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특별대담 - 젊은 음악 세대가 바라본 클래식 음악계의 단상 / 음악춘추 2014년 10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4. 12. 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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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젊은 음악 세대가 바라본 클래식 음악계의 단상


진행: 김시형(명지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패널: 김수연(바이올린 연주자, 클래식 포 유 감독)
        조은아(피아노 연주자,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성용원(작곡가, 여주대학교 교수)

 

기성 세대 음악계의 구조적 문제점

 

김시형_ 올 해 음악춘추는 음악계를 위한 중요한 일들을 꾸준히 계획해주고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저명한 음악가들을 모셔 지휘를 시작으로 피아노, 성악, 작곡, 현악, 관악까지 음악교육과 미래에 대한 전망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달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요즘 클래식 음악계의 실상에 대해 논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모셨던 분들은 연륜이 있으신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만큼은 현재 실전에서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젊은 음악가들을 모아 제대로 파악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기고 계신 분들 한 자리에 모았으며, 다소 무거운 주제이지만 그만큼 강한 이야기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선, 지금의 클래식 음악 구조라는 것 자체의 단적인 면에 대해 이야기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은 본인이 현재 그러한 구조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설명해 주셔도 좋습니다.

 

조은아_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음악가를 양성하고 배출하는 기존의 시스템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유지가 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갑니다. 

 

김시형_ 네, 조은아 선생님께서 중요한 화두를 던져주셨습니다.

 

김수연_ 김시형 선생님께서 저희를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음악가들’이라고 소개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현재 클래식의 시장과 문화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80년대 후반~90년대 초부터 클래식의 높은 벽을 허물자는 운동이 진행되어왔고, 연주회 자체도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되며 그 덕분에 지금과 같은 대중화된 모습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 김수연 선생님께서 체감으로 느껴보신 결과, 나쁘지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김수연_ 네 그렇습니다. 한 예로, 이전까지만 해도 청중들은 프로그램에 수록된 곡들을 설명해주고 이를 이해하고 나서야 연주를 받아들이며 호응을 하는 수동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해설을 해주기보다는 연주자가 그 곡을 어떻게 느끼며 연주했고, 어떻게 연습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곡과 연결시키려고 하는 노력을 통해 좀 더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듣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용원_ 젊은 음악 세대인 저희들은 ‘클래식’이라는 알을 갓 까고 나온 세대라고 봅니다. 즉, 기성세대와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직접 시장을 만들고 개척해 나갔다는 점입니다. 이전 세대의 음악가들에게 실질적인 부분들을 배우며 자랐다기보다는 ‘맨 땅에 헤딩’을 하며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선배 음악가들이 활동할 당시에는 시장이라는 개념조차도 분명하지 못했고 학교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경우엔 정년이 보장되다보니,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면서 피부로 접하거나 혹은 진정으로 본인들이 원하는 음악을 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세대들은 새로운 길을 찾고자 시장으로 나가게 되었던 것이지요.

 

김시형_ ‘위기는 기회다’의 느낌으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좋은 쪽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변화에 대한 생각을 갖게 해 준 계기를 제공한 것이니까요. 그 결과 현재 시장에 대한 확보가 가능해졌고, 음악을 통해 수익도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자, 그러면 이제 이러한 것들이 생겨나게 된 문제점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이 보셨을 때, 기성세대들이 후배들을 위해 어떠한 일들을 남겨놨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음악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성용원_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선배님들께서 남겨준 것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후대에 크나큰 음악적 유산을 남겼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저희에게 어른으로서의 본보기를 보였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조은아_ 남긴 것이 없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음악교육 시스템 자체가 외래의 문물이었기 때문에 선배님들께서는 당시에 그러한 시스템을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애를 많이 쓰셨다고 봅니다. ‘낯설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자’를 모토로 삼았지만,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어서는 여유가 없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시형_ 받아들이는 과정과 그 노력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하시는 것이군요. 또한 자신에 대한 안위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언급이 되었고요.

 

김수연_ 당시에는 유학만 다녀와도 웬만한 안정적인 자리가 보장이 되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만 해도 음악레슨 받는 학생들도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음악대학의 교육의 문제점


김시형_ 오늘 여기 모인 분들의 연령대를 보니 저는 저희 세대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세대에는 특히 선생님과 학생간의 관계가 굉장히 수직적이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고 보입니다. 저는 앞서 말한 문제점들의 발단이 여기에서부터 왔다고 생각합니다. 수직적인 관계가 개선이 되지 않고 똑같이 다음 세대에게 유지가 되었기 때문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부적절한 사건들이 터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닌가하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기성세대에게 있었던 문제점이 음악대학의 교육과 맞물린다고 할 수 있는데요. 저는 과거에 저희 세대가 음악을 배웠던 시기와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들의 커리큘럼이 달라진 것이 크게 없다고 생각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음악대학 학생들이 아닌 인문대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조은아 선생님의 경우는 어떠신가요?

 

조은아_ 우리나라 음악대학 피아노과의 경우, 솔리스트를 양성하기 위한 커리큘럼이 중심입니다. 학과에서 음악가를 배출해야하는 목표가 솔리스트 양성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저는 이러한 커리큘럼의 일면이 이제는 바뀌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시형 선생님처럼 필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실제 수많은 예시와 경험들을 커리큘럼으로 끌고 와서 학생들로 하여금 미리 깨우칠 수 있도록 하며 우리가 배우고 나아가야 할 여러 가능성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시형_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수업 안에서 기초적인 이론 외에 세상을 좀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는 그러한 과목들이 포함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은아_ 이제는 진정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수업들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실질적인 것들을 알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심지어 음악계 여러 현장의 말초 끝단에서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까지도 학생들이 접할 수 있도록 알려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수연_ 우리나라에는 앙상블을 전공하는 그러한 과는 없지만, 그래도 저는 오케스트라 수업을 통해 솔리스트 중심의 커리큘럼을 나름대로 보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또 다른 문제점이 등장하게 됩니다. 대학교 1,2학년 때엔 부푼 꿈을 꾸었다가, 3학년부터 현실을 직시하면서 졸업 전에는 전공을 그만두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학교교육은 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기의 학생들을 위해 도움과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김시형_ 맞습니다. 음악을 공부하다보면 교수라는 직책으로 사는 삶이 아닌, 예술가로서의 삶을 고민하게 되는 시기가 오는 때가 있습니다. 예술로 생존과 생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함이 오는 것 같습니다. 성용원 선생님의 경우 지방의 대학교에 계시면서 이러한 고민에 더욱 더 절실한 아이들을 만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성용원_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어떻게 이 음악계에서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잘 짰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음악계도 이에 맞춰나가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죠. 스마트폰으로 웬만한 모든 것들을 다 해결할 수 있는 시대인데 학교에서는 386 컴퓨터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격이죠. 예를 들어 화성학 수업만을 보더라도 이론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며 가르치기 때문에 작곡과를 나와도 정작 코드네임도 제대로 못 읽고 적절한 반주를 할 수 있는 학생도 적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음악대학의 교수님들은 그러한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당장 여러 음악 현장들의 실태에 대해 관심도 없으며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수익성이 고려되지 않는 문제점 


김시형_ 저도 지금 현직 교수로 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말인 것 같습니다. 오늘 특별대담을 위해 이곳으로 오는 길에 우연찮게 좌석버스에서 제자를 한 명 만났습니다. 옆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고민거리를 들어주면서 오다보니, 요즘 20대 학생들이 생각하고 있는 발상을 우리가 못 쫓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이후에는 더 심해지겠지요. 따라서 이 격차를 줄이려면 세대간의 생각을 함께 수용할 필요성이 매우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이러한 문제는 수익성으로도 연결이 되는데요. 경제적 효과 창출이 없는 클래식 음악, 투자한 만큼 회수가 되지 않는 대표적인 분야라고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연 우리 클래식계에 ‘수익성’이라는 개념이 있는 것일까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가들의 티켓파워를 제외하고 생각해봅시다. 현재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나름대로 티켓파워가 있으신 분들이신데, 연주회를 할 때 표를 팔자는 주의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하실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것들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수연_ 하나의 단체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는 합니다. 또한 시간적인 문제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이기도 하고요. 따라서 수익성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생기는 것이 아니며 시간적인 문제를 갖고 가야한다는 것을 인지해야합니다. 제가 감독하고 있는 곳을 예로 들자면, 게스트 위주의 콘서트를 종종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게스트 선정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청중들은 아직까지 그 사람의 음악성까지는 잘 알지 못하고, 프로필이나 스타성, 네임밸류를 보고 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저로서는 사실 유명한 분들부터 게스트로 모시자고 제안한 적도 있었고요. 또한 티켓비의 경우, 다른 공연장에서는 어느 정도 가격 측정대가 있지만 그런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에 최소의 티켓비로 쉽게 음악회를 볼 수 있도록 접근했습니다. 흔히 우리가 마시는 커피 값보다도 연주회 티켓비가 저렴하다보니, 한두 번 오시던 관객들이 자리를 잡게 되고 입소문까지 타게 되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음악감독과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지만, 관객들에게는 ‘고급 음악을 이렇게나 저렴한 가격에 들을 수 있었다’라는 식으로 홍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김시형_ 사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좋은 홀에서 이루어지는 연주회들은 대부분 초대권이나 지인들의 표로 채워져서 수익성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김수연 선생님께서 자존심이 상했다고 하셨지만 오히려 그게 시작점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가격 면에서 영화표보다 저렴한 공연을 보았다는 것이지, 공연의 질이 낮았다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수요가 생겨야 공급도 활성화될 수 있다면, 자연스레 언젠가는 영화값을 추월한 가격을 지닌 음악회들이 많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됩니다.

 

조은아_ 정말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영화는 재밌지만, 클래식 음악에는 사람들이 그만큼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워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김시형_ 조은아 선생님의 경우, 음악회를 하시면서 나름의 수익도 내고 계시고 다른 여러 곳을 다니면서 개런티를 받는 연주회도 하고 계시는데요. 그런 식으로 가기 위한 과정 자체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연주력을 바탕으로 그러한 과정을 어떻게 터득해야할 지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조은아_ 저는 무엇보다도 기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회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부터 청중 친화적이거나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연대기나 시대별로 엮지 않고 주제가 있는 음악회의 형식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연주회에 오시는 청중들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부터 전문가까지를 아울러야 합니다. 따라서 한 분도 소외되지 않도록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점이 눈높이를 낮추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대중적인 소비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위해 성심성의껏 노력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 그게 바로 ‘소통’인 것 같습니다. 자칫 잘못 생각하여 오류를 범할 수도 있는 것이, 우리의 레퍼토리나 용어 자체를 낮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우리의 노력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성용원_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좀 더 덧붙이겠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21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작곡가가 수익성이 되는 작품을 쓴다고 하면 상당히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그러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시장이 완전히 좋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우리가 눈높이를 낮춰서 박리다매를 하여 돈을 잘 벌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 당장은 수익성이 없지만, 구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단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다 보면 자생력을 갖춘 단체들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 정리하자면, 시장 자율 경쟁에 맡길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성용원_ 네 그렇습니다. 도태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자연스레 자생력을 갖춘 개인과 단체들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그 방법을 알 수 없지만, 6-7년 사이 안에 그런 개인과 단체들이 살아남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전망입니다.

 

김시형_ 그렇다면 누군가 선구자도 필요하면서 이를 이끌어 가는 제도도 필요하겠군요.

 

성용원_ 맞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각자 고민하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김시형_ 김수연 선생님의 경우, 현장에서 전공자가 아닌 분들을 모아 음악회를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수연_ 아까 언급되었던 것 중에,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눈높이를 낮춰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피부로 겪어보니 청중들은 정말 어려운 프로그램이 들어있어도 이러한 어려운 곡을 해설하기보다는 연주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연주를 했으며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와 같은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더 중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와 공통점도 없이 멀게만 느껴졌던 연주자도 처음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힘들게 연습해왔다고 느끼며 친밀감을 경험한 것이지요. 관객들을 가르치려는 방식보다는 소탈한 그런 소통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시형_ 저도 음악을 하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똑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관객들은 클래식 음악과 가까워지기 위해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에 집중하고, 예술가들은 음악이라는 또 다른 언어로 이를 표현해준다고 생각하니 정말 상상만으로도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조은아_ 저의 경우에는 어떻게 연습을 했는지에 대해 노트에 전부 기록을 했었는데 이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니 한편으로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계급을 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클래식이라는 것을 너무 높게만 보는 관점을 낮추기 위해 모두가 함께 모여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되네요.


소통보다는 학연으로 무너진 문제점


김시형_ 그렇다면 이제 네 번째 주제인 사회적 이슈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구조조정 0순위라는 음악대학의 불확실한 생존과 더불어 최근 벌어진 여러 불미스러운 사고들까지 지금 우리가 사회적으로 처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젊은 세대들이 직언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보이기도 합니다.

 

조은아_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직언을 했기 때문에 공론화 된 것이라고 봅니다. 옛날에야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못했다고 하지만 요즘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김시형_ 그렇다면 그 시기의 잔재가 지금 터지는 것이라고 보시는 것이군요. 요즘은 학생들이 직설적으로 나오는 추세이고요.

 

성용원_ 저의 경우 학연이 없기 때문에 눈치 볼 사람 없이 매우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그만큼 음악계에서 살아남기가 힘들기는 했습니다. 그나마 제가 예고라도 다닌 덕분에 음악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저의 음악활동 시작부터가 이미 학연이지만, 그조차도 없었다면 저는 정말 지방에서 실용음악학원이라도 겨우겨우 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김시형_ 결국 음악계에서 예중, 예고, 대학까지 팔이 안으로 굽는 이 심리가 어쩔 수 없이 계속 있는 것이군요. 우리가 더욱 더 경각심을 갖고 진정으로 없애야 할 것이며 끊임없이 공론화되고 지면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여 이런 말을 함으로서, 우리부터라도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네요.

 

성용원_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들도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엔 모두 고급 학력자들이기 때문에 언감생심이라고 봅니다. 한국에서 제일 좋은 학교 나오신 분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다른 대학 출신의 사람들이 들으면 건방지다고 생각하거나 비웃을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우리는 다들 이쪽 분야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보았을 때에 느낄 박탈감과 소외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네 명이 이렇게 모여 이야기 할 주제가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학연의 메리트를 본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정리_김주형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10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김시형(명지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김수연(바이올린 연주자, 클래식 포 유 감독)

 

조은아(피아노 연주자,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성용원(작곡가, 여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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