이 결성된다던지 해서 아티스트들을 밀어주는 풍토가 조성이 되어야 공연을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표가 팔릴 수 있을 것입니다.
김시형: 얼마 전 제가 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줄리어드 총장의 말을 언급했었습니다. “예술가들이여, 기업가 정신을 가져라”. 이제는 예술가들이 혼자서 1인 기업 형태가 되지 않고서는 아까 말씀하신대로 탑이 아니면 모두가 꼴찌가 되는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 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박승현 본부장님께서도 한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승현: 저는 공연 기획사든 음악가가 되었든,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잠시 뮤지컬 사례를 이야기했지만, 저는 단지 외형적으로 뮤지컬계는 크기 때문에, 혹은 급작스럽게 크고 있기 때문에 터진 사건이지 역으로 보았을 때 클래식계는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작사나 기획사가 새로운 관객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기존에 타겟화 되어있는 시장들만 계속적으로 빼먹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관객들은 모두 그대로 있는데, 제작은 계속 그러한 과정만을 반복하고 있고요. 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흔히 파레토의 법칙과 롱테일 법칙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20%가 모든 시장을 좌우했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는 꼬리부분이 전부를 먹여 살리는 구조가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꼬리부분의 사소한, 소소한 관객들이었던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다양화시킬 것이냐를 지금부터 생각하지 않는다면 공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개별적인 회사, 음악가, 기획사들도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계속적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과 기업들의 도움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외국에도 굉장히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세계적인 스위스의 금융그룹 UBS가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온 것을 들고 싶습니다. 하나는 지역사회의 오케스트라가 계속해서 내려가서 지역사회에 맞는 방식으로 관객들을 확장시킨 것, 이것은 그야말로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층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젊은 예술인들의 육성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이것은 공급 부문에서 새로운 창작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부분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가 참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창작과 소비를 해 나가는 두 축을 어떻게 새로운 시도로 변화시켜 확장시켜 나갈 것이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경우에는 정부의 도움으로 일종의 통합전문시스템이 이미 갖추어져 있지만, 현재 공연 쪽에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는 통계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정부가 나서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유통과 소비 각각에 걸려있는 숨통을 틔워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김시형: 예, 알겠습니다. 다들 공연 현실 쪽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 그렇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연주자들의 입장에서의 당부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찬: 최근에 어떤 교수님께서 며칠 전에 급하게 대관을 부탁하셨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지는 서울의 여러 공연장, 소위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에서 발표를 해야만 성과업적이 인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공연장은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의 현재 교육현실이 이렇다는 점을 한 번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김시형: 네. 오히려 그렇게 선을 긋는 것이 문화를 더 멀어지게만 만드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찬: 외형적으로는 상당히 클래식 인구도 많아졌고 교육 쪽에서도 확장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특수악기가 하프였다면 요즘에는 바순과 콘트라베이스가 특수악기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서 이러한 악기를 배울 수 있는 학생들도 줄어들고 인식차이도 낳게 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클래식을 하시는 분들이 자기만족에 대한 부분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연주자들이 관객을 위한 레퍼토리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클래식을 한다는 분들만 문제이냐,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클래식 컨텐츠가 부족하다고 하셨지만 사실은 전무하다고 보아야지요. 전부 외국에서 상품화되고 매니징 된 그러한 컨텐츠가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우리 시장은 거기에 대해서 노출이 되어있는 상태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공연 시장은 발전하는 데에 아직도 초창기 단계라고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시형: 아, 그렇다면 지금까지 공연을 해왔던 것은 모두 초석을 닦는 단계였다는 말씀이신건가요?
이찬: 네, 그렇습니다. 그 기능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공연시장은 모방입니다. 우리나라의 공연시장이 이렇게 많이 팽창된 것도 불과 1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획사들이 아까 말씀하신대로 대행사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그것을 또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이러한 것이 들어오면 저희는 또 배워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지요. 여러 컨텐츠들을 개발해야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단은 아까 말씀하신대로 ‘기획’이 있어야 합니다. 그 기획이 바로 컨텐츠 개발이거든요. 우리나라가 사실 아직까지는 거기까지 따라가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전철을 저희가 똑같이 밟고 있습니다. 20년 전 우리나라에는 공연기획이 거의 들어와 있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재팬아트(JAPAN ART)부터 시작해서 엄청나게 그 시장이 키워져왔고 지금은 자체생산모드로 발전하여 컨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클래식도 예외일 수 없고요.
또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교향악단의 발전에 있어 단체에 대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발전시키려면 교향악단이 발전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발전이 어려운 문제점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민간 교향악단이 없다는 것입니다. 시립은 많이 있지만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시립단체들이 어딘가에 너무나 의존을 한다는 것입니다. 외국에 있는 유명한 단체들의 구조를 보면 자립성이 30%밖에 되지 않습니다. 30%는 표를 팔아서, 30%는 주정부나 연방정부에서 기부를 하는 것이고, 40%가 바로 기업의 참여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구조 자체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순이지요. 발전을 하라고는 하면서 교향악단 같은 경우, 시립이나 이런 단체들을 보면 정부가 100%를 지원하기 때문에 자생력이 없다고 보는 겁니다. 그렇다면 서울시향처럼 재단법인화를 하거나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하는데, 재단법인화를 하고 나서도 100%를 지원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생산 면에서 우수한 컨텐츠가 자생력을 가져야하는데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단번에 해결하기가 어려운 실정에 이르게 됩니다. 시장에 대한 컨텐츠가 없다고 계속 이야기가 나왔지만 시간이 꽤나 필요한 작업입니다. 많은 부분들에 있어서 전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4. 클래식 음악 공연의 유료 관객 유치 활성화 및 다양한 공연 형태 개발
김시형: 그렇다면 공연에 유료관객을 어떻게 유치할까에 대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세종문화회관이야 시(市)쪽에 관련이 되어왔고 상주단체가 있지만, 예술의 전당은 아티스트 상주 시스템은 없는 것이죠?
태승진: 네 맞습니다.
김시형: 그렇다면 젊은 아티스트를 양성하는 프로그램과 종종 이루어지는 기획 연주같은 것이 있는 거네요. 그렇다면 지난번에 예술의 전당에서 기획한 김대진씨가 지휘했던 오케스트라는 어떤 것인가요? 상주단체의 개념인가요?
태승진: 김대진씨가 하셨던 것은 <토요 콘서트>라고 부르는 것으로 매 달 실시하고 있는 프로젝트성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시형: 아, 그렇다면 그 오케스트라에 대한 지원은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것인가요?
태승진: 네, 그렇습니다.
김시형: 그렇다면 거의 상주단체나 마찬가지인 것은 아닌지요.
태승진: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이루어지는 프로젝트성이기 때문에 이러한 오케스트라라는 것 자체가 공연 시작 전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 연습을 하는 것이고, 주로 단원들도 젊은 층으로 이루어져 트레이닝을 시켜주는 개념입니다. 실질적으로 오케스트라를 하나 빌려서 무대에 세우는 것 보다 저희 입장에서는 돈이 더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라도 기회를 주고, 그 중 상당수는 기성 오케스트라 단체에 들어가기 전 단계로써 일시적으로 트레이닝 기회를 주려고 하는 측면에서 유지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김시형: 일종의 고용창출에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군요.
태승진: 네, 그런 면도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돈은 더 들지라도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 국고 지원이 적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역으로 이야기를 하면 어쨌든 저희는 그만큼이라도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교향악 축제>를 비롯한 여러 기획성 프로그램들을 마련하면서 장기간 일정한 형태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업들의 스폰서도 붙었고요. 저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유료 관람객도 확보가 되었고, 유료 관객과 이야기를 연결 짓자면 필연적으로 티켓 가격 이야기가 나오게 되겠지요. 티켓 가격은 저희 입장에서 최소한의 목표가 다음과 같습니다. 공연을 기획하게 되면 일단 대관료는 직접경비는 아니지 않습니까. 직접적으로 경비가 나가는 것이라 함은 오케스트라 출연료나 홍보 인쇄비와 같은 것으로써 그러한 경비대비 판매수익을 놓고 이론적으로 각 부분들이 상응할 수 있도록 기대를 합니다. 저희로서는 그렇게 티켓 가격을 책정하게 되는데 이 부분도 동전의 양면성과 같은 문제가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저희 입장에서는 <교향악 축제>를 하면서 티켓 가격을 3-4만원으로 책정을 했지만, 민간의 입장에서 비슷한 공연을 기획할 경우 그 쪽 입장에서도 드는 제작비가 매우 크기 때문에 티켓을 7-8만원 정도로 더 높이 책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서 저희 측이 마음대로 가격을 세일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 말들도 나오게 되고요. 저희도 정말 난처하긴 하지만, 저희가 매번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며 공연 특성에 따라 많은 상황들을 고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시형: 그렇게 함으로써 공익성 창출과 더불어 티켓 가격의 현실화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는 것이군요. 저는 지난번에 <범 음악제(Pan Music Festival)>를 기획하면서 그 때 직접 표를 팔아보았습니다. 그 중 현대음악이 전석매진이 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는지를 보니, 주말 저녁이라는 좋은 시간대와 함께 중고등학생들이 현장실습으로 많이 올테니 가격을 현실화 시켜보았던 것 덕분이었습니다. 만원, 만 오천원으로 연주회를 볼 수 있게 해보았더니 현대음악인데도 전석매진이 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정말 ‘무엇이든지 길은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찬 본부장님께서도 네 번째 주제에 대한 의견을 좀 말씀해 주세요.
이찬: 이번 정부의 문화융성기조가 ‘생활문화예술’이지 않습니까. 그 기조를 잃지 말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저는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엇이냐 하면, 기획사들이 외부에서 초청을 해올 때 금액을 과하게 붙이기도 하고 할인도 많이 합니다. 티켓 가격이 싸면 질이 낫다고 생각하는 인식도 갖고 있고요. 사실은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제재를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지만, 기관이나 이런 쪽에서 다룰 때에는 조금이나마 현실화를 시켜야한다는 말입니다. 다음으로 관객유치에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저는 우리나라의 취약적인 관객개발 상태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조기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장에서 퀴즈도 많이 하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지만 조기교육을 하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접할 수가 있거든요. 그 친구들이 자라서 10년, 15년 후에는 메인 관객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김시형: 초·중·고등학교의 음악수업을 없애려는 지금의 상황에서 음악교육이 절실하게 중요하다는 점과 연관이 되겠네요.
이찬: 연주회를 보러 오기 위해 학생들이 단체로 보러오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음악 선생님들이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여러 공연들을 접해야만 훗날 이들이 클래식 인구가 될 수 잇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주에 있는 상산고등학교의 경우에는 공연장을 빌려서 1년에 꼭 두 번씩은 전교생들이 공연을 보기도 합니다. 이런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양한 공연형태 개발의 경우에는, 우리나라가 시도하고 있는 것들 중 가장 시급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임헌정 교수님이 이번에 말러 시리즈를 연주하시면서 정말 열풍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그 덕에 모든 오케스트라들이 말러 연주회를 하게 되었지요. 조금 전 우리나라의 컨텐츠 개발과 연관되는 문제인데, 그렇다면 공연장에서도 이런 것들을 기획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제가 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의 지휘자나 연주자들은 스타성이 다소 부족합니다. 어떤 롤모델을 보고 꿈을 키우고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그러한 스타성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알리려면 언론도 함께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은 아티스트매니저와 똑같은 맥락입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아직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으니 이와 더불어서 레퍼토리도 함께 개발을 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이런 것들을 다뤄줄 기관이나 문화를 선도하는 그런 기관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외국의 공연들도 많이 보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도 중국이나 동남아 쪽으로 컨텐츠들을 수출하기 시작하고 있는데, 동남아 시장에서 우리 공연시장을 바라보면 굉장히 크거든요. 그분들이 우리를 보는 시각이 우리가 미국이나 외국을 보는 시각과 비슷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체계적인 그런 시스템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김시형: 네, 잘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박승현 본부장님께서도 한 말씀 해주세요.
박승현: 여러 가지 사례가 있겠지만, 예를 들면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지난 8월부터 이어오고 있는 <서머 클래식(Summer Classics)>을 보면 어린 연주자들이 본인들도 꾸준히 실력들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관객들도 개발할 수 있었던 연주회였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정착이 되었지만, 저희가 처음 시도를 할 때에는 관객들을 어떻게 초청하고 프로그램을 어떻게 변화시킬 지에 대한 방식들을 끊임없이 다양화시켜 왔었습니다. 이제는 대학생들도,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오는 청소년들도 <서머 클래식>을 꼭 보아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자리가 잡힌 편입니다. 그렇게까지 될 수 있었던 과정들을 우리가 꼼꼼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단체든지 간에 자신들의 레퍼토리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피드백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자체가 고정 팬에서 점차 확대가 되면서 팬덤형성이 벌어질 것이거든요. 자기 나름대로의 고객관리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은 새로운 어떤 시도, 공연형태 개발 부분은 굉장히 많은 화두를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투브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들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 첫 온라인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로 시작된 이 오케스트라는 2009년도에 전 세계 70여개 국가에서 접수된 3,000여 개의 동영상에서 90명의 단원이 선발되어 카네기홀에서 환상적인 연주를 펼쳤습니다. 2011년도의 “유투브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공연이 유투브로 생중계되어 전 세계 3,070만 PC 사용자와 280만 스마트폰 사용자가 시청 했습니다. 이건 정말 오케스트라가 21세기에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죠. 저는 그것을 보면서 일종의 뮤직 큐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큐레이션이라는 것은 일종의 컨텐츠들의 방식을 분류하고, 여기에 참여를 하는 사람들,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방식을 열어 주자는 것입니다. 블로그처럼 말이에요. 고객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 지를 지속적으로 분류를 해 주어야 합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핸드폰 내에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점심때 기분이 나른할 때에 그 어플을 틀면 그런 기분에 맞춘 노래들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죠. 저는 이러한 것을 일종의 뮤직 큐레이션이라고 봅니다. 만약에 공연을 기획하는,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어떤 노래에서는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관객분석을 통해 어떤 부분을 강화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며 다양하게 적용시켜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표면만 따라가도 안 되는 것이고요.
5. 클래식 음악 공연 발전을 위한 미래 비전 제시
김시형: SNS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앱이 발달된 만큼 생각할 수 있는 폭을 좀 더 넓혀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선호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정말 오늘 좋은 말씀들을 많이 듣고 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클래식 공연 발전을 위한 미래 비전 제시를 혹시나 못 하신 말씀이 있다면 함께 하시면서 마무리하면 되겠습니다.
태승진: 인프라 문제, 국가적 정책 지원 문제 등 정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끝없이 연결되어 있겠지요. 하나하나 테마를 끄집어내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결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논의하다보면 오케스트라가 핵심이고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처럼 오케스트라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으로 가늠할 수 있겠습니다.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 말씀하셨지만, 현재 오케스트라가 상주 공연장도 없이 개별적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케스트라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독립적으로 무언가 좋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활동을 하기에는 너무나 제약적입니다. 그렇다 보니 결국 공연 기획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하는 몫이 공연장을 운영하는 공연 기획자들에게로 넘어와 중추적인 역할을 떠맡게 되는 현상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재 우리나라의 시스템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저희가 중심 위치에서 심지어는 갑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연 활성화라는 것이 오케스트라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 다음으로 제가 중간에 말씀 드렸지만, 국가와 경제 규모가 커진 것에 비해 클래식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이나 기업들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기업 차원에서 특정 오케스트라나 예술단체와 연계하여 1기업-1단체 같은 시스템을 통해 음악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단계적으로 도와주는 그런 방향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성장을 위해서 이 구조 자체가 자생성이 부족한 장르이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줘야만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입장 아니겠습니까. 적극적인 관심으로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리_김주형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12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진 행: 김시형 교수(명지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박승현(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 사업본부장)
이찬(용인문화재단 문화사업부 본부장)
태승진(예술의 전당 예술본부장)
박승현(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 사업본부장)
태승진(예술의 전당 예술본부장)
이찬(용인문화재단 문화사업부 본부장)
박승현(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 사업본부장)
이찬(용인문화재단 문화사업부 본부장)
태승진(예술의 전당 예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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