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테너 김충희 / 음악춘추 2014년 7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4. 9. 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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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초대
테너 김충희
부산대 교수로 재직하며 외국 무대에서 쌓은 값진 경험 전수

 

 “부산출신도 아니고 국내에서 활동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부산대 교수 공채에서 공정한 심사과정을 통해 임용되었어요. 대학교 입시처럼 원서를 내서 시험을 본 후 괜찮은 점수를 얻어 최종평가에서 선발된 것이죠. ‘자존감을 가지고 조용히 노력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좋은 자리가 오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정성 아래 노력에 대한 대가로 교수가 됐기 때문에 학교 생활에 있어서도 늘 공정성을 염두에 두려 합니다.”
독일에서 10년 동안 머물면서 30여 편의 오페라 주인공으로 600회 이상의 오페라 무대에 섰던 테너 김충희가 부산대 성악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외국 무대에서 노래하고 경험하며 쌓은 노하우를 하나씩 전수하게 될 그는,  “한국에서의 성악교육은 소리가 되면 음악은 저절로 만들어진다는 인식 하에 큰 소리를 지향하고 고음만을 잘 내도록 훈련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훈련을 받은 학생이 대학을 졸업한 후 외국에서 활동하게 될 때는 어려운 점이 많지요. 성악이 일반 장르와 다른 이유는 보칼리제가 아닌 이상 모든 노래가 가사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성악가는 그 가사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해서 멜로디와 박자라는 도움을 받아 듣는 이에게 설명을 하는 것이고요.”라고 덧붙였다.
뉘앙스가 딕션보다도 더 정확하게 전달되는 그런 노래를 지속적으로 가르칠 계획이라고 전한 그는 자신도 그런 노래를 해왔고 아직도 부족한 점을 느껴 공부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어떤 학생에게나 지금의 실력에 관계없이 감싸주고 응원해 주며 언제나 조언을 해 주는 스승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충희는 중학교 1학년 때 음악선생님이자 담임교사였던 임병호 선생의 영향으로 성악가의 길로 들어서 게 되었고, 25년이 지난 지금도 서로 연락하며 감사를 표현하고 있다. 대학교 진학 후에는 강병운 교수와 유형광 교수를 사사하며 기초를 다져 나갔다.
“강병운 선생님은 40년을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신 분입니다. 제가 독일에서 활동하면서도 좋은 일, 나쁜 일을 가리지 않고 선생님께 상의를 드렸어요. 그럴 때마다 선생님께서는 저의 좋은 멘토가 되어 주셨습니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제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결정하기까지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신 것은 물론 교수 활동에 필요한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선생님의 퇴임기념 오페라 「돈 카를로」 공연에서 선생님이 분한 왕의 부인 역할을 제 아내인 소프라노 박현주 씨가 맡아 했었습니다. 제 아내가 잠시 선생님의 부인이 되었던 셈이죠.(웃음)”
또 한 사람의 스승인 유형광 선생님에 대해 그는 “제가 대학원에 다닐 때 강병운 선생님의 부재로 잠깐 유형광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게 되었는데, 유 선생님을 처음 뵙는 순간 ‘음악계에 이런 분도 계시구나’ 싶을 정도로 인격과 겸손함을 두루 갖춘 분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나도 음악인으로써 유형광 선생님 같은 모습을 가지고 싶다’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라고 말한 그는 부산대 교수가 됐을 때 그 누구보다도 유형광 선생님께서 기뻐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재학 중 26세라는 최연소의 나이에 한국예술고등학교 음악과장으로 취직을 했다. 3년 동안 음악과장 직을 수행하던 그는 30세가 되던 어느 날 “내가 노래를 왜 시작했지?”라는 고민이 들었고,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무대에 설 수 있는 가수라는 걸 증명해 보이자.”라는 마음을 먹고 외국 유학을 결심했다. 그래서 먼저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살펴본 결과 한국인에게 가장 열려있고 예술가로서 우대해 주는 나라가 독일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한국에서의 일을 하나하나 정리한 후 순수한 학생 신분으로 돌아가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음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바그너 테너인 지크프리트 예루살렘 교수를 사사하며 뉘른베르크 극장 오페라 스튜디오에 수습단원으로 들어가, 그 곳에서 실제 오페라 가수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것들을 경험하는 한편 독일 라 보체 가곡 콩쿠르, 뉘른베르크 한스 작스 콩쿠르, 스위스 오페라 카르멘 콩쿠르 등 다수의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는 경력을 쌓기도 했다.
그 후 바이마르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공부하기도,한 김충희는 그리스 사이프러스 모차르트 페스티벌에서 「마술피리」의 타미노 역으로 유럽 무대에 데뷔하였으며 독일, 스위스, 그리스, 체코 등지의 오페라 하우스들에서 공연된 「라 트라비아타」, 「나비부인」, 「카르멘」, 「베르테르」, 「라 보엠」, 「호프만」 등의 주역 가수로 무대에 올라 현지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현재 그는 독일 튜링엔 오페라 극장의 전속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역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역이 소중하고 힘들었지만 가장 많이 했던 두 작품, 「카르멘」에서의 ‘돈 호세’ 역과 「라 트라비아타」에서의 ‘알프레도’ 역이라고 말한 그는, 테너에서 스핀토라는 무게 있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하는 역들인데, 그런 가수들에 비해 자신의 목소리는 결코 무겁지 않지만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연기가, 소리 자체에서 주어지는 무게보다 더 어필이 돼서 독일무대에 많이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에서 활동하는 많은 한국 성악가들이 유명 국제 콩쿠르 입상을 통해 이름을 알린 후 오페라의 주역으로 선정돼 큰 무대에서 데뷔한 반면, 자신은 늦은 나이에 유학을 해서 밑바닥부터의 극장 생활을 경험하며 현재에 이른 것이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페라 가수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는 후배들에게 이런 조언을 남겼다.
 “일반적으로 성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대학교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거나 혹은 외국 등지에서 공부하며 자기만의 소리가 만들어지면 어느 날 무대가 자신을 찾고 인정해 준다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적어도 저는 오페라 가수가 된다는 것이야말로 한국에서의 고시공부와 똑같다고 봅니다. 그래서 성악을 공부하는 학생은 미래에 대한 계획을 확실히 세운 후 학교를 다니면서 나름대로 오페라 가수가 될 준비를 스스로 해야 됩니다.”
매니저 50명 가량을 찾아다니고 50여 개의 극장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는 그는 경험상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_장정윤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7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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