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커버스토리 소프라노 강혜명 / 음악춘추 2016년 12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7. 5. 22. 20:02

커버스토리 / 소프라노 강혜명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는 동양의 소프라노’ _ 플라시도 도밍고

언제 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성악계는 세계적이 되었다. 해외 유수의 오페라의 한국인 주역가수는 비일비재하며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한국의 성악가들의 프로필은 날로 화려해진다. 활발한 활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소프라노 강혜명을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그 속에서 성악 강국의 이유를 찾아본다.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무대에 
“2016년 10월 2일 서울잠심실내체육관에서 테너 플리시도 도밍고의 내한공연이 있었습니다. 그 무대에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오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기자 회견 때 처음 뵈었는데, 그와의 만남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먼저 다가와 주시고,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 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리허설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간 유럽에서 토마스 햄슨, 르네 플레밍, 미쉘 플라송 등 유명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한 경험이 있었고, 정명훈 선생님과 일본에서 NHK 생방송 연주도 하였습니다. 또 조수미 선생님과 프랑스 깐느에서 같이 공연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무대가 한국이어서 그런지 이전 공연들보다 더 특별한 느낌이었습니다.”
플라시도 도밍고의 공연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묻자, 그는 “올해 초 도밍고 선생님의 내한공연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확정이 된 상황이 아니었고, 협의 중이였습니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찰나에 이탈리아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탈리아 매니저가 도밍고 선생님 매니지먼트에서 약 20년간 일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이 닿았고, 한국공연이 확정이 되면서 저에게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한국 기획사 측에서도 저 외에 몇 분 정도를 추천하였는데, 최종적으로 도밍고 선생님께서 저를 선택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결과였기 때문에, 책임감도 느꼈고, 무엇보다 도밍고 선생님과 콘서트를 기다리고 있을 팬에게 누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열심히 준비하였습니다. 
선생님과 공연 이후 이태리 베르디 드리에스테 극장에서 베토벤의 「장엄미사」를 공연하게 되었습니다. 도밍고 선생님이 일정을 여쭤보기에 이탈리아에서 공연한다고, 리허설 중간에 말씀을 드렸는데, 선생님은 그것을 기억하시고, 이태리 연주기간에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직접 연락주시니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주셨습니다(웃음).
인간적인 모습까지 아름다운 도밍고 선생님은 내면의 아름다움이 음악의 아름다움으로 표현되는 진정된 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팬으로서 선생님께서 좀 더 건강히 오래 우리 곁에 남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테너 플리시도 도밍고는 지난 12월 2일 서울잠실실내체육관에서 내한공연을 하였다. 소프라노 강혜명과 도밍고 콩쿠르 입상자 출신인 테너 김건우와 문세훈 그리고 소프라노 박혜상이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또한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휘자 유진 콘 지휘 아래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였다. 소프라노 강혜명은 도밍고와 함께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을 듀엣으로 뛰어난 음악을 선보여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타오르미나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작 「나비부인」주역 발탁
지난 7월, 소프라노 강혜명은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타오르미나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작,「나비부인」주역으로 발탁되었다. 상대역으로는 테너 조란 토도로비치이 맡았으며, 지휘는 그리스 국립오페라단의 상임지휘자이자 예술 감독인 미론 미카일리디스가 맡는다.
“이탈리아 타오르미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실제공연보다는 미디어와 결합한 대중문화(Opera-Cinema)형식으로 진행되는 페스티벌이기 때문에 국내 오페라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것입니다.
이탈리아 타오르미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페스티벌의 예술총감독을 맡고 있는 연출가 엔리코 카스틸리오네가 직접 연출을 맡는 메인공연과 크고 작은 클래식 공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매년 오프닝 공연을 영화로 제작해서 유럽 주요 도시 영화관에서 동시 상영합니다. 올해가 페스티벌의 10주년이기에 시상 최대 규모로 유럽 270여개 주요 도시 영화관에서 공연이 생중계 되었습니다. 공연을 하는 중간에 프랑스에 있던 친구가 영화관에 공연을 보러 왔다며 인증샷을 찍어서 보냈는데 참 신기하더라고요(웃음).”
시칠리아의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그리스식 야외극장에서 공연되는 이탈리아 타오르미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오페라 축제 중 하나다. 이탈리아 타오르미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와 국제 미디어 센터(IMZ)가 공동으로 주관하였다. 개막작「나비부인」은 이탈리아 국영 TV RAI를 통해 이탈리아 전역에 방송되었다. 세계 위성을 통해 200여 개의 유럽 주요 도시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된 이번 공연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영화제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사실 ‘나비부인’은 리릭한 소리를 갖고 있는 동양 소프라노라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어 하고, 또 한편으로는 피하고 싶어 하는 역할입니다. 그만큼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합니다. 공연 후 바로 오페라 「모세」 공연 제의가 왔습니다. 매니저와 심사숙고한 끝에 한 달은 쉬기로 하였습니다.「나비부인」은 발성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도전이기 때문에, 완급 조절을 하지 않으면 가수로서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 희생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역할이기도 합니다(웃음).”
색다르게 나비부인을 표현하고 싶다는 소프라노 강혜명에게 나비부인에 대해 묻자 그는 “「나비부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오페라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저만의 캐릭터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나비부인은 이래야 한다.’ 라는 답안지를 이미 보고 문제를 푸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나비부인을 연구하였을 때, 소리나 음악적인 측면보다는 ‘초초상’이라는 여인에게 더 집중하였습니다. 악보를 보며, 캐릭터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거기에 제가 찾는 답이 있더라고요. 작곡가가 숨겨놓은 보물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오페라 악보에서 보물을 찾을 지 기대가 됩니다.” 
덧붙여 소프라노 강혜명은 “작년에 라벨라 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나」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초연 일 뿐 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작품이기에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은 오페라입니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오페라이다 보니 철저히 악보와 실존인물의 역사적인 사실에 의존하며 저마다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모든 출연진 및 지휘자, 연출가가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이었습니다. 라벨라 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나」가 저의 음악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습니다. 라벨라 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나」를 하면서 오페라가수로서 좀 더 집중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고, 오페라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인정을 받고 활동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법을 고민하던 중, 제 프랑스 활동 시절 저를 눈 여겨 보았던 이탈리아 매니저와 다시 연락해 타오르미나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작 「나비부인」 오디션을 잡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이미 공연을 했던 작품이라 관련 영상을 보냈고, 이탈리아 현지 오디션을 거쳐 「나비부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저에게도 생소한 이름인 페스티벌이라 그렇게 대규모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인지 몰랐습니다.(웃음)”


***소프라노 강혜명의 음악이야기
“성악가들은 몸이 악기이기 때문에 시간과 환경에 따라 나타나는 몸의 변화에 굉장히 민감해집니다. 우선 소리의 변화에 좀 더 민감하게 확인하고 그에 따른 적당한 관리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레퍼토리 선정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모습으로 연주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냉정해야합니다. 예전에는 테크닉과 소리로 관객들에게 오직 ‘소프라노 강혜명’ 만을 나타내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점차 ‘관객들과 어떻게 음악 안에서 소통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음악적으로 작곡가의 의도대로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를 많이 고민하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관객들과 함께 음악을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소프라노 강혜명은 2000년 추계예대를 졸업(김금희 사사)한 후 도이하여 로마 Giovanni dell' opera 아카데미, 술모나 아카데미를 졸업(미렐라 프레니 사사),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수학하였다. 그 후 일본 후지와라 오페라단 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지휘자 정명훈을 통해 일본 NHK방송 신년음악회에 출연하여 신예 소프라노로 소개되었으며, 또한 인천문화회관에서 정명훈의 지휘로 공연된 오페라 「라 보엠」에 무제타 역으로 출연하였다. 그리고 프랑스 최고 오페라 가수 배출기관인 프랑스 CNIPAL 마르세이유 오페라학교에서 국비 장학생으로 교육받게 된 강혜명은 수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오페라 무대에 올랐고, 마스테의 오페라 「타이스」공연에서 소프라노 르네플레밍의 대역으로 리허설을 하던 중 지휘자 미쉘 플라송의 눈에 띄어 그의 소속 매니지먼트 ‘Bureaude Concert de Valmalete’와 계약하였다. 그 이후 그는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역으로 프랑스 무대에 데뷔하였다. 「진주조개잡이」, 「라 트라비아타」, 「카르멘」, 「연대의 아가씨」등에 출연한 바가 있는 소프라노 강혜명은 국내에서는 국립오페라단 창단 50주년 기념작 「박쥐」에 출연한 것을 비롯해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참가작 「리골레토」와 라벨라 오페라단이 아시아 초연한 「안나 볼레나」등에 주역으로 출연하였다.
그에게 오페라를 공연하면서 스스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오페라는 우선 음악뿐만 아니라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인지 관객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자기 논리에 빠지지 않습니다. 시작부터 연주자가 캐릭터의 성격을 미리 정해놓고 연기를 한다면 관객에게 인물을 판단할 기회조차 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라고 말하였다.
최근에는 중국 국립 상하이 대학교 음악원 초빙교수로 임용돼 한국, 유럽을 넘어 중국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제주도의 ‘살아있는 여신’
소프라노 강혜명에게 제주도는 매우 특별하다. 그는 틈날 때마다 고향인 제주도로 달려가 크고 작은 무대를 마다하지 않고 제주의 공연문화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제주도 문화예술 홍보대사로 역임한 소프라노 강혜명은 제주의 ‘살아있는 여신’으로 선정되었다.
“제주도는 제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입니다. 고등학교 이후로 떠나 있었기 때문에 그리움이 늘 마음 한 켠에 꼭 남아있습니다. 저는 제주에서 음악영재들과 청소년들에게 가끔 강연을 하는데, 그때마다 항상 ‘제주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자긍심을 잊지 말고 살게 되기를 바란다.’ 고 말합니다. 학생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되더라도 고향 제주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서 각자 역할을 담당하게 되길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서 공연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좀 더 많은 분들이 저의 음악으로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고향인 제주에서 문화의 통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조금 더 성장해서 제주도민 여러분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성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글_구수진 기자.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6년 11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