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춘추 2017년 7월호 뮤직레이더
2017 뉴 오페라페스티벌 _ 김앤리 오페라단「리골레토」
작은 무대에서 배가 되는 오페라의 감동
2017년 3월부터 12월까지 열리는 '뉴 오페라페스티벌'은 국내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광림아트센터(장천홀)와 김앤리 오페라단, 김자경 오페라단, 한국 리릭 오페라단, 프로덕션 보체, 드루자야 오페라단이 함께 하는 오페라 페스티벌이다. 뉴 오페라페스티벌에서는 3월 프라뷰 갈라, 4월 나비부인을 올려 오페라계에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7월 14일 오후 7시 30분, 15일 오후 3시, 7시에 베르디의 최고의 걸작 「리골레토」를 김앤리 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린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오페라단 연습실을 찾아보았다. 리오네 오페라단의 단장 테너 박성원, 김앤리 오페라단 단장 이명국, 연출 김지영, 리골레토 역의 바리톤 한경석, 질다 역의 소프라노 손지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뉴 오페라페스티벌 사무총장 겸 김앤리 오페라단 단장 이명국
예술 총 감독으로서 느끼는 소감이나 각오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5개의 오페라단과 (김앤리 오페라단, 김자경 오페라단, 한국 리릭 오페라단, 프로덕션 보체, 드루자야 오페라단) 광림아트센터 장천아트홀이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마음을 모았습니다. 이 오페라 페스티벌을 통해 관객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취지였습니다. 오페라의 3요소에는 무대, 음악, 연출 입니다. 뉴 오페라 페스티벌에서는 이 세 가지는 물론이고, 최상의 음악을 대중들에게 보여주자는 목표를 삼았습니다.
저는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관객들이 중극장에서 오페라를 보았을 때,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갈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찾은 답은 오페라의 화려함 보다는 음악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희들은 음악의 완성도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이번 뉴 오페라페스티벌이 한국 오페라공연의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좋아해서 성악을 시작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성악가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유학을 다녀오고 음악계 상황을 보니, 무대 설자리가 국한되어 있더라고요. 훌륭한 성악가들, 연출가들,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은 많지만, 음악에도 부익부 빈익빈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음악계의 저변확대는 희망사항 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을 시작으로 저를 포함한 성악가들, 오페라단장들, 그리고 장천아트홀이 공동으로 오페라를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뉴 오페라 페스티벌을 ‘그냥 연례행사처럼 한번만 올리고 말자’ 라는 생각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생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모였습니다.
관객들이 ‘장천아트홀에 가면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구나, 굳이 큰 극장이 아니더라도 좋은 음악, 좋은 오페라가 항상 올라가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쉽게 와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대중들은 오페라가 어려운 장르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뉴 오페라페스티벌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입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은 오페라 전용 극장입니다. 그 곳은 오페라전용 극장이기 때문에 1년 내내 오페라가 개최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있긴 하지만, 뮤지컬, 발레 등과 함께 나눠 써야하는 오페라 공연은 체면치레에 불과 합니다.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페스티벌을 개최 하지만, 길지 않는 기간 동안 진행됩니다. 뉴 오페라 페스티벌은 365일 내내 오페라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월 오페라를 개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공연 횟수를 늘려서 외국 같이 공연을 장기적으로 하였으면 좋겠고, 저희 오페라 페스티벌을 통해 많은 신예 연주자들이 공연을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공연되는 오페라
3월에는 「프리뷰 오페라 갈라쇼」, 4월에는 「나비부인」, 5월에는 「마술피리」, 6월에는 「코지 판 투데」가 공연되었습니다. 또 이번 7월에는「리골레토」, 8월 「프리뷰 오페라 갈라쇼」, 9월 「사랑의 묘약」, 10월 「투란도트」, 11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팔리아치」, 그리고 마지막으로 12월에는 「라 보엠」이 공연이 될 것입니다.
연출자 김지영
뉴 오페라페스티벌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처음 김앤리 오페라단 단장님을 비롯하여 음악을 사랑하고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기획하신 여러 단장님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정치적으로 혼란한 상황과 문화계 또한 어려운 이 시기에 이 분들의 열정이 공연계에 한줄기 빛이 되길 저 또한 소망하며 뜻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많은 성악가들이 무대라는 공간에서 연주를 하며 행복을 느끼고, 그것을 보는 관객은 이번 무대로 힐링을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연출가로써, 장천아트홀에서 오페라 무대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다른 극장에 비해 더 고민할 부분이 많이 있거든요. 3월에 갈라 콘서트를 시작으로, 4월에는 「나비부인」을, 그리고 7월에 「리골레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페스티벌 중간 쯤 온 지금, 뉴 오페라페스티벌은 관객과 소통하는 페스티벌로 자리 잡아 더 나아가서 극장체제로 이루어지는 오페라페스티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성악가들의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월마다. 또는 계절마다 갖고 있는 특성을 살려 작품들을 선정해 올리고, 어렵게 느껴지는 오페라를 한편의 재밌는 영화를 보듯,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는 오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연출자의 한 사람으로써 책임감을 갖고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이듭니다.
어떠한 점을 중점으로 연출을 하셨나요?
우선 음악적으로 「리골레토」를 보면, 템포 변화가 많습니다. 그 템포를 보면서 리골레토가 조울증이 있는 사람처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연출하였습니다. 아버지가 딸을 너무 나 사랑하여 정신병이 생긴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리골레토가 스파라푸칠레를 처음 보았을 때 부르는 아리아를 본다면 템포가 6번 바뀝니다. 그 바뀌는 템포를 모두 부각시키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템포로 성격을 표현을 하고 싶었습니다.
두까 같은 경우는 누구나 다 알만한 최고의 바람둥이잖아요. 관객들이 모두 다 욕할 수 있을 정도로 최고로 나쁜 인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성악가들은 노래 속에 연기가 숨어있다고 생각하여 노래에 많이 집중하는 편인데, 저는 연출자로서 성악가들이 노래에만 신경을 쓰지 말고, 연기에도 집중을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관객들도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성악가들은 음악도 중요하지만 연기도 연구하여 오페라를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캐릭터도 잘해야 하지만 두까가 연기를 더욱 더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소녀로 등장한 질다는 납치가 되어 두까와 하룻밤을 보내고 사랑에 빠진 여인으로 나오게 됩니다. 1막에서는 질다의 어린 마음을, 2막과 3막에서는 질다의 성숙한 마음과 깊은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즉 순진하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몰두할 수 있는 순백함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리오네 오페라단의 단장 테너 박성원
뉴 오페라페스티벌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오페라 전용 극장에서 오페라를 보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티켓 값도 비싸고, 기획료도 많이 들기 때문에 자주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하는 뉴 오페라페스티벌이 소규모 극장에서 공연을 하기 때문에 오페라, 클래식을 어렵게 생각하는 관객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페라 전용 극장은 무대와 객석이 멀기 때문에 오페라글라스로 보잖아요. 그런데 소규모 아트홀 같은 경우에는 무대와 객석이 가깝기 때문에, 관객들이 오페라를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클래식 부응을 위해서 이러한 페스티벌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많이 하는데, 그것은 관객들에게 권한을 주어 연주회를 하는 것 같아 연주자들이 불쌍해 보이더라고요. 찾아가지 않아도 소규모 무대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관객들이 많이 온다면 그것이 찾아가는 음악회보다 더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작은 무대에서 서나, 큰 무대에서 서나 연주자들의 마음가집은 똑같습니다. 무대가 작고 표가 저렴하다고 해서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관객들은 클래식에 관심을 갖고, 무대를 보러 와주셔도 우리나라 예술계에 큰 보탬이 됩니다.
제가 이태리 기숙사에서 지냈을 때, 친구에게 오페라를 보러 가자고 하였습니다. 그 친구는 음악을 전공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에 대해서 1주일 내내 연구하고 공부를 하더라고요. 그리고 오페라를 보는 내내 ‘소설은 이렇게 표현하였는데, 왜 오페라는 저렇게 표현하느냐’, ‘저 사람은 어떻게 캐릭터를 표현하느냐?’ 등을 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관객들은 오페라에 큰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한다면 오페라에 대한 지식이 생기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오페라를 공부할 시간이 없다면, 오페라 시작 10~15분 전에 와서 줄거리를 읽고 오페라를 관람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오페라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옛날에 제가 젊었을 때는 오페라를 한국말로 번역하여 무대에 올렸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막 모니터가 필요 없었습니다. 그 당시 관객들은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오페라 배우의 연기와 목소리를 다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전공자와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져서 원어로 오페라 무대를 올립니다. 하지만 일반 관객들은 모니터를 보면서 오페라를 보기 때문에 연기를 놓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앞서 말했듯이 일반 관객들은 오페라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보러 왔으면 좋겠습니다.
바리톤 한경석(리골레토)/ 소프라노 손지현(질다 역)
바리톤 한경석(리골레토 역) 저는 지금까지 많은 오페라를 해 왔지만 「리골레토」는 처음이라 많이 설렙니다. 리골레토 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성악적인 테크닉과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광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딸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아버지의 사랑과 고통 그리고 복수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은 소리로만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이제껏 상대방에게 고통만을 주며 살아왔던 리골레토가 자신에게 닥칠 불운을 예감하며 느끼는 내면의 연기와 감정을 총체적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바리톤이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비극의 주인공 리골레토의 삶을 이해하고 분석하여 최고의 작품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또한 관객 분들과 큰 극장이 아닌 장천아트홀에서 「리골레토」를 통해 가까이 만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프라노 손지현(질다 역) ‘질다’라는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습 시간 외에도 오랜 시간을 고민해야할 정도로 질다는 단순하게 규정된 캐릭터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페라에서 처음 등장하는 질다는 어머니 없이 아버지의 과도한 보호 속에 살아가는 16살 소녀입니다. 어느 날 교회에서 만난 백작과 사랑에 빠졌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과하게 보호하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내면적 갈등을 겪게 됩니다. 그 후 백작의 부하들에게 납치되어 백작에게 겁탈당한 이후 복수를 다짐하는 아버지와 백작을 사랑하는 자신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됩니다. 그 장면에서는 처음 1막의 순수한 소녀와의 대비되는 연기와 소리를 표현해야 합니다. 마지막에 백작을 대신하여 죽음을 선택할 때는 당연히 또 다른 질다의 모습을 표현해야 되겠죠. 소녀의 감성에서 한 여인으로 성숙되는 과정을 잘 그려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_구수진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7년 7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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