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코리안심포니 전임작곡가 김택수 / 음악춘추 2014년 7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4. 9. 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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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코리안심포니 전임작곡가 김택수

화학자적인 마인드를 간직한 성장형 작곡가

 

코리안심포니가 상주 작곡가 제도를 운영하게 되면서 초대 전임작곡가로 김택수를 위촉하였다. 그는 앞으로 오케스트라 편성의 두 작품을 작곡하여 2015년 코리안심포니 정기연주회와 기획연주회에 초연할 예정이다.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작곡과에 편입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김택수는 현재 인디애나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그는 중앙음악콩쿠르 작곡부문에서 1위를 수상하였고,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중앙일보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독일 현대음악 단체인 앙상블 모데른의 위촉을 받았었던 그는 떠오르는 ‘차세대 작곡가’로 촉망받고 있다.

 

코리안심포니 전임작곡가로 위촉되셨는데요?
계약서를 받아보기 전날까지도 이게 정말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인가 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꿈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제가 받는 전폭적인 지원의 취지에 걸맞도록, 제 음악이 한국 창작 음악의 역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왕 꿈 같은 삶을 사는 만큼, 제 음악이 두고두고 연주되는 것에 욕심을 또 내보기는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예술가들 또는 제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줘서 또다른 양질의 창작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요즘 코리안심포니 정기연주회 리허설을 참관하고 있어요.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연습하시는데, 저한테는 문자 그대로 신세계였어요. 지휘자 선생님, 단원 분들, 직원 분들 모두 한 마음으로 음마다 과정마다 쏟으시는 정성을 보니 마음가짐이 자연스럽게 새로워지더라고요. 효율이라는 단어는 예술과 거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살리려고 열심히 배우고 또 고민하고 있습니다.

 

화학과 졸업 후 작곡과로 편입하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음악 자체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습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고, 아주 좋아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음악을 전공하지 않기로 중학교 때 결정한 뒤, 화학에 흥미를 느껴 화학과로 진학했어요. 화학과 재학 중에 각종 음악활동(종교, 실용, 전통 등등)을 하면서 제가 음악에 훨씬 더 큰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점점 뚜렷해졌지만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또 몇 년이 걸렸지요. 우선 화학도 재미있었고, 이공계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강력했고 저도 그 수혜자인 만큼 과학을 전공하는 것이 보다 나라에 직접적으로 이바지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그 이 외에도 학비, 장래, 재능 등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부터 열정을 스스로 주체 못해서 삶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하는(지금 생각하면 꽤나 쓸데없는) 고민까지 했지요.
그러면 저는 어쩌다가 현대음악 작곡을 하게 되었을까요? 원래는 밴드도 했고 특히 라틴 재즈 음악 등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실용음악을 하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게 길이 쉽게 안 열리더라고요. 그렇게 되면서 기왕 음악을 할 거면 장기적으로 보고 기초부터 탄탄히 하자. 그러면 학교에 작곡과가 있으니까 수업을 들으면서 클래식적인 기초부터 배우는 것이 수순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전상직 교수님 방에 불쑥 찾아 들어가서 수업 청강을 허락받았지요. 그게 전환점이었어요. 지금도 그 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두근해요.
좀 덜 로맨틱한 이야기를 하자면, 학교를 그만 둔다거나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화학과 신분을 유지하면서 작곡과 수업을 청강 및 수강했던 것은 제 열정이 환상은 아닐까, 또 음악적 배경과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가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들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아니다 싶으면 좋은 추억으로 남기려고 했죠. 대신 후회가 남지 않도록 정말 꼭 들어보고 싶은 수업들 위주로 들었어요.
그렇게 작곡과 수업을 들으면서 바르톡, 메시앙 등 근·현대 음악을 접하기 시작했는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재미있더라고요. 듣는 즐거움, 분석하고 제 작품에 응용해 보는 재미, 또 음악에 대한 시각이 시시각각으로 넓어지는 기쁨 등등 말이죠. 더 본격적으로 연구해 보고 싶어졌어요. 배울 게 정말 끝이 없다는 것도 매력적이었고요. 나중에 현대음악 작곡에 흥미를 이렇게 강하게 느끼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왠지 운명 같기도 했습니다.

 

작곡가로서 본인의 작품 스타일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하긴 자신의 스타일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작곡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스타일이라는 말도 막상 정의하려면 어렵잖아요. 저의 경우는 특히 스타일의 측면에서도 끊임없이 또 꾸준히 변화하고 있거든요. 성장형 작곡가라고 할까요? 인터넷 등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방대한 양의 훌륭한 작품들과 연주들이(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바와는 별도로) 방법론적인 차원에서 계속해서 자극과 영감을 주니까요.
특정 사조의 음악의 흡수 및 모방보다는 다양한 스타일이나 기법들이 일으키는 화학반응에 더 흥미를 느껴요. 스타일들의 나열이나 병치가 아니라 각 스타일을 분석해서 요소(양상이나 기법, 때때로는 미학적인 배경까지)들을 추출, 그리고 이것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합해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또 예상밖의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 재미가 또 쏠쏠해요. 아마 이런 화학자적 마인드가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보다 더 본질적인 제 스타일이 아닐까 싶어요. 재료를 분해하는 방법론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한계들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해요.
스타일과는 별도로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논의할 수 있는, 제가 추구하는 몇 가지 가치를 열거해 보자면, 이해 가능성, 작품의 개별성(individuality)과 온전성(integrity) (작품별로 추구하는 바나 성격이 명확한 것), 섬세한 표현과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완성도, 그리고 위트 등이 아닌가 싶습니다.

 

코리안심포니 전임작곡가로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
현재 가장 주된 업무는 내년에 코리안심포니가 연주할 작품 두 곡을 올해 안으로 완성해서 리딩까지 마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요. 현재는 코리안심포니의 분위기나 사운드에 익숙해지기 위해 리허설과 연주 등을 참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코리안심포니에서 연주할 작품은 어떤 스타일로 작곡하실 것인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현재 두 곡을 구상하고 있는데요. 한 곡은 협주곡으로, 다른 한 곡은 서곡으로 쓸 계획입니다. 희로애락애오욕을 이용해서 설명하자면, 협주곡의 경우는 애(哀) 쪽에 비중이 실린, 달래는 음악이 될 것 같고요. 서곡은 락(樂)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현대적이면서도 흥분되리만큼 신나는 곡을 생각하고 있어요. 또, 협주곡은 다소 한국적인 느낌을, 서곡은 이국적 또는 글로벌한 느낌을 강조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막상 완성하고 나면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지만요.

 

그 밖에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해보고 싶은 일도, 쓰고 싶은 곡도 굉장히 많은데 지금은 역설적으로 최대한 일을 벌리지 않고 주어진 일에 집중하는 것이 목표예요.
꿈을 말하자면, 이런 상상을 해요. 연주회가 끝나고, 지나가던 어린아이들이 저를 보고 “어, 저기 작곡가 아저씨다.”라고 부르는 거요. 이게 어떤 이미지인지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다소 친근한 작곡가 아저씨가 되고 싶어요.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7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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