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특별대담-작곡 교육의 현재와 전망 / 음악춘추 2014년 8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4. 9. 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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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작곡 교육의 현재와 전망

클래식 작곡의 다양성 및 작곡 활동 저변 확대 인식 필요

 

사회 : 김시형(명지대 음악학부 교수)

패널 : 이인식(성신여대 음대 교수)

         전상직(서울대 음대 교수)

         이강규(상명대 음대 교수)

 

김시형_ 음악춘추에서는 금년 초부터 음악계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지휘자로 시작해서 피아노, 성악, 현악 그리고 특별한 주제로 애국가까지 다뤘고요. 오늘은 작곡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좋은 의견들이 나중에 정부 정책 등에 반영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현재 음악전공자가 줄고 있는 시점에서 작곡전공자들에 대한 교육은 어떠한지, 시장이 있어야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을 비롯해 음악전공자가 줄어드는 추세 등,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 이인식 교수님부터 말씀해 주시지요?

 

이인식_ 사회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요. 핸드폰도,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우리 대학들의 커리큘럼으로 변화하는 시대가 요구하는 음악의 다양성(스타일, 쓰임새, 전달매체 등)에 대응하기란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대학 역시 그런 변화와 요구를 감지하기에, 저희 성신여대도 지난 새 학기에 교과과정을 개편하였습니다. 가창곡 작곡법(Song writing), 관현악 편곡, 재즈 화성 등의 과목을 새로이 채택하였지요.

 

김시형_ 비전공자나 전공자가 음악을 접근하는 데 있어서 작곡계를 바라보는 저변확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인식_ “작곡가의 역할에 따른 저변확대”는 우리 작곡계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현안이자 또한 우리가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구축해 가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나 이제까지와 같이 “작품을 쓰는 작곡과 학생, 또는 작곡가”로 우리의 역량과 가능성을 한정짓는다면 답은 없다고 봅니다. 순수예술로 전통을 지향하는 외에 실용적인 작품(또는 컨텐츠)을 용도에 맞게 만들어 내거나, 또는 음악유통, 저작권, 음악기획 등에 이르기까지 음악관련, 다변화된 영역들을 흡수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김시형_ 배우는 학생들이나 학교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다고 보는데요. 전상직 교수님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에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상직_ 과거 우리도 그랬던 것 같은데요. 작곡과 지망생들은 대개의 경우 순수음악을 꿈꿉니다. 베토벤, 브람스를 생각해서 들어오고, 몇몇 학생은 대중음악 내지는 실용음악을 목표로 해서 들어와요. 그런데 막상 대학에서 가르쳐 주는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저는 지금 소위 현대음악(순수예술의 첨단)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거든요. 대학의 존립 목적이 무엇이냐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고려해 보면 그것이 옳아요. 하지만 요즘에 대학이라는 것은 각 대학 평가에서 봐서 알다시피 취업 준비 기관처럼 되어 버렸어요. 음악계가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그렇게 만들었어요.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예요. 대학이라는 것이 학생들을 취직시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원래의 목적이 진리탐구, 즉 학문과 예술의 본질적 탐구 및 교육이라는 점에서, 이는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졸업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우리가 고민하지 않고, 우리가 가르치고 싶은 것만을 가르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미술대에는 산업디자인과가 있습니다. 사실상 가장 주가도 높습니다. 이것을 음악으로 놓고 보면, 순수회화, 조소 등이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음악과에서 가르치는 쪽이라면, 산업디자인 쪽이 바로 대중음악 또는 실용음악 쪽의 교육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봤을 때 미술은 일찌감치 실제 삶과 딱 접목된 교육을 해왔는데, 음악은 그런 것이 없었어요.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이 사실이고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저는 대학이 순수 예술을 추구하는 작곡가들만 양성하려고 하는 커리큘럼보다는 그 커리큘럼을 유지해야 하는 학교가 있을 수가 있고, 아니면 둘 다 할 수도 있는 투 트랙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화성학, 작곡법, 오케스트레이션 등 대부분의 교과목은 실용음악을 하건 순수음악을 하건 누구든지 해야 되는 공통된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커리큘럼에 대한 손질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대학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학교에서는 학생이 “필름 음악을 하고 싶다”, 혹은 “드라마 음악을 하고 싶다” 했을 때 그것을 지도교수가 “그건 네가 알아서 해” 하며 적극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는 상황, 그리고 또 하나는 지도교수가 “학생이 이런 것을 하고 싶어 하니까 나는 적극적으로 이것을 가르쳐 주겠다” 했을 경우, 이 학생도 커리큘럼을 마치고 졸업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른 순수음악 작품을 제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전공을 아예 실용음악 작곡과로 구분을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사실 순수음악 작곡은 그렇게 많은 학생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명맥은 유지해야 합니다. 실용음악이라는 것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소모적인 예술 작품들이라고 본다면, 예술작품으로 영원히 남을 작품을 쓸 그런 사람들도 우리가 양성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용음악이라는 이름으로 메이저 대학에서 학생들을 뽑기 시작하면 순수 쪽 명맥이 끊길 가능성까지 있어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학교든지 이런 분야의 교육을 강화하겠다 했을 때 대찬성이지만 순수음악 쪽으로 몇몇의 주요 학교들은 남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 이강규 교수님은 상명대의 뉴미디어 작곡과에서 가르치고 계시지요?

 

이강규_ 전상직 교수님이 말씀하신 그런 대학의 커리큘럼을 상명대는 이미 실시하고 있습니다. 커리큘럼 자체는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무대음악, 뮤지컬, 영상음악 등의 작곡을 공부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네 학기에 분포되어져 있습니다.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선택을 해서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김시형_ 학생들은 만족을 하나요?
 
이강규_ 네, 커리큘럼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학생들이 저희 학교에 들어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커리큘럼 때문입니다.

 

김시형_ 그러면 다양화로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강규_ 그렇습니다. 커리큘럼 자체는 매우 성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고, 학생들이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학부 교육이라는 한계가 있고,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해서 실용으로 가게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클래식에 비중을 높게 두고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런 관계로 학생들이 곡을 써서 제출하는 과제곡(중간시험 곡, 기말시험 곡)들이 대부분 클래식 스타일로 되어 있는 것도 사실은 현실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김시형_ 전 교수님께 여쭤보고 싶은데, 몇몇 주요 학교는 순수음악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해주시겠습니까?

 

전상직_ 서울대 법인화 과정에서 가장 큰 우려가 되었던 것이 기초학문, 즉 인문, 사회, 자연대가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초학문진흥위원회라는 것도 생겼고, 서울대 정관에 기초학문을 보호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국립대라도 건재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 것입니다. 커리큘럼에 대해 한 가지 더 말씀 드리자면 실용음악이라고 해서 대중적인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상당수의 학생들이 헐리우드 음악을 듣고 자신도 저런 작곡가가 되고 싶다, 라는 생각에서 대학에 옵니다. 헐리우드 영화음악의 공통점은 오케스트라 편성이에요. 그야말로 클래식하고, 로맨틱하고, 품위가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뭐냐하면 1, 2차 세계대전 때 유럽의 많은 작곡가들이 미국으로 망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곡가들이 미국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영화음악 작곡이었던 거예요. 이 작곡가들의 상당수가 말러의 제자입니다. 구스타프 말러에게 배운 작곡가들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만든 하나의 전통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봤을 때 결국 말러의 제자들이 시작한 헐리우드 음악뿐만 아니라, 우리가 너무 좋아하는 쇼스타코비치, 슈니트케 모두 영화음악 작곡가예요. 사회주의 사회에서 필요로 한 음악을 써야 살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만의 예술적 작품도 있지만, 영화음악을 써서 평생을 살았던 거지요. 영화음악을 통해 예술적인 것을 표현했고, 경제적인 면도 해결을 했고, 보통사람들에게 예술적인 기여도 했습니다. 그렇게 봤을 때 과연 우리가 실용음악과 순수음악을 구분할 필요가 있느냐의 문제까지 들어가게 됩니다. 현재 작곡을 전공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음악극, 영화음악, 뮤지컬 작곡을 꿈꾸거든요. 이것은 제가 생각했을 때 순수음악과 크게 구분짓지 않아도 될 만한 문제예요. 그렇다면 이 학생들에게 걸림돌은 딱 하나밖에 없어요. 선생님이 못하게 하는 것만 해결되면, 기본적인 커리큘럼은 그대로 중복이 된다고 봅니다. 뮤지컬, 영화음악 등을 쓰기 위해서 하모니를 따로 배워야 되는 것도 아니고요.

 

이인식_ 잠시 부연하자면, 저의 학창시절, 미술대학 내에 디자인과는 존재하지 않았었습니다. 당시 디자인 과목은 순수미술보다 하위 개념으로 전문대 등에서 전담하였습니다. 그러나 시대에 변화를 직감한 미술계는 디자인, 공예 등 다양한 전공을 대학 내에 신설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음악계의 경우, 시대가 변화하고 그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지속됨에도 순수만을 고집하다 용어의 혼선이 좀 있으나 대중음악을 다루는 현재의 실용음악과와 완전히 분리되었습니다. 교육보다는 실전이 더 관건인 대중음악까지 우리 작곡과의 교육범위에 넣는 것은 무리가 따르나 지금이라도 실용음악(이 용어는 20세기 힌데미트가 주장했던 사회적 측면을 고려한 음악을 지칭합니다) 분야, 예로 영화음악, 광고음악, 배경음악, 행사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클래식한 음악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학생들을 배출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서울대학교와 같이 기초학문(음악: 순수예술)을 배려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더욱이 생존의 문제로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작곡 입시 제도 개선 필요

김시형_ 저변 확대가 거기서부터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두 분이 하신 말씀이 일맥상통된다고 생각하고, 제가 근무하는 대학의 학부에서도 실용을 어쩔 수 없이 하는 것도 있지만, 대신 대학원에서는 투 트랙으로 나눴습니다. 그런 식으로 우리가 뭔가 노력을 한다면 작곡 교육에 대한 저변확대가 널어질 것 같습니다.
정리를 하자면, 결국에는 순수음악을 기본으로 해서 결국에는 실용이라는 용어자체가 접목이 되는 교육이 되어야 되는데, 작곡이 대중음악은 아니라는 것을 대학 안에서 선을 그어 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이러한 작곡가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입시라는 것을 통과해야 되지 않습니까. 작곡 입시제도 개선 문제는 시급한 것 같습니다. 일관적인 3부 형식이라는 동기를 주고 곡을 쓰게 하는 것이 작곡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개선이 정말 필요한데, 미국에서 대학을 나오신 이강규 교수님께서 우리의 현실과 비교를 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강규_ 제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갈 때를 말씀드리면, 그 곳의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포토폴리오를 만들어서 학교에 제출하고 2차로 인터뷰를 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특별한 형식과 형태를 따지지 않고 곡을 써서 제출을 한 후, 악보 심사에 통과하면 교수님과 1:1로 면담을 통해서 입학하는 제도입니다.

 

김시형_ 보통 얼마나 지원해서 몇 명 정도를 뽑나요?

 

이강규_ 일반적으로 경쟁률이 센 학교들은 20 내지 30:1, 제가 공부한 대학은 좀 적게 뽑는 경우로 한 학년에 5명 정도였고요. 많이 뽑는 곳은 10명 정도 뽑습니다.

 

김시형_ 우리와 비슷하네요. 그것을 경험해 보시고 현재 국내 대학에서 일관된 모티브를 주고 학생을 선발하는 것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이강규_ 사실 모든 분들이 공감하시는 부분이겠지만, 학생에 대한 평가를 3부 형식 하나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닌가 합니다.

 

전상직_ 서울대에서는 포트폴리오를 요구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참고자료로 활용할 뿐이지 반영은 안 합니다. 반영을 할 수 없는 것이 그걸 반영했다가 무슨 사단이 날지 몰라요. 포트폴리오 대한 신빙성의 문제 때문이지요. 우리는 믿고 싶고 또 우리가 지금까지 반영은 안 했지만 충분히 믿어도 됩니다. 그런데도 저희가 점수로 반영을 안 하는 이유는 점수화해서 반영한다 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사교육이 활성화되어 있고 굉장히 치열하기 때문에 우리가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음악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신뢰도가 상당히 높아졌을 경우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김시형_ 만약에 굳이 동기를 주는 작곡이 아닌 어떠한 형상이나 느낌을 표현하라는 것, 또는 기본적인 면접, 예를 들어 “눈 오는 날을 그 자리에서 피아노로 표현을 해봐라”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동기를 주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학생들에게 일관된 동기를 주고 곡을 쓰게 하는 것이 외우게 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전상직_ 그것도 신뢰도의 문제와 같은 이야긴데, 예를 들어 미술대는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미술은 시각적인 반면 음악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관념적인 주제나 소재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결과물을 평가하는 것이 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인 경우 전혀 관계없는 것조차 관계를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수험생이 어떤 것을 준비해서 제출하더라도 심사위원이 당할 수밖에 없어요. 동기를 줘도 안 맞는 것을 맞게끔 끼워 맞추는데, 아무것도 안 주고 단지 추상적으로 주고 해보라고 하면 틀림없이 자기가 준비해 온 것으로 한단 말이지요. 결국에는 이것도 신뢰도의 문제가 아닐까요.

 

김시형_ 면접이라는 장치가 있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예술종합학교 면접에서는 자기가 쓴 곡을 피아노로 치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미국이나 저희나 선발 인원수는 비슷한데 그런 식의 면접으로 뽑으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이인식_ 특정 대학을 지목해 죄송하지만, 서울대학교나 예술종합학교와 같이 선두그룹의 대학교는 어떤 입학시험의 유형을 제시해도 지원자가 줄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럴 경우, 대다수 학생들의 최종목표에서 빗겨간 가, 나, 다 군의 어느 그룹에 속한 대학교들은 입시경쟁률의 부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 부분은 대학평가의 평가지표가 되기도 하여  우선적으로 대학본부가 예민한 반응을 보일 것이며, 현실적으로도 학교가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설정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입학시험 유형을 제시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는 모티브의 변형이나 선정방식(설사 심층면접일지라도)의 다각화 정도로는 무한 반복-학습으로 무장한 입시생들의 음악적인 재능(특히 창의력)을 정확히 변별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허락되는 한도 내에서 기본기가 탄탄해 보이는 학생을 선발하는 정도가 최선이 되는 그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김시형_ 학생들을 뽑아놓고 나면(단, 서울대와 예술종합학교와는 관계없음) 거꾸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1등으로 들어 한 학생이 꼴등을 하고, 꼴등으로 들어 온 학생이 음악성을 발휘해서 1등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동기만 가지고는 해결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다른 대안을 생각하신 것이 있는지요?

 

전상직_ 메이저 대학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뭐냐 하면 장치를 만들거나 시스템을 만들면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이 귀신같이 거기에다 학생들을 맞춰버린다는 겁니다. 비단 이런 문제뿐만 아니라 메이저 대학이 아닌 경우 그런 장치가 있으면 학생들이 지원을 안 한다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런 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김시형 선생님의 말씀처럼 면접을 중시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서울대학의 경우 보통 면접은 1인당 25분 정도 소요됩니다. 학생이 쓴 곡을 갖다 놓고 질문하고, 피아노를 치게 하고, 그 곡의 특징에 대해 질문하는데 수험생에 따라 질문 내용이 다 달라져요. 그렇게 뽑으면 변별력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위험할 수 있는 게, 누군가 의심, 외부에서 면접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게 되면(수험생의 학부모라던가), 위험부담이 높다는 거지요.

 

김시형_ 면접을 해서 뽑은 학생이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습니까. 저희 스스로가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나요?

 

전상직_ 현재 정부에서는 수시를 축소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시를 선호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면접의 실효성이에요. 그런데 수험생, 학부모들은 “면접에서 합격시키는 것 인정 못하겠다”, “내가 떨어지는 것 인정 못하겠다” 이거예요. 다시 말해서 면접의 객관성을 의심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대학에서 수시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하물며 실기평가도 주관성이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면접의 비중까지 높여버리면 우리가 무덤을 판다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는 이것이 옳다고 믿고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이인식_ 결국 학생들을 선발하는 당사자인 우리가 무수히 많은 경우를 지속적으로 관찰, 경험하여 가능한 오차를 줄임으로, 잡음 없는 입시를 진행한다면 학생들이나 학부형들의 무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유학하였던 독일이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으며 가장 이상적인 경우겠습니다.

 

김시형_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4년 전부터 다 치게 하고 있습니다. 미완성 작품까지 다 치게 하는데, 그러한 모티브를 주는 것과 저희가 내공을 쌓는 게 관계가 있나요?

 

전상직_ 저는 3부 형식을 배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3부 형식 자체가 가요형식이잖아요. 이것은 결국 선율 짓고 이에 적당한 반주를 붙이라는 이야기거든요. 작곡이라는 것이 자신의 음악적 의도를 시간의 흐름 속에 구현(구성)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선율 짓고 이에 적당한 반주 붙이는 정도로 작곡가로서의 가능성을 파악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예비 작곡가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울대 같은 경우 주제를 몇 개 주고 임의의 형식으로 작곡(구성)하도록 하고 있는데 다른 대학의 경우 자유형식이라고 주면 좋지 않을까요. 음악에 있어 그 형식적 구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높은데 틀에 박힌 형식, 그것도 선율과 반주에 국한된 3부 형식으로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동기는 제시하되 형식만이라도 자유로 풀어놔도 좋지 않을까요. 과거에는 서울대도 작곡시간을 3시간 줬어요.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작곡시간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고 있습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틀에 맞춰서 훈련된 학생들은 3시간 내에 후딱 해치워요. 5시간을 주면 2시간 동안 멍하니 앉아 있어요. 할 것이 없어서…, 훈련된 것밖에 못하니까요. 그런데 정말 재능 있고 열정 있는 학생들은 3시간 안에 다 못해요. 시간을 많이 주니까 시간이 되는 데까지 자기 뜻을 펴서 다 하더라고요. 작곡을 하라고 하고 2~3시간을 주는 것은 거짓말을 하라는 이야기밖에 안 돼요.

 

김시형_ 동기는 유지를 하되 시간과 형식에 있어서 자유를 가지자 라는 말씀이시군요.

 

전상직_ 수험생에게 하루종일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뭐가 아깝습니까. 하모니도 마찬가지고요.

 

이강규_ 입시가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고, 이야기도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로 특별한 학교를 빼고는 사실 시행하기 어려운 이유가 가, 나, 다군 으로 분리돼 있어서 하나를 준비해 여러 학교를 지원하기 때문이고, 또 자유형식으로 주는 것도 모든 학교가 거의 비슷해야지만 가능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작곡 전공자들의 진로, 실용적 교육의 접목 필요

 

김시형_ 실용적 교육의 접목 필요와 정말 안타까웠던 것이 저작권에 대해 저희가 너무 간과하고 지나간 것 같더라고요. 이것에 대한 교육과 일회성, 단발성 연주가 아닌 분명히 지속될 수 있는 음악 시장이나 음원 시장이 개방되어 있는데, 시야가 좁지 않았었나 하는 자성을 하면서, 아이디어가 있으면 구체적으로 좋은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이인식 교수님부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인식_ 그래서 저는 저희 학생들에게 작곡가를 넘어 “음을 다루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칩니다. 그 이유는 어떤 학생이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부어 영원히 남을 예술작품을 탄생시킨다면 무엇보다 아카데미가 할 본분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고 더할나위 없이 보람된 일이겠으나 현재 우리 사회는 그보다 더 많고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인 음들, 즉 오디오적인 컨텐츠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가 담당해야 할 부분이고요. 이런 요구들은 IT의 발달로 더욱 가속화되는 과정에 있고 전자책의 활성화의 여부에 따라 더욱 많은 수요가 발생하리라 기대합니다.
저작권에 대한 문제는 좀 다른 각도에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작업들이 아직은 금전적인 수입과 관련하여 다툼이 발생할 만한 영역에 속해 있지 않기에 준비는 해야 하겠으나 너무 예민하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우리 속에서 저작권 전문가들이 양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또한 작곡가의 역할에 따른 저변확대의 한 케이스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김시형_ 결국에는 디지털 제작 쪽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이신 거죠.

 

이인식_ 그렇습니다. 아날로그 특히 카세트, LP, 이런 것들은 사장이 되었고, CD도 점점 사장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심지어 다운로드보다는 스트리밍 시장이 커지고 있지 않습니까.

 

김시형_ 음원시장에 대한 저희 역할은 거의 전무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이인식_ 전무하죠. 그러니까 거기에 대해서 어떤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김시형_ 예를 들어 저희가 작곡을 하면 연주자가 필요한데, 실용으로 눈을 돌리면 연주자가 필요 없거든요. 너무 좋은 가상악기가 많이 나와서 영상이나 영화음악에서는 녹음하지 않고 가상악기를 쓰는 경우도 나온다고 하는데, 그러한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접근을 해야 되는지 이강규 교수님께서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이강규_ 이인식 교수님께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해 주셨습니다. 일단 저작권이라는 것은 결과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인데, 다른 두 가지의 무리들이 하나를 놓고 주장을 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해야지만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이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시형_ 결국 저희 순수음악 분야는 공급만 해오고 수요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절충이 안 된다, 라는 말씀이시군요. 대중음악에 저작권이 생긴 이유는 수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고요.

 

이강규_ 네.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콘텐츠를 우리가 먼저 만들어야지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상직_ 우리가 콘텐츠를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를 요구하지를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저작권 대상이 될 만한 것은 결국 대중적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것들이 지금 우리가 배출한 작곡가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세계가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그리고 그 안에 소위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사람들이 끼어들기가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인식_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바로 시작하여야만 합니다. 이미 산업으로 성장한 뮤지컬계로도, 영화음악계로도 진출하여 부딪히고 견디고, 노하우를 체득하고, 또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가야 하며, 그 외 전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컨텐츠마저 모색하고 시도하고 실험해야 합니다.
다행히 1990년대 이후, 우리 영화가 상당한 발전을 보였고, 그에 걸맞게 영화음악도 진화하였습니다. 그 역군들이 음악대학을 거쳐 배출된, “백병동 화성학을 배운” 작곡가들입니다. 이는 교육을 통해 습득된 전문성이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았다는 증거로 상당히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대목입니다.

 

김시형_ 저는 홍보음악을 요즘 들어 몇 번 작곡해 봤는데, 제가 의뢰자의 취향에 맞춰서 가야 되는 입장이었지만, 결국에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다 보니 나중에는 좋은 작품이 나오더라고요. 좋은 아이들을 키워나갔는데, 그 아이들이 거기서 싸워서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정말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강규_ 어떻게 보면 저희들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 콘텐츠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것들을 통해 저작권 같은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_장정윤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8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김시형(명지대 음악학부 교수)

 

이인식(성신여대 음대 교수)

 

전상직(서울대 음대 교수)

 

이강규(상명대 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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