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초대 / 테너 김충희
스토리텔링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성악을 전공한 사람으로 대학교 4년, 대학원에, 외국에서 10여 년 동안 공부하고, 연주 활동을 하는 동안 저는 국내·외에서 작은 규모의 대학원 과정 졸업 독창회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악가들의 독창회까지 수백회의 독창회를 보았습니다. 저의 관점에서 독창회는 크게 두 부류, 관객들이 아는 노래들을 연주하는 무대와 관객들이 모르는 노래를 부르는 무대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보통 귀국 독창회나 정기적인 독창회를 하는 연주자들을 보면 학구적인 열풍에 따라 잘 알려지지 않은 곡, 난이도가 높은 곡을 선택하여 프로그램을 구성하게 됩니다. 간혹 모르는 독일 가곡들이 가득한 프로그램이 있는 무대를 보면, 10년 넘게 독일에서 공부하고 연주활동을 한 저를 돌아보게 되며, 한편 독일가곡을 전공한 저도 모르는 곡들로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설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미 유명해진 음악가들은 많이 알려진 오페라 아리아나 팝페라 같은 대중들에게 친숙한 프로그램들로 관객들에게 선보입니다. 이런 경우 관객들이 많이 아는 곡이니 연주자의 역량도 확연이 드러난다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스토리가 중점으로 있는 가곡들로 꾸며진 무대
오는 8월 2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테너 김충희의 독창회가 열린다. 이번 연주회는 로렐라이 시에 의한 가곡들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풍성하게 채워질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C. Loewe의 「Herr Oluf Op.2, Nr.2」 F. Liszt의 「Die Lorelei S. 273」, R. Schumann의「Waldesgesprach, Op.39 Nr.3」, F. Schubert의「Erlkonig, D.328」,「Prometheus D. 674」, G.Rossini의「L'esule」G. Bizet의「C'est toi? C'est moi. from, Opera Carmen」등이다.
“처음엔 한국에서 첫 귀국독창회라는 생각을 가지고, 제가 독일에서 많이 부르고 사람들이 많이 알만한 독일가곡, 이태리가곡, 아리아들로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프로그램의 조합이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상하며, 많이 부른 몇 곡을 빼는 대신 새롭게 공부한 곡들로 1부의 절반을 바꿨습니다.
독일 가곡을 공부하며 제가 가장 재미를 느꼈던 곡들은 대화와 스토리가 중심으로 있는 가곡들이었습니다. 1부에 있는 6곡은 마왕에서의 아버지와 아들이 대화하는 장면, 마왕의 딸에게 결혼식 전 날 목숨을 빼앗기는 청년의 이야기, 마녀 로렐라이와 그 유혹에 넘어가는 청년의 대화가 있는 독일가곡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또 2부는 이태리의 대표적인 작곡가들인 로시니, 베르디, 토스티의 가곡을 하나씩 선곡한 프로그램으로 시작하여, 50여회 공연한 적이 있는 오페라 ‘카르멘’의 마지막 장면과 오페라 ‘팔리아치’의 아리아로 되어있습니다.”
그렇게 무대를 소개한 그에게 관객들에게 어떠한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지 묻자, 그는 관객들이 이번 무대가 새로운 연주가의 역량을 처음 확인하는 자리이니만큼, 부족한대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음악회로 생각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테너 김충희의 이야기
서울대와 동 대학원에서 공부를 한 테너 김충희는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중 26세에 한국예술고등학교의 음악과장이 되었다. 3년 동안 음악과장으로 지낸 그는 ‘그 자신’의 음악에 대해 생각하다, 가르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무대에 오르기 위해 노래를 시작했다는 초심 때문에,외국 유학을 결심하였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유학에 대해 알아보다 한국인에게 가장 열려있고 예술가로서 우대해 주는 나라가 독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음대에 입학하였다. 세계 최고의 바그너 테너인 지크프리크 예루살렘 교수를 사사하며 뉘른베르크 극장 오페라 스튜디오에 들어간 그는 독일 라보체 가곡 콩쿠르, 뉘른베르크 한스 작스 콩쿠르, 스위스 오페라 카르멘 콩쿠르, 독일 함부르크 슈톨츠 오페레타 콩쿠르에 입상하며 독일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또 바이마르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친 그는 그리스 사이프러스 모차르트 페스티벌에서 「마술피리」의 타미노 역으로 유럽 무대에 데뷔하였다. 독일, 스위스, 그리스, 체코 등지에서 30여 편의 오페라 주인공으로 700회 이상의 오페라 무대를 선 테너 김충희는 「라 트라비아타」, 「나비부인」, 「카르멘」, 「베르테르」, 「라 보엠」, 「호프만」 등으로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아 그 명성을 널리 알렸다. 특히 그는 카르멘」에서의 ‘돈 호세’ 역과 「라 트라비아타」에서의 ‘알프레도’ 역에서 독특한 색채로 그만의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평가 받았다.
관객들에게 어떠한 연주자가 되고 싶냐 는 질문에 “여러 클래식 곡들이 유럽 언어들로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연주가들이 이 언어적인 부분을 떠나 목소리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주자들이 언어에 중점을 두지 않으면 관객 또한 이해해야할 부분의 한 구석이 단절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가곡과 대중가요가 먼저 아름다운 시에서 시작하고 그 시에 감미로운 목소리가 더해져 표현 되어야 진가를 발휘하듯, 외국의 언어로 되어 있는 클래식 곡들도 연주가 스스로 완전한 이해를 하고 표현한다면, 그 언어를 모르는 관객 또한 전달 받는 감흥이 다를 것입니다.” 라고 말하였다. 또 “저는 큰 소리 위주, 고음 위주의 성악가가 아닌 내가 마음으로 이해한 노래를 정확한 느낌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 가곡이든 오페라든 처음 악보를 보기 시작할 때 하는 일이 사전을 들고 가사들을 완전히 이해하는 작업입니다. 피아노를 눌러 음정 공부를 하기도 전에 가사부터 이해를 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합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을 저는 관객들과의 대화하는 것이라 표현합니다. 특히 독일 가곡을 부를 때에는, 한 소절 한 소절 부르면서 쉼표 동안은 관객이 저에게 되묻는 거라 생각하고 다시 대답하는 식으로 다음 소절을 연결합니다. 독일에서 수 백 번의 연주를 할 때에는 그들의 언어기 때문에 즉석해서 돌아오는 반응으로 상당히 흥미로운 연주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현재 그는 부산대학교 음악과에서 성악교수로 후학 양성을 하고 있으며, 독일의 여러 오페라 극장들에서 전속 가수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학생들을 대할 때 이들에게 교수라는 포지션으로 다가가기보다는 가족이 되어 진심을 다한 가르침을 전하고 싶다는 그는 제자들이 공부하는 성악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학생들을 통해 흔히 겪는 일은, 제가 내준 과제를 처리하지 않고 자기들의 고민을 토로합니다. 그럴 때마다 ‘네가 배우고 싶은 걸 배우지 말고, 내가 가르쳐주는 걸 배워라.’ 라고 저는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성악가가 되는 공부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내 목소리를 나와 남이 다르게 듣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상대방은 100프로 공기를 통해서 내 목소리를 전달 받는데, 나 스스로는 내 몸 자체의 진동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의 경우에는 당연히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문제는 듣는 이에게는 오히려 전혀 문제가 안 될 수도 있고, 본인이 자기 목소리에서 좋아하는 부분이 상대방에게는 귀에 거슬리게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제자와 선생이 같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서로 얘기하고, 선생은 이에 알맞은 과제곡과 훈련법들을 제시 합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자신들 스스로의 사고의 틀을 깨지 못한다면 과제와 상관없이 고민하고 엉뚱한 연습들을 합니다. 누구든 발전을 원한다면 자신을 먼저 깨뜨려야 합니다. 그릇에 다른 걸 담으려면 원래 있던 걸 버리고 잘 닦아내야하는 것처럼 본인의 귀를 의심할 줄 알고, 공부를 통해 거듭나기를 되풀이해야 합니다.”
테너 김충희는 성악은 머리가 아닌 몸에 지식을 입력해야 하는 학문이라고 전한다. 어느 단계에 이르렀다고 해서 음악이 완성이 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듬어 가는 과정을 거쳐 나가야한다고 말하는 테너 김충희.
그는 “어느 날, 학생에게 곡 연습이 안 되어있다고 다그쳤더니, 매일 3시간씩 연습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저는 ‘그럼 4시간 해야지!’ 라고 말하였습니다. 매일 4시간을 해도 선생님에게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다면 5시간, 6시간 연습해야 합니다. 연습에 있어 충분하다는 말은 있을 수 없습니다. 무대에서 언제나 부족함을 느끼고 아쉬워하며 내려오는 것이 인간의 모습입니다. 아직까지 완전하게 잘했다고 생각한 연주는 없었습니다. 틀리지 않고 무난하게 지났으면 안심하며 아쉽게 무대에서 내려오곤 합니다.” 라며 학생들의 공부법을 아쉬워하였다.
반주자 이진상과 테너 김충희의 10년 간 이야기
10년 지기로 함께하고 있는 그의 반주자, 이진상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는 테너 김충희. 그는 “뉘른베르크에서 같이 수학하며 음악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에 서로에게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진상은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하고, 홍콩과 한국을 오가며 연주하는 바쁜 연주자입니다. 한국에서 함께하는 첫 무대이지만, 독일에서는 이미 독창회만 세 번을 같이 했고, 크고 작은 규모의 독일 가곡 연주들은 100번 정도는 같이 하였습니다. 제가 부산대학교에 공채 시험을 치를 때에도 반주했었습니다. 공채 본선을 치르기 위해 독일에서 3일 전에 연락했을 때에 다행히 한국에 있었고, 본인의 독주회 다음 날 공채 반주를 위해 부산으로 새벽에 내려와 주었습니다. 이번에도 반주를 맞추기 위해 서로가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는 없었습니다. 2, 3일 맞춰보고 외국에 나가고, 일주일 맞춰보고 외국에 나가고 이런 식으로 연습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음악적 신뢰로 좋은 연주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라며 자신의 유학시절과 자신의 10년 지기 친구 이진상을 생각하며 미소를 살포시 지었다.
앞으로 진행될 그의 이야기
“귀국독창회를 하기까지 1년 동안 관객들을 많이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독일에서 취소한 20여회의 오페라 「카르멘」과 「라 보엠」을 못한 점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 막 귀국하여 부산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에 집중한 1년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부산대에서 근무하다 보니 부산, 경남 지역에서 여러 번 연주 요청이 있었지만, 아직은 한국 무대에 가볍게 서기가 조심스러워 좀 더 저에게 알맞은 일들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글 _ 구수진 기자.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5년 8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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