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커버스토리 - 의학박사 이종구 / 음악춘추 2017년 7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8. 2. 11. 19:10

커버스토리 ∥ 의학박사 이종구 
클래식을 사랑하는 심장 전문의 이종구 박사, 음악은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나의 좋은 친구

 

심장 전문의인 이종구 박사는 195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여 캐나다에서 내과 및 심장내과 수련의를 거쳐 전문의가 됐다. 이후 캐나다와 미국 등에서 심장전문의로 활약하다 89년 귀국, 서울아산병원 심장센터 소장과 대한순환기학회장 등을 지내며 최고의 심장전문의라는 명성을 쌓았다.
외롭고 힘든 유학시절 마음을 달래기 위해 듣기 시작했던 클래식에는 어느덧 전문가 수준이 되어서 각종 음악잡지에 클래식 칼럼을 기고하게 되었고, <내 인생의 클래식>과 <이종구의 오페라 이야기>라는 책을 쓰게 되었다. 1996년 예술의전당 후원회장 창립 준비 위원장을 맡았고 2005~2011년까지 6년 동안 예술의전당 후원회장을 맡아서 우리나라 클래식계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다.
매일 새벽 일어나 클래식 음반을 트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이종구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기자가 만나봤다. 넉넉한 인상과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나라 클래식에 대해 이야기 하는 그를 보면서 진정한 클래식 애호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 선생님의 성장과정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저는 의학과 음악이 공존하는 가정에서 성장했습니다. 제 선친은 지금의 서울대학교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을 졸업하신 의사이셨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우리나라에서 클래식 음악을 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제가 초등학교 6학년쯤에 저희 집에는 축음기와 음반이 있었고, 그 축음기를 통해서 교향곡, 협주곡 등 클래식을 접하기 시작하면서 음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겠죠.
1957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그 해에 캐나다에 공부를 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오케스트라, 발레, 오페라 공연을 접하게 되었고 인턴을 거쳐 레지던트까지 바쁜 생활 중에도 틈틈이 공연을 향유하였습니다. 공연장에 갈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을 때는 TV나 오디오, 직접 구입한 LP판을 통해서 클래식을 접했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과정 중에 음악은 항상 저와 함께 한 셈이죠.
1989년에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이 아산병원을 차렸고 심장센터를 차려달라는 제안을 받아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한국에서도 의사로서 일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꾸준히 공부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2. 선생님에게 음악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음악은 일상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에, 저는 실제로 하루에 몇 시간씩 음악을 듣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지치고 스트레스 받을 때에도 좋은 음악이 들으면 모두 해소됩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이어폰을 꼽고 클래식을 들으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잠에 빠져들게 되죠.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좋은 요건이 있지만, 저는 좋은 음악을 듣고 즐길 줄 아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알고 즐기게 되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는 음악을 알아야하기 때문에 인터넷과 잡지, 책을 보면서 꾸준히 음악에 대한 공부를 합니다. 저는 오페라나 교향곡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음악 잡지나 해설을 읽고 갑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음악이 더 가까워지고 친근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한국의 음악잡지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음악춘추 같은 잡지를 꾸준히 보면 음악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기 때문에 클래식을 더 즐길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3. 클래식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계기와 저서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첫 번째는 독서이고 두 번째는 강연, 세 번째는 글쓰기입니다. 클래식을 즐기면서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클래식에 대해서 두 권의 책을 썼습니다. 책을 쓰려면 공부를 해야 하잖아요?
저는 월2회 무지크 바움에서 오페라 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오신 분들에게 좋은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제가 시간을 내서 공부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모여 책으로 완성된 것입니다. 2010년에 출판한 400페이지 분량의 책인 <내 인생의 클래식>과 2013년에 출판한 500페이지 분량의 <이종구의 오페라 이야기>입니다.
많은 오페라가 서양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양사의 기본이 되는 로마신화나 그리스신화를 전부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배경을 알지 못하면 서양음악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다고 판단이 되어서, 공부를 통해서 이 분야의 지식을 쌓기 시작하다보니 다양한 분야에 무궁무진하게 지식을 쌓게 되었습니다.


4. 뉴 코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사장으로 활동하시는데, 뉴 코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활동과 비전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몇 년 전, 뉴 코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이사장을 맡아달라는 부탁이 왔습니다. 오케스트라 운영을 맡는 것은 중직이기에 망설였지만 간곡한 부탁했기에 수락하고 운영한지 4년 정도 되었습니다. 뉴 코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2000년 서울 윈드 솔로이스츠로 창단되었으며  2013년 단국대학교 창립자이신 장충식 총장님이 소외 된 지역의 학생들과 주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음악회를 하기 위해 뉴 코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새 출발을 했습니다.  
뉴 코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앞으로의 방향은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서 클래식 음악을 접하기 힘든 지역의 학생들과 지역민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향유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창립이후 오늘 까지 238회의 찾아가는 음악회를 진행했으며 작년 10월에는 신설된 롯데 콘서트 홀에서 음악회를 했으며 6월 8일에는  경주 문화고등학교에서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8월 말에는 세종문화 회관에서 피비로티 서거 10주년 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뉴 코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음악을 접하기 힘든 지방분들, 특히 학생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함입니다. 음악이 직접적으로 공부에 도움을 주지는 않지만 인성교육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면 그들의 문화 수준을 높여 주고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두 번째는 외국에서 유학하며 훌륭한 경력이 있는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높이게 할 수 있도록 도아 주기 위함입니다. 지금 서울에는 수천 명의 음악인들이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있는데, 무대가 많지 않아서 연주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행사들을 통해서 젊은 연주자들에게 무대를 열어주고 발전할 기회를 주자는 것입니다. 음악인들은 무대에 많이 서야만 성장하고 자신의 음악을 펼칠 수 있습니다.


5. 6년간 예술의전당 후원회장을 지내셨습니다.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1996년, 당시의 예술의전당 사장이신 이종덕 사장님께서 후원회를 조직해보자고 하셔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예술의전당을 아끼던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서 창립 준비위원회를 조직했고 제가 창립 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이듬해인 1997년에 예술의전당 후원회를 창립하여 송자청장이 1~2대 회장(1997~2001)을 지내시고, 김영수 문체부 장관이 3~4대 최장(2001~2005)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제가 5~7대 회장(2005~2011)을 6년 동안 지냈습니다. 우리나라에 클래식 음악을 지원하는 문화가 시작 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음악계가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항상 뿌듯함을 느끼며, 지금도 예술의전당에 자주 들려서 음악을 즐깁니다.


6.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다
지난 10년 동안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를 다니면서 공연을 감상하고 예술의전당 후원회원들과 동반하여 여행을 하면서 해외의 음악 페스티벌에 갔었습니다. 처음에 오페라를 보기 시작할 때는 많이 알려져 있는 작품들을 보다가 생소한 작품까지 두루 섭렵하게 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입니다. 다소 어려운 작품이지만 이것을 보기 위해 공부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해외에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면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작년 12월,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잔 다르크」를 보았습니다. 당시에 여러 명이 화려한 한복을 입고 오페라를 보러 갔는데 외국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더군요.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하는 신년 음악회 TV에서 감상하다가 일본인들이 그들의 전통복인 기모노를 입고 공연장을 찾은 모습을 보고, 우리도 전통복인 한복을 입고 오페라를 감상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당시에 동행하신 서혜경 교수님이 조선시대 황후들이 입은 한복을 입었는데, 많은 외국인들이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어요.
 

7. 음악과 의학이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요?
진료를 할 때는 환자에게 착하고 자비스러운 마음과 마음이 생겨야 하는데, 좋은 음악을 들으면 이러한 마음이 생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과 의학이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의사들이 음악을 좋아합니다. 환자를 돌보다가 피곤하고 지칠 때 클래식을 들으면 피곤도 풀리고 평화스러운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 더 좋은 진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기에 음악의 저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당시에 들었던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가 아직도 머릿속에 기억에 남아서 지금도 제 마음을 위로해줍니다. 솔직히 말해서 마음이 우울할 때 차분하게 만드는 것, 괴로울 때 기쁨을 주는 존재가 저에게는 음악입니다. 때로는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용기를 얻기도 하고요. 또한 음악은 보통 사랑을 노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영향이 우리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8. 우리나라 음악인들과 관객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해주신다면?
우리나라 음악계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젊은 성악가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세계 공쿨에서 선전하면서 한국의 국가 배류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의 관객 수와 수준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간 우리 오페라도 뚜렷한 발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립오페라단 뿐만 아니라 사설오페라단들의 수준도 많이 좋아 졌지요. 그래서 요즘에는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좋은 오페라를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한국 음악계의 희소식은 음악회를 즐기는 관객의 연령층이 비교적 젊다는 것입니다. 유럽의 콘서트를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노인층인데 요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오는 관객들을 보면 20~40대가 주 연령층으로 보입니다. 
또한 세계적인 음악 콩쿠르에서 한국의 음악인들이 어느 나라보다도 더 많은 수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음악인들이 참가 안하면 콩쿠르가 성립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웃음). 제가 5년 전에 베르디의 성악 콩쿠르에 갔었는데, 남자 중 1~3등을 전부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이 차지 했습니다. 최근에는 조성진이가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고 금년 6월 10일에는 선우예권이 미국에서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이것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음악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됩니다. 한국의 유명한 음악가들이 외국에서 음악활동을 하면 우리나라의 국격, 인격이 올라가는 것이죠. 국격이 올라가게 되면 제조업을 비롯한 국내 생산품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러나 요사이 우리 젊은 학생들이 음악으로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음악 공부를 회피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젊은이들이 음악으로 세께의 1등이 될 수 있는 기회는 어느 분야보다도 더 좋습니다. 꿈을 키우세요, 꿈을 버리지 마세요. 꿈이 없는 사람에게 진정한 성공과 행복은 없습니다.
 

글_김진실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7년 7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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